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신질환 치료 가능성 확인…내년에도 관련 연구 진행
FDA "1형 당뇨병 적응증 확대 거부"…국내서는 급여 확대 논쟁 중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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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019년 국내외 당뇨병 학계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목표를 두고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당뇨병학회와 미국당뇨병학회 모두 기존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혈당조절 목표를 '유지'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대한당뇨병학회는 미국당뇨병학회보다 강력한 혈당조절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당뇨병 치료에서는 항당뇨병제인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송년기획 ① > 2019년 당뇨병 학계, 목표혈당 두고 엇갈린 韓·美

<송년기획 ②> 2019년 쓴맛 단맛 다 본 SGLT-2 억제제

SGLT-2 억제제, 차세대 심부전약·신장약으로 눈도장

올해 학계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항당뇨병제는 단연 SGLT-2 억제제다. 임상연구를 통해 항당뇨병제를 넘어 차세대 심부전약과 신장약으로서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덕분이다. 

다파글리플로진은 SGLT-2 억제제 중 처음으로 제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의 사망 또는 심부전 악화 위험을 낮추는 혜택을 DAPA-HF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이 연구는 탑라인 결과가 공개된 후 10여 일을 남겨두고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9)의 핫라인 세션에 이름을 올리며 다파글리플로진에 대한 심장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게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DECLARE-TIMI 58 연구를 근거로 지난 10월 다파글리플로진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부전 예방약으로 승인했다. 

현재 다파글리플로진에 이어 엠파글리플로진도 제2형 당뇨병을환자 등록 기준으로 설정하지 않고 심부전 환자를 모집해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이 연구에는 국내 환자도 포함됐다. 다파글리플로진처럼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된다면 심부전약으로서 SGLT-2 억제제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장약으로서의 활약도 눈에 띈다. 카나글리플로진은 CREDENCE 연구를 통해 만성 콩팥병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말기 신질환 진행을 막고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2배 이상 증가할 위험을 낮추는 혜택을 입증했다. 

연구에는 2017년 발표된 CANVAS 연구 참여자보다 신기능이 악화된 환자가 대거 포함돼, 신기능이 악화된 환자에게서 카나글리플로진의 신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FDA는 CREDENCE 연구를 토대로 카나글리플로진을 당뇨병성 신질환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9월 승인했다. 

아울러 FDA는 다파글리플로진의 DERIVE 연구를 근거로 지난 2월 다파글리플로진을 투약할 수 있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기준을 기존 60mL/min/1.73㎡ 이상에서 45mL/min/1.73㎡ 이상으로 확대했다.

현재 제약업계에서는 SGLT-2 억제제 적응증을 신기능이 중증 수준으로 악화된 환자까지 넓히고자 한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신기능이 악화된 환자를 겨냥한 SGLT-2 억제제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제1형 당뇨병 도전은 고배…급여 확대 온도차

SGLT-2 억제제의 그늘도 있었다. SGLT-2 억제제는 제1형 당뇨병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하고자 FDA 문을 두드렸지만 당뇨병성 케톤산증에 대한 우려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올해 FDA는 소타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을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보조요법으로서 승인하지 않았다. 유럽과 일본은 SGLT-2 억제제의 적응증을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보조요법으로 확대하는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이에 이번 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당뇨병연맹 학술대회 및 총회(IDF Congress 2019)에 참석한 미국 콜로라도대 Satish Garg 교수는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관리할 수 있는 이상반응"이라며 "SGLT-2 억제제의 적응증을 제1형 당뇨병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SGLT-2 억제제 급여 확대를 두고 당뇨병 전문가들의 온도차가 여전했다. 국내 학계에서는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병용 조합 시 개별 약물이 아닌 계열(class)로 묶어 급여를 적용해, 급여기준을 단순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임상연구를 통해 근거를 쌓아야 한다는 주장과 모든 임상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 게다가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은 성분명이 아닌 계열별 병용요법을 권고하지만 이는 국내 보험기준과 일치하지 않아, SGLT-2 억제제 급여 확대 논쟁으로 인한 진료현장의 혼란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GLP-1 제제, 먹는 약으로 변신 성공

GLP-1 수용체 작용제의 활약도 관전 포인트다. 주사로 투약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가 먹는 약으로 변신하면서 '최초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기존 치료로 혈당 조절이 불충분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PIONEER-2, PIONEER-8 연구에서 당화혈색소와 함께 체중 감소 혜택을 입증했다. 

특히 PIONEER-2 연구에서는 SGLT-2 억제제인 엠파글리플로진 대비 우월성을 확보했고, PIONEER-8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인슐린 치료 중인 환자에게 추가할 수 있는 항당뇨병제로 입지를 다졌다. 이에 FDA는 PIONEER 프로그램을 근거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9월 승인했다. 

또 다른 GLP-1 수용체 작용제인 리라글루타이드는 적응증이 성인에 이어 소아청소년까지 확대됐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가 참여한 ELLPISE 임상 3상에서 메트포르민과 병용 시 당화혈색소를 의미 있게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이 연구를 계기로 FDA는 지난 6월 리라글루타이드를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치료제로 승인했다. 메트포르민이 2000년에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치료제로 승인받은 데 이어 약 20년 만에 새로운 치료옵션이 등장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비만한 소아청소년이 늘면서 제2형 당뇨병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울러 학계에서는 리라글루타이드에 이어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등 다른 항당뇨병제도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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