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의전원 이건세 교수, "복지부, 현실적인 커뮤니티케어 그림 짜야"

▲ 19일 열린 한국만성기의료협회 추계세미나에서 건국대의학전문대학원 이건세 교수가 복지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10월 말 보건복지부가 발표를 앞두고 있는 커뮤니티케어가 기존 패러다임은 바꾸지 못하고, 일본의 앞선 모델만 가져오려 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이 지적은 복지부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이건세 교수의 말이라 상황은 좀 더 심각해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 3월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사회보장위원회에 각 분야 전문가로 짜여진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장 전문가 포럼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10월 말 커뮤니티케어의 단계적 추진방향 등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가고, 2026년까지 커뮤니티케어 제공기반을 완전하게 구축한다는 게 복지부의 계획이다. 

그런데 복지부의 이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복지부와 전문가위원회 사이의 파열음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교수는 "복지부는 조직과 예산 등을 정해 놓고 내년에 일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라 속도를 내는 상황이고,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보면서 큰 그림을 짜야한다는 입장이라 이견이 있다"며 "복지나 의료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10월 커뮤니티케어 발표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9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만성기의료협회 추계 세미나에서도 이 교수의 우려가 이어졌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 교수는 현재 정부가 준비하는 커뮤니티케어에는 큰 그림이 없고, 기존의 사업을 끌어다놨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제대로된 커뮤니티케어를 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케어는 노인 전반을 대상으로 전략을 짜야 하는데, 여전히 과거처럼 읍면동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복지부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커뮤니티케어가 처음에는 복지 중심이었다 최근 의료가 보강되는 등 계속 달라지고 있다. 정부 발표가 10월말 나올지 안 나올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걱정하는 것은 복지부가 우리나라보다 20년이나 앞선 일본의 커뮤니티케어의 모델을 시행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택의료, 퇴원서비스, 사는 곳 가까이서 상담받는 케어통합창구 운영, 민간과 공공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지역케어회의 등이다.   

재택의료는 입원이 필요하지 않으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게 복지부 계획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는 지역사회 인프라가 너무 없다. 보건소만으로는 커뮤니티케어를 할 수 없다. 일본은 건강보험과 개호보험이 서로 링크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보건의료와 복지를 연계할 수 없어 대상자 선정은 물론 서비스도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는 왕진 정도의 개념이 있을 뿐, 재택의료의 개념이 확장돼 있지 않다. 그런데 커뮤니티케어를 하면서 재택의료를 한다고 하면 누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사가 요양시설이 아닌 곳에서 진료하려면 의료법도 바꿔야 하고, 실제 제대로된 재택의료를 제공하려면 의사와 간호사 등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퇴원 서비스와 케어통합창구, 지역케어회의를 꿈꾸는 복지부에도 쓴소리를 했다. 

이 교수는 "일본도 퇴원 서비스 정착을 위해 10년이나 공을 들였다. 퇴원 후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연결경로를 설정해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최소화한다는 뜻은 좋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당장 병원에서 퇴원 계획서를 작성해달라고 하면 누가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케어통합창구는 그림은 거창한데 정작 문제해결은 되지 않고 상담하는 기능에서 머무를 것"이라며 "지역케어회의는 20년 후에나 작동될 수 있는 기전"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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