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가능한 위험인자 관리에 전력을…혈전과도 전쟁 필요

 

혈관질환 위험인자
이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가 바로 고혈압, 지질이상, 고혈당, 비만, 흡연 등이다. 이들 외에도 유전적 배경이나 노화까지 합쳐져 혈관이 녹슬고 딱딱해지며 기름이 끼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며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가 초래되는데, 이를 죽상경화증이라 하며 심혈관질환의 기저병태로 작용한다. 결국 혈관질환은 혈관벽에서 지방선조 - 섬유성 경화반 - 불안정형 경화반으로 이어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을 거쳐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심혈관 원인 사망 등의 심혈관사건을 통해 일생을 마치는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갖고 있다.

혈관벽에 경화반이 축적돼 협착이 진행되면 혈류를 저해하게 되고, 이는 곧이어 저혈류 혈관폐색으로 이어진다. 또 경화반이 파열될 경우 혈전이 발생하고, 이것이 혈류를 흘러가 뇌혈관이나 관상동맥을 막아버리면 혈전색전성 사건으로 치닫게 된다. 따라서 혈관질환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죽상경화증의 초기단계 또는 발생 이전에 위험인자들의 작용을 원천적으로 봉쇄 및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노화나 유전적 배경 등은 교정이 불가능한 인자들이다. 때문에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지질이상, 고혈당, 비만 등의 치료목적은 광범위한 측면에서 혈관질환을 막는 것이다.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경동맥질환, 동맥경화성 혈관질환, 말초혈관질환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고혈당과 심혈관질환
김효수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혈당이 높을 경우 체내 단백질이 당화(glycation)된다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단백질의 기능이 상실돼 세포나 조직 및 기관의 기능장애가 유발되는데, 이러한 문제가 혈관에 누적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죽상경화증이 야기되고 최종적으로는 심장이나 뇌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혈당을 정상화시키면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과정의 출발 자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인 대혈관합병증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혈당 - 죽상경화증 -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초기단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혈당관리를 철저하게 했을 때 심혈관 아웃컴이 호전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단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뒤따른다. 당뇨병 초기에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는(뒤늦게 혈당조절에 임했을 경우) 궁극적인 대혈관 합병증 예방효과를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뇨병 이환기간이 오래됐다는 것은 죽상경화증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혈당조절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단시간에 상황을 역전시키기가 힘들다. 죽상경화증 진행의 결과인 경화반 파열과 이로 인한 혈전이 심장과 뇌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아웃컴을 돌이키기에는 많이 늦었다는 것이다. 반면 당뇨병 초기단계에서 정상인 수준에 가깝게 혈당을 조절할 경우, 이 죽상경화증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올 1월 발표한 고혈당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통해 혈당조절과 심혈관질환 예방의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제2형 당뇨병 관리에 있어 혈당조절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혈당조절은 항상 심혈관 위험인자의 종합적인 관리(comprehensive cardiovascular risk factor reduction program)의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에는 혈당조절 외에 금연, 건강한 식생활습관, 혈압조절, 지질관리, 항혈소판요법 등이 포함된다. 이는 혈당조절의 긍극적인 목표가 심혈관질환으로 대변되는 혈관합병증 예방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목표달성을 위해 동반 위험인자에 대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지질과 혈압의 레거시효과
지질이상과 고혈압 역시 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반드시 조절돼야 하는 사전과제다.⑤ 최근에는 혈당에 이어 지질과 혈압에서도 초기의 집중조절을 통해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개선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레거시효과(legacy effects)가 보고되고 있어 주목된다. UKPDS(혈당)에서 ASCOT·WOSCOPS(지질)⑥, ADVANCE(혈압)에 이르기까지 초기의 4~5년 집중치료 혜택이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유지되는 결과가 관찰돼 왔다.

이는 죽상경화증의 조기차단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즉 죽상경화증이 발현되고 악화되기 이전부터 혈관질환 위험인자가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일찌감치 다스려 둬야 궁극적인 심혈관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혈전치료
혈관질환에 있어 혈압·지질·혈당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혈전과 색전이다.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혈관질환, 동맥경화성 혈관질환 모두에서 혈전색전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심근경색증, 뇌졸중, 폐색전증 등은 혈전색전증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며 사망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위험군 환자에서 항혈소판 또는 항응고요법을 통한 사전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스피린, P2Y12 억제제, 실로스타졸, 와파린, NOAC(신규 경구 항응고제) 등이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 주요한 전략으로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항혈전요법은 출혈위험을 고려한 위험 대비 혜택의 극대화를 위해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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