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까지는 심혈관 사건 17% 감소 15년째에서는 못낮춰

 

전 세계 당뇨병 전문가가 기다려왔던 VADT 15년 관찰 연구가 지난 미국당뇨병협회 연례학술대회(ADA)에서 공개됐다. 그 결과10년 연구와 달리15년 연구에서는 레거시 효과(legacy effect)가 나타나지 않았다.

레거시 효과는 고혈당 발생 시 발현되는 일련의 체내 세포단백질 이상반응이 기억으로 고착돼 향후 합병증 이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다.

반대로 말하면 조기에 혈당을 안정적으로 잡으면 체내 대사세포가 기억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그 효과를 유지한다고해서 대사기억(metabolic memory)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레거시 효과를 입증한 대표적인 연구는 UKPDS 연구다. 이 연구에서 조기에 적극적으로 혈당을 관리한 군은 10년 뒤와 20년뒤 단순 생활습관개선군에 비해 미세혈관 합병증, 심증경색증,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세부적으로 10년 연구에서 적극적인 혈당 조절군의 미세혈관 합병증이 생활습관 개선군보다 25% 덜 발생했고 사망률도 36% 줄였다. 또 20년쩨에서는 미세혈관합병증 발생위험이 24% 낮았고, 사망률도 27% 감소했다.

이를 놓고 많은 전문가는 당뇨병 환자의 조기 및 적극적 혈당조절 성과의 잠재적 유익성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VADT 15년째 연구에서는 이러한 일관적 신호가 나타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VADT 연구는 1791명의 당뇨병 조절이 되지 않은 고령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혈당조절과 표준치료를 한 후 심혈관 합병증 발생을 관찰한 연구이다.

지난 2009년에 5년 추적 관찰 결과가 공개됐는데 이 때 주요 심혈관 사건과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추가로 5년 더 추적관찰한 결과에서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17%나 줄었다. 단 사망률 개선은 없었다.

이를 두고 많은 연구자는 초기 5년간 집중적인 혈당 조절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은 그로부터 10년 정도가 지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령 당뇨병 이력이 있는 환자도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레거시 효과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막상 15년 연구에서는 또 다시 원점으로 돌어왔다.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과 심혈관 사망률 모두 차이가 없었다(HR 0.91; 95% CI, 0.78 -1.06; .(HR, 0.94, 95 % CI, 0.73-1.20)

이 연구를 주도한 맥마스터의대 Hertzel C. Gerstein 교수는 미국당뇨병협회 학술대회에서 "10년 연구에서는 17% 심혈관계 합병증 개선이 나타났지만 15년 연구에서는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강력한 혈관 조절의 기대효과가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새로운 근거"라면서 "이번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혈당조절은 환자 개별적 맞춤형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고령에 이미 당뇨병을 10년 이상 앓아온 만큼 환자에 따라 적극적인 혈당조절 효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연구자는 환자의 성별이 한쪽으로 집중된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연구 대상은 미국 국가보훈처 등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전체 환자의 97%가 남성 당뇨병 환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결과가 여성에서도 그대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한편 인제의대 박정현 교수(부산백병원 내분비내과)는 VADT 연구 결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나온 논문을 봐야하겠지만서도 환자군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UKPDS 연구와 달리 VADT 연구에 참여한 환자는 이미 당뇨병을 10년 이상 앓는 환자들이었다"면서 "이 뜻은 결국 뒤늦게 혈당을 조절한다고 해서 혈관 합병증 효과를 크게 낮출수는 없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또 "당뇨병을 10년 이상 앓아온 만큼 심혈관 합병증이 시작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상태에서도 레거시효과도 나타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VADT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당뇨병 평균 유병기간은 11.5년이다. 모집단의 연령도 60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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