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김신곤 교수 "케어레어는 희귀질환 환자에게 임상시험 참여 기회 제공하는 플랫폼"

▲ '국가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희귀질환 임상시험 활성화 플랫폼 구축' 연구 책임자 김신곤 교수(고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어려운 질환이다. 상업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 동기도 약하다. 때문에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에 미국, 유럽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개입을 통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해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개발한 희귀질환 치료제를 국내에 도입해 환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아 왔다.

최근 이러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정부 및 국내 전문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임상시험 활성화 및 정보 공유를 위한 국가기반 희귀질환 빅데이터 플랫폼 '케어레어(CARE RARE)'가 구축 중으로, 올해 플랫폼이 공개될 예정이다.

케어레어 플랫폼에는 희귀질환에 대한 국가지도가 포함되고 각 질환에 대한 지원제도, 치료제 정보 등도 함께 제공돼, 케어레어가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한 정보 공유 채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케어레어 플랫폼 구축의 연구 책임자인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안암병원 내분비내과)를 만나 희귀질환 관련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와 플랫폼 구축을 위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뭉치면 강해진다'…국가기반 빅데이터에서 찾은 '돌파구'

국내 희귀질환 종류는 약 1000개로, 희귀질환 환자는 7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희귀질환 환자는 비희귀질환 환자보다 치료 비용이 4~5배 높아 희귀질환 환자가 느끼는 치료 부담은 상당해 문제가 된다.

더욱이 국가의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치료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환자들은 질환을 치료할 수 없게 되면서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다. 

그는 "예로, 희귀질환인 소뇌위축증 환자가 질환을 진단받은 후 치료제가 있는지 물어본다면 현재로서는 치료제가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환자에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아닌, 치료가 어렵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 그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상시험이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유일한 치료기회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희귀질환 유병률이 낮아 환자 등록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국가기반 빅데이터에서 찾는다. 그는 "우리나라의 장점 중 하나가 국가기반 빅데이터가 잘 구축돼 있다는 것"이라며 "희귀질환 환자가 산재돼 있고 일부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모으면 유병 환자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임상시험을 주도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김신곤 교수(고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케어레어,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독보적 모델'

이처럼 케어레어 플랫폼은 국가기반 빅데이터 제공, 희귀질환 환자 정보 제공, 연구자 네트워킹이 한 곳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모델로 주목받는다.

미국의 경우 'Patients like me' 플랫폼이 구축돼 환자들이 주체적으로 질병 관련 정보와 라이프로그를 제공하고 임상시험 참여 경험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다른 환자들에게 임상시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케어레어 플랫폼은 국가기반 빅데이터를 이용해 팩트시트(fact sheet), 인포그래픽을 제작함으로써 희귀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정보도 환자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희귀질환 환자들은 홈페이지 접속만으로 희귀질환 유병률과 임상시험 관련 정보 확인이 가능하고, 나아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게다가 이 같은 정보가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여러 회사에 제공되면서 치료제 개발에 대한 회사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는 "회사들은 실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환자가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을 가진다"면서 "환자들은 본인의 라이프로그를 플랫폼에 업데이트하면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 또는 회사는 임상시험 기획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케어레어 플랫폼 구축이 성공적인 임상시험을 위한 기초작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케어레어는 희귀질환 환자, 특히 임상시험 참여가 유일한 희망인 환자들을 염두에 두고 구축되는 플랫폼이다. 임상시험 활성화가 가장 큰 목적"이라며 "케어레어 플랫폼이 국가적인 지원이나 관련 과제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12개 질환을 시작으로 전체 희귀질환 연동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해야"

▲ 희귀질환 빅데이터 플랫폼 '케어레어'

현재 구축 중인 케어레어 플랫폼은 △내분비내과 △신경과 △혈액내과 △혈액종양 등 4개 과의 12개 희귀질환에 대한 국가지도와 각 질환에 대한 지원제도, 치료제 정보, 논문 정보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1000개 이상의 희귀질환 중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유병률이며 연구자 네트워킹이 가능한 12개 질환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해 소뇌위축증,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시작으로 올해 나머지 10개 희귀질환에 대한 플랫폼이 구축될 예정이다.

그는 "12개 희귀질환으로 시작했지만 여력만 된다면 더 많은 희귀질환을 다루고자 한다"며 "향후 전체 희귀질환을 연동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공익적인 과제인 만큼 구축 범위를 계속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더욱 완벽한 플랫폼 구축을 위해 희귀질환 환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많이 갖고 연구자 네트워킹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온라인에만 머무른다면 플랫폼이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동해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소뇌위축증 환자들과 만남을 가졌고 부갑상선 기능저하증 관련 연구자 네트워킹 미팅을 진행했다. 올해는 12개 질환에 대한 환자들과 연구자들을 많이 만나고 케어레어 플랫폼의 장점, 개선해야 할 점 등을 피드백 받아 보다 완벽한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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