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하트팀, 수술 위험도·임상양상 등 고려해 TAVI 또는 SAVR 결정해야”

▲ 고대 안암병원 의료진이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을 시행하고 있다.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고위험군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aortic stenosis) 환자에게 시행되던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TAVI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세계적으로 TAVI를 적용할 수 있는 환자군의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지난해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는 TAVI를 수술 중간 위험군에게도 시행할 수 있다는 ‘성인 판막성 심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판막질환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Circulation 2017;135(25):e1159-e1195).이어 유럽심장학회(ESC)·심장흉부외과협회(EACTS)도 심장판막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 TAVI를 수술 중간 위험군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Eur Heart J 2017;38(36):2739-2791).그러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시행할 치료는 수술 위험도만을 평가해 결정 내릴 수 없다. 수술 중간~고위험군일지라도 환자 임상양상, 선호도 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치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이에 ESC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치료에 '하트팀(heart team)'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개별 환자에 따른 맞춤 치료전략이 필요하기에, 하트팀 내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열띤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하트팀 역할이 중요한 이유?…“수술 위험도만으로 치료 결정할 수 없어”TAVI 또는 SAVR 치료 결정 시 하트팀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은 단순히 수술 위험도만을 평가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현재 임상에서는 수술 위험도 평가에 미국흉부외과학회(STS) 점수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 심장수술(open heart surgery)을 기반으로 한 평가 기준으로, SAVR 치료 결정에는 유용할지라도 TAVI에 대해서는 기준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이에 하트팀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수술 위험도와 함께 환자의 임상양상, 환자 선호도를 고려해 어떤 치료를 선택할지, 어떤 경로를 통해 접근할지 등을 논의한다.그과정에서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하기에 하트팀은 심장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학과 등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TAVI 또는 SAVR 중 최적의 치료가 무엇인지를 의논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치료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이를 반영해 ESC는 STS 점수를 기준으로 수술 저위험군에게 SAVR, 수술 중간·고위험군에게 TAVI를 권고하면서도, 환자의 임상양상, 동반된 합병증 등에 따라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가 달라질 수 있다며 하트팀의 협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수술 중간~고위험군, 시술 적합성 및 위험 대비 혜택 고려해 치료 결정

ESC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하트팀의 역할을 강조했다면 실제 임상에서 하트팀의 다학제적인 협진이 필요한 환자군과 하트팀이 고려해야 할 평가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게 된다.

이에 영국 왕립대학병원 Olaf Wendler 교수는 ESC 가이드라인을 실제 임상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 ESC에서 발표하는 E-journal of Cardiology Practice 2월 7일자에 실린 논평을 통해 제시했다.

먼저 그는 수술 위험도를 예측할 때 사용되는 STS 점수가 4% 미만, logistic EuroSCORE I가 10% 미만으로 수술 저위험군이라면 SAVR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수술이 어려워 TAVI를 받아야 하거나 수술 위험도가 높은 환자라면 하트팀이 논의를 거쳐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논의 과정에서는 ESC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관리 알고리듬'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알고리듬에서는 증상이 있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았고 수술 중간~고위험군이며 환자에게 TAVI를 고려할 수 있다면, 하트팀이 시술 적합성 및 위험 대비 혜택 등을 논의해 최종적으로 TAVI 또는 SAVR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75세 이상이면 TAVI?…“노쇠하지 않다면 SAVR 고려할 수 있어”

결국 하트팀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수술 위험도와 함께 TAVI 또는 SAVR의 위험 대비 혜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개별 환자에 따른 맞춤 치료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이에 ESC는 하트팀이 논의해야 할 사항을 △환자의 임상적 특징 △해부학적·기술적 측면 △동반시술을 고려해야 하는 심장 합병증 여부 등으로 분류해 각각 9가지, 12가지, 5가지의 평가요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TAVI 또는 SAVR의 장점을 고려해 각 평가요인에 따라 더 선호할 수 있는 치료에 가중치를 부여했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에 대한 하트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나이가 75세 이상이면 TAVI에, 75세 미만이면 SAVR에 무게를 뒀다. TAVI는 외상을 줄이고 시술 후 환자의 운동성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경카테터 인공심장판막(Transcatheter Heart Valve)의 내구성이 입증되지 않았기에 기대 여명이 긴 75세 미만에게는 SAVR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쇠(frailty)한 환자라면 TAVI를 선호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종합하면 75세 이상이지만 노쇠하지 않다면 고령이더라도 SAVR를 고려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STS 점수가 4% 미만인 수술 저위험군은 SAVR에 무게를 둘 수 있지만, 노쇠한 환자일 경우 다른 평가요인을 고려해 TAVI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즉 하트팀은 나이, 수술 위험도와 함께 환자 상태를 모두 평가해 어떤 치료를 시행할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부학적·기술적 측면에서는 중증 흉부기형(severe chest deformation) 또는 척추측만증(scoliosis)이 있다면 SAVR보단 TAVI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대동맥판막륜(aortic valve annulus) 크기가 TAVI를 시행할 수 없는 크기일 경우 SAVR를 선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단 동반시술을 고려해야 하는 심장 합병증이 있는 환자라면 SAVR에 가중치를 줬다. 대표적으로 중증 삼첨판막질환을 동반했거나 중증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해 관상동맥우회술(CABG)이 필요한 환자라면 TAVI보단 SAVR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울산의대 박덕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수술 저위험군이라도 환자 상태, 수술 위험도 등을 고려했을 때 SAVR 보단 TAVI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서 “이러한 환자에게 적용할 치료를 결정할 때 하트팀의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트팀 내 갈등 넘어 치료 합의점 찾아야”

비록 다학제적인 접근이 이뤄지면서 논의 과정에서 전문가 간의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하트팀의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Wendler 교수는 "심장내과, 흉부외과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학제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 전문가 간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하트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의료기관 내에서 심장판막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전문가를 육성하고 의료기관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국내 임상에서도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효율적이고 안전한 시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하트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중지를 모은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는 수술 중간 위험군 또는 고령의 수술 저위험군에게 TAVI 또는 SAVR 중 어떤 치료를 적용해야 할지 논란이 있다”며 “이에 하트팀 내에서 환자 상태, 임상양상, 환자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매주 하트팀이 모여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수차례 논의를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TAVI 또는 SAVR의 위험 또는 혜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심사숙고해 치료를 정하고 있다”면서 “환자가 TAVI를 원한다고 모두 TAVI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트팀은 젊은 환자가 TAVI를 원할 경우 SAVR의 혜택도 충분히 알려주면서 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미국·유럽에서 심장판막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수용·개작한 가이드라인이 제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외국에서 TAVI가 승인된 후 몇 년이 지나서야 국내에서 TAVI가 시행됐다. 그만큼 외국보다 TAVI를 받은 환자 수가 적기에, 국내 데이터만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미국, 유럽 등 국가에서는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그 근거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와 국내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국내 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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