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RP 제제 등장으로 편두통 치료 변화 가능성 주목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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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두 주요 편두통 치료제의 헤드투헤드(head-to-head) 'HER-MES' 임상 4상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이중맹검, 병행설계,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얀센의 경구 '토피라메이트(제품명 토파맥스)'를 노바티스·암젠의 피하주사제(pre-filled syringe) '에레누맙(제품명 에이모빅)'과 겨루게 한다.

오랫동안 사용된 편두통 치료제인 토피라메이트와 최근 개발된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티드(CGRP) 제제인 에레누맙은 각각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지만, 두 치료제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었다. 

아울러 "전통적인" 편두통 치료제와 새로 등장한 CGRP 계열 제제를 직접 비교하는 임상 결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HER-MES는 ▲편두통 치료 병력이 없거나 ▲치료가 적합하지 않거나 ▲세 가지 예방 편두통 치료제 실패 경험이 있는 독일에 거주하는 18~65세 환자를 포함했다. 

1차 종료점은 24주 이내 부작용(AE)로 인해 편두통 치료제를 중단하는 환자 수로 정의됐으며, 2차 종료점은 12~24주 동안 월간 편두통 경험일수(monthly migraine days, MMD)가 50% 혹은 그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로 설정됐다. 

연구는 한 달에 4~14일 편두통을 경험한 환자에서 에레누맙 70mg, 140mg와 토피라메이트의 최고 허용 용량(1일 50~100mg)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토한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작년부터 HER-MES를 진행했으며, 임상의 공식 완료 예정일은 17일이다. 

이에 을지대병원 김병건 교수(신경과)는 본지에 "현재까지 편두통 약물의 효과는 각각 임상연구에서 검토됐지만, 연구들은 설계부터 달라서 약물의 효과를 1:1로 비교할 수 없었다"며 "두 약제를 비교하는 헤드투헤드 임상이 필요했지만 이런 연구는 비용이 클뿐만 아니라 위험(risk)도 굉장히 높아 진행하기 어렵다. HER-MES를 진행한다는 것은 에레누맙에 대한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반적으로 경구 토피라메이트는 부작용이 많고 고가의 신규 CGRP 항체는 부작용이 없는 약물이기 때문에 에레누맙이 효과가 우월할뿐만 아니라 내약성 종료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에레누맙의 우월성이 입증하는 데이터가 발표된다면 다양한 나라에서 고가인 CGRP를 선택해야 하는 근거가 제시될 것이고, 경쟁성평가를 포함한 허가 절차 및 보험적용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CGRP 신약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만성 편두통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저렴한 토피라메이트 대신에 고가인 CGRP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토피라메이트, 가바펜틴, 프로프라놀롤 등을 포함한 "전통적" 편두통 치료제들은 오랫동안 사용됐지만, 효과가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아 환자가 부작용 혹은 효과부족로 약물을 중단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CGRP 경로(pathway)가 편두통 발생과 관련된 통증 및 기타 증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CGRP 제제 개발이 가동됐고 최근에 부작용이 거의 없기로 알려진 CGRP 치료제들이 등장했다. 

2018년 기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피하주사 에레누맙, 테바의 정맥주사 프레마네주맙(제품명 아조비), 일라이 릴리의 피하주사 갈카네주맙(제품명 엠갈리티), 룬드백의 피하주사 엡티네주맙(제품명 바이엡티) 편두통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 중 HER-MES에서 다루게 되는 에레누맙은 FDA 허가를 가장 먼저 받았지만 치료제는 아직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앞서 에레누맙은 16개국에서 실시된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임상 3상 LIBERTY 연구에서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LIBERTY는 기존 편두통 최소 12개월 동안 편두통 병력이 있으며 예방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편두통 환자(18~65세) 246명을 포함했다. 

12주 동안 환자는 에레누맙 140mg(n=121) 혹은 위약(n=125)을 4주마다 투여받았다. 1차 종료점은 9~12주에 평균 편두통 경험일수가 50% 혹은 그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로 정의됐다. 12주 추적관찰 결과, 에레누맙군은 위약군보다 평균 편두통 경험일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30% vs. 14%, OR 2.7, 95% CI 1.4~5.2, p=0.002). 안전성은 두 그룹 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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