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IC 2018] 대규모 역학연구 결과, 자녀가 3명 이상이고 유산 경험 없으면 치매 위험 낮아

여성의 치매 위험이 출산력과 유산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규모 역학연구 결과, 출산한 자녀가 3명 이상이고 유산 경험이 없는 여성일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낮았다.  

게다가 첫 월경나이, 자연폐경 시기 등과 같은 여성의 생식능력(reproductive history)이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2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 콘퍼런스(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2018, AAIC 2018)에서 발표됐다.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북부캘리포니아 Paola Gilsanz 교수팀은 카이저 퍼머넌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1964~1973년에 태어난 40~55세 여성 총 1만 4595명을 분석했다.

이들의 건강 관련 정보는 1996~2017년 의무기록을 통해 확인했다. 자녀가 3명 이상인 여성은 약 50%를 차지했고, 4명 중 3명이 유산을 최소 1회 경험했다. 여성이 처음 월경을 시작한 시기부터 자연폐경까지의 평균 기간은 34년이었다. 

추적관찰 동안 전체 여성 중 36%에서 치매가 발병했다.

먼저 연구팀은 출산력 또는 유산 경험에 따른 치매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자녀가 3명 이상인 여성은 단 1명인 이들보다 치매 위험이 12% 낮았다(HR 0.88; 95% CI 0.81~0.95). 체질량지수(BMI), 뇌졸중 과거력 등의 위험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이 같은 연관성이 나타났다.

유산 경험에 따른 치매 위험도 달랐다. 인종, 나이, 교육 수준, 건강 상태 등의 차이를 감안한 치매 위험은 유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유산을 1회 이상 경험한 여성과 비교해 20% 낮았다(HR 0.80; 95% CI 0.73~0.89).

뿐만 아니라 자녀가 3명 이상인 여성 중 유산 경험이 없는 이들의 치매 위험은 유산을 최소 1회 경험한 여성보다 28%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HR 0.72; 95% CI 0.62~0.83).

이어 연구팀은 생식능력과 치매 위험의 연관성을 평가했고, 최종적으로 월경 시작 시기가 늦을수록 자연폐경 시기가 빠를수록 치매 가능성이 상승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첫 월경나이가 16세 이상인 여성은 13세였던 이들보다 치매 위험이 1.31배(HR 1.31; 95% CI 1.05~1.62), 45세 전 자연폐경을 겪은 여성은 이후에 겪은 여성 대비 1.28배 높았던 것(HR 1.28; 95% CI 1.14~1.44).

이와 함께 처음 월경을 시작한 시기부터 자연폐경까지의 기간이 21~30년인 여성은 38~44년으로 상대적으로 긴 여성보다 치매 위험이 1.33배 증가했다(HR 1.33; 95% CI 1.11~1.58). 이 기간이 1년씩 늘어날수록 치매 위험이 2% 줄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HR 0.98; 95% CI 0.97~1.00).

연구를 진행한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북부캘리포니아 Paola Gilsanz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식능력이 여성의 치매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한 첫 대규모 역학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며 "아울러 이번 연구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여성의 인생 전반에 걸쳐 뇌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특히 유산 위험이 낮은 여성일수록 신경을 보호하는 호르몬 환경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여성의 치매 발병에 호르몬 변화와 함께 다른 요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 Michelle Mielke 박사는 "임신 기간 중 호르몬 변화가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이와 함께 임신 기간에 나타난 혈관 및 면역학적 변화 등과 같이 다른 잠재적 요인으로 인해 치매 위험이 높아졌을 수 있다. 향후 치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에 대한 메커니즘 관련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제알츠하미어병협회 Heather Snyder 전문이사는 "자녀가 많은 여성일수록 한 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좋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자녀가 많은 여성에서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이 향상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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