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액트에 따라 산업과 의료계 간 금융거래 2013년부터 공개 의무화
5년간 의료진 87여만명 총 93억 달러 수령..."산업지급 따라 의료기기 선택에 영향"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제약사가 의사에게 금융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면 이것이 의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미국은 제약사들이 의사에게 지급하는 금전적 이득에 대해 공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 주목할 만하다. 

최근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연구팀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제약사를 포함한 산업이 의사·약사·간호사 등 의료진 87만 8308명에 지급한 금액을 검토한 결과, 2014년에 절반 이상인 52%가 최소 1회의 산업지급(industry payment)을 받았다.

2018년에 같은 의료진을 검토한 결과, 이 수치는 45%로 떨어져 지원금을 받은 의료진은 4년간 약 14% 감소했다. 

하지만 금액 규모를 검토한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의료진은 4980만 회에 걸쳐서 총 93억 달러(10조 3,788억원)를 받았다.

분석 결과, 수술과(surgical specialties)에 속한 의료진이 39억 달러를 수령하면서 의료과 중에서 가장 많이 받았다. 주목할 점은 산업지급을 받은 의료진 수는 2013년 오픈페이먼트가 설립된 이후 줄었지만 총금액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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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액트, 투명성 높이는 취지로 산업 활동 공개

의료진과 바이오제약 산업 간 금융 거래에 대한 우려는 오랫동안 있었다. 우려의 핵심은 제약사의 이득에 따라 의료진이 사용하는 약물 또는 기기가 변하고, 의료진의 선택이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 정부는 산업-의료계 관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3년부터 제약 산업이 의대·병원·의사 등 의료계에 지급하는 금액을 기록하고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오픈페이먼트(Open Payments)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특정 제약사가 특정 의사에게 지급한 연구 외 지원금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의사가 수령한 금액을 제약사별, 기관별로 확인할 수 있다.

연구 외 지원금은 ▲컨설팅 비용 ▲ 연속의료교육(CME) 외 강의, 트레이닝, 교육 활동비 ▲식음료비 ▲보조금(grant) ▲출장비 및 숙박비 ▲장소 및 기관 대여비 ▲특허·라이선스 비용 ▲선물 및 엔터테인먼트 비용 등까지 포함한다. 

산업이 의료계에 오랫동안 강의 비용, 식음료 등을 지급하는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규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영리 목적의 산업 활동이 의료진의 의사결정과 의료 비용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오픈페이먼트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산업과 의료계의 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프로그램들은 미국에서 오픈페이먼트와 달러스포닥스(Dollars for Docs)이 있으며, 영국에서는 산업이 주도한 디스클로져 UK(Disclosure UK) 2016년부터 운영됐다. 디스클로져 UK도 영국 내 제약사가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지불한 금액과 혜택을 공개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제약사가 의료계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약품 리베이트에 해당되는 이런 행위는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등 모든 경제적 이익'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 리베이트법은 2018년 진행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워크숍에서 정순철 변호사가 "캔커피 등 식음료 구매금액이 5000원 이하 소액이라도 반복적인 행동은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밝힌 것처럼 엄격하게 처벌된다. 

이처럼 국내에서 산업-의료계 간 금전적 교류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제약사 32곳이 리베이트로 행정처분 받고 제약사가 의료계에 학술대회, 제품설명회 등으로 의료진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을 합법적 지원으로 포장하는 신종 불법 리베이트 적발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제약사가 의료진에게 강의, 컨설팅, 식음료, 출장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합법이며 흔하게 일어난다. 다만 2010년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이 개정되고 일환으로 '의료진 선샤인액트(Physician Payments Sunshine Act)'가 설립되면서 산업이 의료진에 지급하는 금액을 보고해야 했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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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샤인액트 설립에도 제약사는 의사에 금융적 지원

미국 선샤인액트 하에 오픈페이먼트 프로그램을 통해 7년 간 산업-의료계의 금전적 교류를 공개했지만 제약사는 의료진에게 9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데보라 마셜(Deborah C. Marshall)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산업이 의료진에게 지불한 금액을 검토해 지난 3일 JAMA Network에 논문을 발표했다.

검토 결과, 1만 달러(1114만원) 이하를 받은 의료진이 90%로, 대부분은 소액을 받았다. 소액을 받은 의료진들은 해마다 수령한 금액이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만 달러(5570만원) 이상을 받은 의료진은 불과 3.4%였지만 이들이 받은 금액이 제약사의 총 지급액의 82%를 차지했다. 고액의 지원금을 받은 의료진은 시간이 지나도 수령하는 금액이 감소하지 않고 유사하거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마셜 연구팀은 "2013년 오픈페이멘트가 개시된 이후 산업의 지원금을 받은 의료진 수가 감소했지만 총 지급액은 1차 의료에서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그간 유사했다"면서 "다른 연구와 유사하게 수술과 및 의료과(medical specialty)가 고액을 받았지만 고액을 받은 의료진은 소수였다"고 설명했다.

고액 지원금을 받는 의료진이 시간이 지나도 유사하거나 증가된 산업지급을 수령하는 것에 대해 연구팀은 "이런 현상은 더 큰 투자 수익이 예상되는 지급에 집중하는 산업의 진화된 전략을 나타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금융적 지원에 따라 의사가 선택하는 제품 바뀔수도

제약사가 이처럼 의료진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지만, 산업 지원금과 의료기기·약물 선택 간의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미국 예일 뉴헤이븐병원(Yale New Haven Hospital) 아말낫 아나퓨레디(Amarnath R. Annapureddy) 연구팀은 산업지급 수령 여부가 부정맥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의료기기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검토했다. 이번 연구결과도 지난 3일 JAMA Network에 게재됐다.

아나퓨레디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의료기관 1763곳에서 의료진 4436명으로부터 삽입형 제세동기(ICD) 또는 심장재동기화치료(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defibrillator, CRT-D) 삽입을 받은 환자 14만 5900명의 데이터를 검토했다. 

그 결과, 의료진 94%는 의료기기 회사로부터 2달러부터 32만 3559달러까지 달하는 산업지급을 받았으며 평균 수령 금액은 1211달러였다. 

분석 결과, 돈을 가장 많이 지급한 제약사의 의료기기가 사용될 확률이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약 39~55%의 환자는 의사에게 가장 큰 비용을 지급한 의료기기사의 부정맥 의료기기를 삽입 받았다. 

또한 연례 2만 5000달러 이상을 수령한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받은 환자 중 약 51~60%에 달하는 절반 이상은 고액을 지급한 의료기기사의 ICD 또는 CRT-D 기기를 삽입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지급을 받지 않은 의료진과 비교했을 때 이를 받은 의료진은 해당 의료기기사의 제품을 사용할 확률이 17배까지 높았다(95% CI 4.37-8.44). 

다만 의료진의 의사결정이 의료품질(quality of care)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결과, 의료기기사가 의료진에게 산업지급을 지불해도 의료품질에 영향이 확립될 정도로 강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아나퓨레디 연구팀은 산업지급과 장기 임상적 예후 간 연관성을 검토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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