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IC 2018] 성별 고려한 기준 적용하면 '정상' 진단받은 여성 '경도인지장애'로 분류

성별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Pauline M. Maki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언어기억검사(verbal memory test)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여성은 성별을 보정한 진단 기준 적용 시 경도인지장애로 분류됐다. 뿐만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남성 역시 성별을 보정한 기준에서 정상군으로 재분류됐다.

이 같은 결과는 병리학적 진단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나, 성별을 보정한 언어기억검사가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를 높일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언어기억검사는 나이, 교육 수준 등만 보정해 알츠하이머병을 확인하고 있기에 이번 결과에 따라 성별을 보정한 진단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2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 콘퍼런스(AAIC 2018)에서 베일을 벗었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요인은 성별에 따라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예로 조기에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여성은 인지장애 또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70%가량 증가한다고 보고된다. 난소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트로겐이 수술로 인해 생성되지 않아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 ApoE 유전자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강력한 알츠하이머병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남녀 간 알츠하이머병 위험요인이 다르기에, 연구팀은 같은 진단 기준을 적용했을 때 진단상 오류가 없는지를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프로그램(Alzheimer's Disease Neuroimaging Initiative) 데이터를 토대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병리학적 소견이 같은 남성과 여성의 언어기억검사 결과를 비교한 결과, 여성의 결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팀이 성별을 보정한 진단 기준을 적용했고, 여성 6%(746명 중 72명)가 정상군에서 경도인지장애로, 남성 10%(941명 중 96명)가 경도인지장애에서 정상군으로 재분류됐다.

연구팀은 진단 정확도를 판단하기 위해 이들의 대뇌피질 부위에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확인했다. 

그 결과, 정상군에서 경도인지장애로 재분류된 여성의 뇌에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병리학적 소견이 확인됐다. 아울러 경도인지장애에서 정상군으로 분류된 남성의 뇌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을 진단 내릴 수 있는 병리학적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Maki 교수는 "남성과 여성 모두 성별을 보정한 언어기억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을 초기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며 "성별을 고려한 진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알츠하이머병 진단 시 단어 네 가지를 기억하는지를 평가하지만, 이를 여성은 다섯 가지, 남성은 세 가지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 Medical and Scientific Council의 Susanne Craft 박사는 "여성은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언어기억이 좋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에 저항적일 수 있다. 결국 환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이번 연구 결과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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