[인터뷰] 명지병원 이재혁 교수(내분비내과)

명지병원 이재혁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항혈전제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처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당뇨병은 흔히 혈관질환으로 불린다. 혈관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이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이유도 혈관에 있다.

실제 당뇨병에 따른 혈관 손상은 신장질환, 망막질환, 신경질환 등 미세혈관 합병증과 심장질환, 뇌졸중 등 거대혈관 합병증을 초래한다.

당뇨병으로 인해 혈관이 손상되는 기전의 출발점은 혈소판 이상이다. 당뇨병 환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인 고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은 혈액 내 혈소판을 변화시킨다.

즉 당뇨병 합병증의 기본 기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계 현장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환자는 항혈소판제를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명지병원 이재혁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항혈전제를 처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당뇨병과 혈관질환 간의 연관성과 혈관질환 예방의 중요성을 설명해달라.

높은 혈당은 혈압이 상승하거나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하는 등 혈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로써 당뇨는 혈관이 문제가 되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혈당 이상으로 동반된 대사 이상은 혈관의 기능과 혈관내피세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장애부터 시작해 혈관 벽을 두껍게 만들고 플라크가 생기면서 동맥경화로 이어진다. 당 대사 이상이 혈관질환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혈관질환 사망률보다 높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혈관합병증 예방이 된다.

-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혈관질환 예방 관리를 어떻게 권고하고 있나.

당뇨병 환자는 혈전이 잘 발생하고 혈소판의 활성화가 빠르다. 당뇨병을 동반하면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거나, 동맥경화를 이미 경험했거나,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플라크가 터지면서 혈전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혈관기능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심혈관질환이 발생한다면 동맥경화 등 혈관기능장애가 발생하는 만큼 필요하다면 선별적으로 항혈소판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 고위험 환자는 여러 경우를 따져 항혈소판제를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 아스피린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관질환의 1차 예방에 기대를 모았지만 효과 근거는 도출되지 않았다. 기대 이하의 효과를 보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아스피린은 항혈소판제 중 2차 예방에서 우선 권고되는 약제다. 아스피린은 플라크 폭발에 따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예방에 사용 가능하다. 아스피린은 동맥경화로 진행되는 과정을 예방하는 기능이 없다. 즉 1차 예방의 과정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게다가 아스피린을 4~5년 장기간 사용했을 때 예방효과를 입증하기 어렵고 출혈 부작용이 있다보니 의료진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국내·외 학회에서도 1차 예방 목적일 경우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고,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는 항혈소판제 사용을 고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 당뇨병 환자의 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추천하는 항혈소판제가 있다면.

클로피도그렐은 심혈관질환 이벤트가 생긴 심근경색 환자, 뇌졸중 환자의 2차 예방에 효과를 보였을 뿐 1차 예방 효과는 미미했다. 1차 예방을 위해 사용한 약제가 혈관질환에 따른 환자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약제는 별로 없다.

임상적 근거로 볼 때 당뇨병 환자가 혈관질환을 갖게 되는 과정, 당뇨병 환자가 동맥경화로 이어지는 과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혈소판제는 실로스타졸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로스타졸은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 효율을 보여준다. 고혈당이나 이상지질혈증으로 기능이 떨어진 혈관의 내피세포에 직접 작용해 혈관 이완작용을 개선하고, 혈전이 발생할 개연성을 줄인다.

또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된 상태라면 혈관평활근세포가 두터워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특히 항혈소판제는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를 가져오지 않지만, 실로스타졸은 HDL-C를 증가시켰다. 

- 아스피린 대비 실로스타졸이 강점을 보인 연구 결과가 있다면. 

최근 발표된 FANCY 연구에서는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아스피린과 실로스타졸의 경동맥 플라크 개선 효과를 최초로 3D 초음파를 통해 비교했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실로스타졸 200mg 복용군에서만 경동맥 플라크 부피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또한 실로스타졸군에서만 중성지방 및 HDL-C 개선 효과가 나타났고, 체지방량 개선을 통해 지질 대사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또한 간수치(ALT, AST) 개선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를 해석하자면 실로스타졸은 단기간 처방에도 플라크의 부피를 개선해 심혈관질환 이벤트를 줄이는 동시에 다면발현효과를 가진 항혈소판제로 볼 수 있다.

- 실로스타졸의 효과가 뚜렷한 반면, 두통 부작용이 높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로스타졸은 약제의 기전상 원활한 혈액순환 때문에 뇌 압력이 높아져 두통이 발생하곤 한다. 이는 1~2주 정도 복용하다보면 환자가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다만, 적응기를 갖더라도 10명 중 4명은 두통을 호소한다.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지만 저용량부터 처방을 시작해 환자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실로스타졸 서방형 제제가 시장에 나오면서 두통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줄었으며, 앞서 언급한 임상(FANCY)을 통하여 기존 제제대비 빠르고 보다 높은 효과도 얻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진행한 설문조사 관련 이야기할 내용이 있다면.

최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서는 703명의 의료인을 대상으로 당뇨병환자에게 항혈전제와 아스피린의 필요성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아스피린이 1차 예방 효과가 부족하다는 연구를 인지하고 있는지, 아스피린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또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항혈전제가 필요한지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0%는 효과적인 항혈전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스피린을 예방적 차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실로스타졸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이는 당뇨병 환자의 혈관기능장애 개선에 대한 요구와 HDL-C 향상 등 부가적 기능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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