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의료원 해외 의료봉사단, 15~19일 베트남 빈딩성 떠이빈에서 의료 봉사활동 펼쳐

▲ 한양대의료원 해외 의료봉사단이 4박 5일간 베트남 빈딩성 떠이빈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좌부터 시계방향으로) 황경균 단장, 조상연 전공의, 전진 전공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베트남 주민들의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저희에게 힘을 주었어요." 

한국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베트남에서 들려와 국내 의료진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한양대의료원 해외 의료봉사단(이하 해외 의료봉사단)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베트남 빈딩성 떠이빈에서 펼치고 온 의료 봉사활동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떠이빈은 베트남전 한국군 맹호부대의 격전지로, 당시 전투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적지 않게 발생해 한국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전쟁의 슬픔을 간직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의료봉사가 절실한 지역이기도 하다. 

해외 의료봉사단은 지난 2016년부터 의료봉사가 필요한 베트남 주민들을 진료하고 화해와 우정의 교류를 나누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이번 방문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해외 의료봉사단을 책임진 황경균 단장(치과)과 현지 환자 진료를 도맡았던 전진 전공의(가정의학과), 조상연 전공의(소아청소년과)는 해외 의료봉사에 보람을 느꼈다고 전하면서 앞으로도 인도주의 실천을 위한 의료 봉사활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의료봉사단과 베트남 주민들의 두 번째 인연

▲ 해외 의료봉사단이 베트남 주민들을 치료하고 있다(사진제공=한양대병원).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베트남 해외 의료봉사단을 이끈 황 단장은 과거 현지에서 의료봉사를 펼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채워 이번 의료봉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황 단장은 "2년 전에는 현지 사정을 거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료봉사를 다녀왔어요. 당시에는 베트남 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의료가 무엇인지 몰랐죠. 이번에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 주민들에게 필요한 의료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여기에 맞춰 의료봉사를 준비했습니다"고 밝혔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베트남이 사회·경제적으로 발전된 만큼 베트남 주민들이 원하는 의료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예로, 과거에는 치아 발치를 해야하는 환자가 많았다면 이번에는 발치한 부분을 틀니 등으로 해결해주길 바라는 환자가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황 단장은 "과거에는 치아 발치 후 그대로 둔 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발치한 부분에 틀니를 장착해주길 바라는 환자가 많았어요. 봉사활동에 치기공사 두 분이 함께했는데 이분들이 틀니 제작이 많이 힘써 주셨죠"라며 "특히 40대 여성 환자들이 발치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는데, 발치 후 틀니를 장착하면서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답니다"고 회고했다. 

한국 환아에서 사라진 병, 베트남에서는 '아직도…'

▲ 해외 의료봉사단이 베트남 환아를 진료하고 있다(사진제공=한양대병원).

이번 해외 의료봉사단이 베트남 주민 진료에 특히 신경 쓴 점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다. 베트남 환자는 본인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스스로 잘못된 진단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 전공의는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 대부분이 노인 환자였는데 궁금한 걸 물어보기 보다는 아프다는 표현만 하는 정도였죠. 게다가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지 모를뿐더러 잘못된 진단을 스스로 내리고 있어서 질환에 대한 교육과 상담에 주안점을 두고 환자들을 진료했어요"라고 말했다.

노인 환자들은 지난 의료봉사에서 만난 이들처럼 대부분이 만성질환, 두통, 무릎 관절염 환자였지만, 예상치 못한 경우는 소아에서 나타났다. 환아가 거의 없었던 2년 전과 달리 이번 봉사활동에서는 환아가 크게 늘었고, 한국 환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레르기질환, 아토피 등의 질환을 베트남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조 전공의는 "한국에서 사라진 병을 베트남에서 많이 봤어요. 영양 불균형, 성장지연, 발달지연, 기생충 감염 등의 환아가 대다수였죠. 특히 영양 불균형이 심각했어요. 1살 소아의 평균 체중이 10kg 정도인데 4살 소아의 체중이 12kg이라 믿을 수 없었죠"라고 밝혔다. 

조 전공의는 우리나라와 베트남 환아의 질환 특성에서 차이가 나타난 이유를 문화적·경제적 차이에서 찾았다. 베트남은 노인공경을 강조하는 유교 사상으로 인해 노인만큼 소아를 돌보지 않고, 소아는 신경 쓰지 않아도 건강하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졌다는 것.

조 전공의는 "아이들과 진료를 받으러 온 부모들은 아이들이 건강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것 같아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한 번 치료로 끝나지 않는 경우에는 동네병원에서 계속 치료받기를 권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어렵다는 부모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처방할 수 있는 만큼 약을 최대한 처방하다 보니 나중에는 약이 동나서 고생했죠"라고 회상했다. 

"수술 필요한 환자,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돼야"

▲ 해외 의료봉사단이 노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사진제공=한양대병원).

해외 의료봉사단을 찾아온 환자 중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2016년 당시 척추에 종양이 있던 한 여자 환아가 해외 의료봉사단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이 환아를 돌보고 있는 현지 의사가 직접 의료봉사단을 찾아온 것이다. 베트남에서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했고 금전적 어려움으로 인해 현지 의사를 통해 본인의 어려움을 해외 의료봉사단에게 전해주길 원했다고.

황 단장은 "현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가 있고 병원에서만 가능한 의료가 있어요.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치료하고 싶지만 행정적, 예산적 문제가 있어 의료진의 결정만으로 데려오기란 쉽지 않죠. 생각보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많아 의료진 입장에서 안타까워요.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두 전공의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조 전공의는 "베트남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의료에 소외된 환아들이 많았어요.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베트남의 의료 현실과 환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진료와 치료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죠. 다음에 의료봉사에 참여한다면 현지 환아들에게 필요한 약을 더 신청하고 준비하고자 합니다"고 말했다. 

전 전공의는 "해외 의료봉사를 통해 의학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어요. 대기 환자들이 먼저 진료를 받기 위해 질서를 지키지 않거나 약국에서 환자 처방전을 잃어버리는 등의 문제가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이는 봉사활동을 계속 진행하다 보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해요. 다음에는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었으면 합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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