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인 의원 '선순환 보건생태계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 개최
김형석 변호사, 용어 변경·컨트롤타워 구축·허용범위 확대 등 제안
의협 이상운 부회장 "쌍벌제는 미봉책...의사들은 질 좋은 약 선호"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신종 리베이트 유형 성행 등 의료계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별도의 단속 조직을 구성하고, 의약품 판매촉진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활동에 대해서는 허용되는 경제적 범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10년' 토론회 모습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10년-선순환 보건생태계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0년 11월 28일부터 도입된 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의 처벌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형석 변호사(전 검찰청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장)는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소비자인 환자가 아닌 의료인이 의약품 구입을 결정하고 비용의 상당액을 국가가 부담한다"라며 "리베이트 비용이 의약품 가격에 전가돼 소비자의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해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은 제약회사 6곳, 의약품도매상 6곳, 의료기기업체 2곳 등 총 14곳에서 이뤄졌고, 의약품 금액은 9억 1900만원에 달했다.

올해 10월까지 리베이트 적발로 면허취소를 받은 의사는 8명, 자격정지 및 경고를 받은 의사는 각각 40명, 17명이었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이 조사한 결과 지난 2011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약 960명이 기소되고 9200여명이 행정처분 의뢰를 진행했다.

특히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신종 의약품 리베이트 유형은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다.

의약품 영업대행사(CSO)를 이용해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 중 일정액을 리베이트로 제공하지만,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제약사는 CSO에 책임을 전가하는 수법이다.

매출실적의 일정액을 판매장려금과 단가할인 등의 명목으로 도매상에 지급하거나, 의료기자재를 1+1과 같은 구성으로 판매하는 방식의 편법 유형도 있다.

 

"'뇌물죄 처벌 확률이 교통사고보다 낮다'는 인식 있다"

용어 변경·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선샤인액트 등 제안

이날 토론회에서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이 제안됐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김형석 변호사

김 변호사는 "가치중립적인 리베이트라는 용어는 위법성 인식이 부족하다. kickback 또는 부정판촉지원과 같이 불법성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라며 "현재 시스템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각 부처 기능을 포함한 별도 조직을 신설해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제약회사의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것을 대비해 의약품 판매촉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활동에 대해선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현재 허용되는 법률은 매우 제한적이다.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라며 "중소제약사의 경우 자금력을 갖춘 대형제약사와 다르게 홍보할 기회가 적다. 의료계와 제약회사 간 정보공유는 필수고 어느 정도는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품가 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한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현재는 먼저 출시되는 복제약에 대해 가격을 상대적으로 우대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기 때문에 같은 성분의 복제약이어도 서로 가격이 다르다.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은 "의사들은 효과가 좋고 질 좋은 약품, 친숙한 약품에 대한 처방 비율이 높다"라며 "생물학적동등성 입증의 정확도를 현재보다 높여서 복제약 사이의 효능과 부작용 등 약품의 질을 정부가 보증하고, 질이 보증된 약품에 대해서는 동일 가격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베이트 쌍벌제는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다. 약품 마케팅 학술대회 등 규제를 완화하고 활성화해 모든 제약사들에게 동일한 마케팅 기회를 줘야 한다"라며 "의사는 많은 약품에 대한 지식을 늘려 보다 나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의약품 거래 투명화 제도 도입과 관련해 미국의 선샤인 액트에 대해서도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형이 아닌 한국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보건의료 신현호 정책위원은 "뇌물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뇌물죄로 처벌받을 확률이 교통사고 당할 확률보다 낮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수사단이 지난 8년간 약 960여명을 기소하고 9200여명을 행정처분 한 것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업경찰권을 부여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불법리베이트 신고자에게 리베이트액 상당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특정약의 로비를 줄이기 위한 성분명처방제도 도입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약가를 직접 제약하는 약가직불제 도입 ▲행위별 수가제에 따른 약의 오남용 막기 위한 총액계약제·포괄수가제 전환 검토 ▲보건의료인 책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정부도 불법 리베이트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이득규 지식산업감시과장은 "과도한 리베이트로 국민들에게 불신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쌍벌제가 도입됐다"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로 제도 개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유형으로 나타나는 리베이트에 대한 법적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의약품 영업대행사와 공정경쟁규약도 검토할 여지가 있다"라면서도 "시장에서 각각의 행위자들이 올바른 행위를 할 수 있는 구조를 처벌보다 우선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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