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콩팥병 미네랄 뼈질환 치료전략 어떻게 달라졌나]
정윤철 대한투석협회 이사장

정윤철 대한투석협회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신장투석 치료를 받는 만성콩팥병(CKD) 환자의 5년과 10년 생존율은 각각 70%와 50% 이하로 보고된다. 이처럼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일반인에 비해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CKD 환자의 치료전략을 제시하는 국제신장학회(KDIGO)의 가이드라인 변화도 이끌어냈다. KDIGO는 칼슘계 인결합제가 되레 혈관석회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요 연구결과를 2017년판 가이드라인에 반영, 비칼슘계 인결합제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은 국내 급여기준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개정 가이드라인과 급여기준은 국내 임상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대한투석협회 정윤철 이사장(분당제생병원)은 "국내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 CKD 환자에게 인(phosphorus)은 어떤 역할을 하나.

뼈의 주성분인 인은 일반인의 경우 과잉섭취 시 잉여분이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하지만 CKD 환자는 신장 기능이 저하돼 있어 인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체내에 누적돼 뼈의 이상을 가져온다.

특히 최근에는 불필요한 인이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아 발생하는 혈관석회화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인이 체내에 축적될수록 혈관을 석회화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인이 체내에 쌓이면서 동맥경화, 협심증, 심뇌혈관질환 등을 유발하고, 이는 실제 CKD 환자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기도 하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17년 신장투석 환자의 사망원인 33.7%는 심장질환이었고, 혈관질환으로 사망한 환자는 11.4%였다. 또 예전에는 CKD 환자의 뼈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신성골이영양증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CKD-MBD(CKD-미네랄뼈질환)에 주목하고 있다.
 
- CKD 환자에게 인결합제는 필수인 것 같다.

CKD 환자에게 인결합제는 필수다. 신장투석만으로 체내에 축적된 인을 모두 배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CKD 환자는 신장 투석, 인결합제 복용, 식이조절 등을 병행해야 한다. 이는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을 섭취하면 40%는 체내에서 배출되지만, 신장을 통해 인을 배출할 능력이 부족한 CKD 환자는 일주일에 3회 정도 신장투석을 통해 인을 배출하고, 남은 인은 인결합제를 사용해 조절해야 한다. 물론 인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인 섭취 조절로 인해 영양섭취도 부족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CKD 환자 절반 가까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
칼슘계 인결합제는 혈관석회화 유발
국제신장학회, 비칼슘계 제제 권고
 

국내 급여기준서 ‘칼슘-인 수치의 곱 충족’ 삭제
임상현장 패러다임도 발빠르게 변화

- 최근 인결합제 보험급여 기준에 변화가 있었다.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인 수치가 5.5mg/dL 이상이면서 칼슘-인 수치의 곱(Ca×P)이 55mg2/dL2 이상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보험급여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칼슘-인 수치의 곱 충족이 급여기준에서 사라졌다. 즉 인 수치만으로 보험급여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하나는 앞선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보험급여가 가능하다 보니, 환자를 검사한 후 상태가 호전되면 되레 인결합제를 처방하지 못해 투약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이를 감안해 현재는 인 수치가 5.5mg/dL 이상이면 인결합제 투약을 시작할 수 있고, 4.0mg/dL 이상이면 꾸준히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인결합제는 비칼슘계, 칼슘계, 알루미늄계가 있다. 비칼슘계 인결합제의 장점을 꼽자면.

처음에는 인을 결합하는 능력이 가장 강한 알루미늄계 인결합제를 많이 처방했다. 그러나 알루미늄계 인결합제는 뇌질환, 빈혈 등 부작용이 있고 뼈질환도 발생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후 칼슘계 인결합제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구를 해 보니 칼슘도 체내에 축적되면 인처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등 환자의 예후를 좋지 않게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KDIGO 가이드라인에서도 칼슘계 인결합제 사용을 자제하자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반면 비칼슘계 인결합제는 알루미늄계와 칼슘계 인결합제가 갖고 있는 부작용이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는 임상 현장 처방패턴의 변화를 예고했고,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됐다.

- CKD-미네랄뼈질환(MBD) 영역에서 남은 과제가 있다면.
CKD 환자의 뼈질환을 보다 정확히 검사할 수 있는 마커를 개발하는 게 숙제다. 뼈 질환은 조직검사가 가장 정확하지만, 환자에게 조직검사를 시행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이 때문에 혈액검사를 통해 칼슘, 인 등의 수치로 뼈질환의 정도를 확인하고 있지만, 그 정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수준은 아니다. 조직검사를 대체할 수 있고 조직검사 결과와 가까운 마커 개발이 필요하다.
 
- 대한투석협회 내부적인 이야기도 듣고 싶다.
의료급여환자 정액수가가 여전히 이슈다. 최근 정부에서 정액수가를 1만원 인상했지만, 이는 아직도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정액수가 안에서 투석 등 의료행위와 처방 등 투약까지 모두 이뤄져야 하는데 수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압박을 받고 있고 더 좋은 약이 있는데도 싼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급여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무장병원 문제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사무장병원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환자들을 통해 전해듣곤 한다. 특히 사무장병원에서 치료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내원했을 때 돈 때문에 환자를 이렇게 망쳐놨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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