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PT 기간 두고 힘 실리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DAPT 기간 두고 힘 실리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1.16 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의대 박경우 교수팀 연구 결과, 동양인 DAPT 길어지면 출혈 위험 ↑
박경우 교수 "모든 환자에게 천편일률적 DAPT 기간 적용 어려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같은 항혈소판요법이라도 동양인과 서양인의 임상적 혜택 및 위험이 다르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의대 박경우 교수팀(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양인은 서양인과 비교해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 후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기간이 길어질수록 허혈성 사건 예방 혜택보다 출혈 발생 위험이 커졌다(Thromb Haemost 2019;119(1):149-162).

이에 따라 임상에서는 환자별 허혈성 사건 및 출혈 발생 위험을 평가해 개별화된 DAPT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란?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란 동양인은 항혈소판제 치료 시 임상적 효과 및 안전성에서 서양인과 차이를 보인다는 가설이다. 2012년 경상의대 정영훈 교수(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가 세계 최초로 주장했다.

가설이 제기된 이유는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간에서 체내 약물 분해 시 작용하는 효소인 CYP2C19 중 대사 저하 유전형 CYP2C19*2, CYP2C19*3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CYP2C19*2와 CYP2C19*3는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 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고혈소판 활성도(high on-clopidogrel platelet reactivity)'와 유의하게 관련됐다. 고혈소판 활성도를 가지면 스텐트 혈전증 또는 심혈관사건 발생과 관련있다고 보고된다.

서양인은 CYP2C19 중 대사 저하 유전형이 25% 정도 관찰되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인에서는 60~65%로 서양인보다 비율이 높다. 이에 한국인은 클로피도그렐에 대한 반응이 서양인보다 상당히 감소됐다(대한내과학회지. 제85권 제1호 2013). 

이러한 차이를 토대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됐고, 2014년 세계심장협회(World Heart Federation)는 "동양인과 서양인은 항혈소판제 치료 시 혈전성 사건 발생 및 출혈 위험이 다르다는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면서 "PCI를 받은 동양인은 허혈성 및 출혈성 사건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혈소판 활성도(on-treatment platelet reactivity)의 치료 범위(therapeutic window)를 서양인과 다르게 적용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인종 간 차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Glob Heart 2014;9(4):457-467).

RCT '랜드마크' 분석…DAPT 연장군 vs SAPT군 '사건 발생 위험비율' 평가

박경우 교수팀 연구도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출혈 위험은 높고 허혈성 사건 위험은 낮을 수 있다는 가설에서 시작됐다. 

연구에는 PCI 후 DAPT 기간에 따른 임상적 혜택 및 위험을 평가한, 동양인 대상 연구 △EXCELLENT △RESET △DES-LATE와 서양인 대상 연구 △PRODIGY △OPTIMIZE △SECURITY △ITALIC 등 7가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가 포함됐다. 

총 1만 6518명 환자가 분석에 포함됐다. 동양인은 8605명, 서양인은 7913명이었다. 1차 허혈성 사건 종료점은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으로, 1차 출혈 종료점은 주요 출혈 사건으로 설정했다.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새로운 두 가지 개념을 도입해 DAPT 기간에 따른 인종 간 차이를 비교·평가했다는 점이다. 

먼저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이 3, 6, 12, 24개월 등 서로 다른 DAPT 기간을 적용하고 있어, 연구간 차이를 보완하고자 '랜드마크 분석(landmark analysis)'을 활용했다. 랜드마크 분석이란, 특정 시기(랜드마크) 이후에 발생한 사건만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7가지 RCT 연구에서 공통으로 DAPT를 진행하는 동안 발생한 사건을 모두 제외하고 이후 발생한 사건만을 확인, DAPT 기간을 연장한 환자군(DAPT 연장군)과 단일항혈소판요법(SAPT)으로 치료전략을 바꾼 환자군(SAPT군)의 1차 종료점 발생률을 500일(중앙값)간 추적관찰했다. 

이와 함께 개별 환자의 허혈성 및 출혈 위험을 모두 고려하고자 출혈 위험도를 허혈성 위험도로 나눈 '사건 발생 위험비율(probability risk ratio, 출혈 위험도/허혈성 위험도)'을 적용했다. 개인에 따라 허혈성 및 출혈 위험이 다르기에 이를 따로 비교하는 것은 부정확하지만, 각 환자의 허혈성 및 출혈 위험을 계산해 그 비율을 비교하면 개인 편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DAPT 기간 연장한 동양인, 주요 출혈 위험 약 3배 ↑

추적관찰 동안 허혈성 사건 발생률은 동양인 0.8%, 서양인 1.8%로 동양인에서 발생 위험이 약 52% 낮았다(HR 0.487; 95% CI 0.341~0.697; P<0.001). 주요 출혈 발생률은 동양인 0.6%, 서양인 0.3%였고, 동양인의 주요 출혈 발생 위험은 서양인 대비 2.26배가량 높았다(HR 2.262; 95% CI 1.217~4.204; P=0.010).

500일(중앙값) 추적관찰 동안 1차 종료점 발생률.
▲500일(중앙값) 추적관찰 동안 1차 종료점 발생률.

이어 DAPT 기간에 따른 1차 종료점 발생률을 평가한 결과, 동양인의 주요 출혈 발생률은 DAPT 연장군, 0.9% SAPT군 0.4%로 DAPT 기간 연장 시 출혈 위험이 2.843배 상승했다(HR 2.843; 95% CI 1.474~5.152; P=0.002). 

이와 달리 서양인은 DAPT 연장군 0.4%, SAPT군 0.2%로 DAPT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출혈 위험이 의미 있게 증가하지 않았다(HR 1.375; 95% CI 0.523~3.616; P=0.523). 

허혈성 사건 발생 위험은 DAPT 기간을 연장한 동양인, 서양인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동양인: DAPT 연장군 0.8% vs SAPT군 0.9%; HR 0.939; P=0.80, 서양인: 1.7% vs 1.8%; HR 0.976; P=0.896). 

인종간 DAPT 기간에 따른 1차 종료점 발생률.
▲DAPT 기간에 따른 1차 종료점 발생률.

사건 발생 위험비율은 동양인이 0.66으로 서양인(0.15)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출혈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사건 발생 위험비율이 1 이상으로 허혈성 사건 위험보다 출혈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DAPT 연장군 중 동양인 51.6%, 서양인 0.7%로 조사됐다. 반면 SAPT군에서는 동양인 12.8%, 서양인 0.1%로, 동양인은 DAPT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을 때 출혈 가능성이 적었다.  

"천편일률적 DAPT 기간 적용 어려워…개별화된 위험 평가해야"

이번 연구는 동양인의 DAPT 기간이 길어진다면 허혈성 사건 예방에는 큰 효과가 없지만 출혈 위험이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경우 교수는 "연구를 통해 PCI를 받은 환자에서 DAPT 기간에 따라 동양인과 서양인의 허혈성 사건 및 출혈 발생 위험이 다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에 힘을 싣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DAPT 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박 교수는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모든 환자에게 천편일률적인 DAPT 기간을 적용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명확한 것은 과거보다 의료기기 질이 향상됐고 고지혈증, 당뇨병 조절 등이 강조되고 있기에 필수로 진행하는 DAPT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Antonio Greco 교수는 논평을 통해 "동양인은 서양인과 비교해 DAPT 시 출혈 위험이 높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면서 "동양인을 대상으로 최적 DAPT 치료전략을 분석한 연구가 부족해 임상에서 환자 관리가 쉽지 않다. 현재로서 최상의 DAPT 치료전략은 허혈성 사건 또는 출혈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DAPT 용량 및 기간을 개별적으로 평가해 적용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영훈 교수는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장기간 DAPT의 혜택이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서양 가이드라인은 서양인을 대상으로한 데이터만을 가지고 제작하기에 동양인에게 적용하기란 어렵다. (동아시아) 임상에서는 개별화된 위험을 평가해 항혈소판요법을 진행해야 한다. 예로 DAPT를 6개월 또는 1년간 진행했음에도 혈액응고 수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더 강한 P2Y12 억제제를 쓰는 등의 전략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심장 전문가들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또는 PCI를 받은 동양인 환자에게 항혈소판요법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을 제작하고 있다. 현재 논문 투고 중으로, 올해 합의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