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에 '유산 효과'는 진실인가 오해인가
당뇨병에 '유산 효과'는 진실인가 오해인가
  • 주윤지 기자
  • 승인 2020.09.21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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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DM 2020] 미국 당뇨병 전문가, 심혈관질환 동반 당뇨병에 유산 효과는 "글쎄"
엇갈린 추적관찰 연구결과들에 따라 '연구 기반'보다 '환자 맞춤' 치료 강조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에 따라 특정 환자를 제외하고 당뇨병에서 '유산 효과(legacy effect)'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산'은 앞세대가 남기는 사물 또는 문화를 뜻한다. 의학적인 맥락에서 유산 효과는 지정된 기간에 약물치료를 집중적으로 하면 약물치료를 중단한 후에도 몸이 집중치료를 기억해 약물의 효과가 남는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Neda Laiteerapong 교수

미국 시카고대학교 Neda Laiteerapong 교수(내과)는 ADVANCE, ACCORD, VADT 등의 추적관찰 연구결과를 검토한 결과, 심혈관질환(CVD)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유산 효과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Laiteerapong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스타틴, 혈압제, 금연 등이 굉장히 효과적이기 때문에 (집중적 혈당 치료로 생기는) 유산 효과는 없을 수 있다"면서 "유산 효과가 있다면 혈관계가 '젊은' 환자에게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추가 연구의 추적관찰 데이터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요약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 18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대한당뇨병학회 연례 국제학술대회 'ICDM 2020'에서 발표됐다.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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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에서 유산 효과라는 개념은 당뇨병 환자의 집중적인 혈당치료를 하면서 먼저 관찰돼 이후 이상지질혈증에 보고되고 고혈압에서도 연구되고 있다. 

중재법을 중단해도 몸이 장기적 집중치료를 "기억"한다는 유산 효과는 2005년 의학저널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DCCT 연구결과에서 처음 관찰됐다. 

DCCT 연구는 제1형 당뇨병 환자 1441명이 집중치료 또는 표준치료를 받도록 두 그룹으로 나눴다. 집중치료는 1일 3회 이상의 인슐린 투여를 지칭했으며 1일 혈당 목표는 엄격하게 설정됐다(식전 70~120mg/dL, 식후 최고수준 180mg/dL). 표준치료는 1일 1~2회 인슐린 투여로 정의됐으며 고혈당·저혈당 증상을 예방을 위한 혈당 외에 지정된 혈당 목표는 없었다. 

미국 연구팀은 1983년부터 당뇨병 치료를 평균 6년 반 받은 환자를 17년 동안 추적관찰했다. 17년 동안 두 그룹에서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사건 발생률을 확인했다. 

그 결과, 집중치료군 31명에서 심혈관질환 사건 46건이 발생하는 반면 표준치료군 52명 중 심혈관질환 사건 98건이 발생했다. 분석 결과, 집중치료는 표준치료에 비해 모든 심혈관질환 사건 위험을 42% 줄였다. 이에 연구팀은 "제1형 당뇨병 환자에 집중적인 치료는 심혈관질환 위험에 장기적 혜택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후 2008년 NEJM에 발표된 UKPDS-10년 추적관찰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집중치료가 치료를 중단한 후 10년까지 심혈관질환 혜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UKPDS-10년은 제2형 당뇨병 환자 4209명을 포함했으며 표준치료(식이요법)와 집중치료(설포닐유레아, 인슐린; 비만 환자는 메트포르민)를 비교했다. 

이렇게 2000년대 초반 DCCT, UKPDS 연구는 당뇨병 치료에서 유산 효과를 관찰했지만 이후 ACCORD, ADVANCE, VADT-F 추적관찰 연구들은 당뇨병 환자에 집중치료를 시행하면 유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보고했다.  

2008년 NEJM에 발표된 ACCORD 연구는 평균 62세인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 251명을 집중치료(당화혈색소 목표<6.0%) 또는 표준치료(당화혈색소 목표 7.0~7.9%)를 받도록 설정했다. 환자 62%는 남성, 35%는 이전에 심혈관 사건 병력이 있었다. 연구팀은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검토했다. 그 결과, 1년 시점에 집중치료군과 표준치료군은 각각 당화혈색소 목표인 6.4%와 7.5%는 도달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심혈관 사건 발생률은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지만 집중치료군에서 257명이 사망했다. 이는 표준치료군에서 사망한 203명보다 높았으며 분석 결과, 표준치료에서 사망할 위험이 22% 더 컸다(HR 1.22, 95% CI 1.01~1.46, P=0.04). 이에 연구팀은 집중치료군에 높은 사망률을 발견하면서 평균 3.5년 추적관찰 시점에서 집중치료를 중단했다. 

이어 2016년 미국당뇨병학회 학술지에 실린 ADVANCE-ON 연구는 2008년 발표된 ADVANCE 연구 참여자를 추적관찰해 집중치료가 사망률 또는 대혈관 사건 발생률을 낮추는지 검토했다. 그 결과, 혈당 집중치료는 사망 또는 대혈관 사건 발생에 관해 장기적 혜택을 제공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작년 NEJM에 발표된 VADT-F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 집중치료와 관련된 유산 효과나 생존 혜택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근거로 기반해 전문가들은 유산 효과에 관한 토론을 이어왔지만, 이에 대한 확정적인 정답이 없는 상태다. 다만 이들은 현재 근거에 따라 당뇨병 치료를 '연구 기반'이 아닌 '환자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즉 집중치료로 혜택받는 환자군은 물론 있겠지만 환자를 고려하지 않고 집중치료를 시행하는 것보다 맞춤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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