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탈퇴 목소리 커져...재정중립 언급 빼야

▲ 대한의사협회는 6일 의협 임시회관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관련 산하단체 2차 확대간담회'를 열고 의견수렴에 나섰지만, 의료계 회원들은 협의체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이하 권고문)을 두고 의료계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6일 의협 임시회관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관련 산하단체 2차 확대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권고문에 반영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두 번째 자리였지만, 회원들의 반발은 여전했다. 권고문이 결국 독소조항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회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급하게 추진하려 하는지 의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문 케어 추진 동력 의심...“협의체 탈퇴해야”
학회 “학회 회원 의견 수렴 했나”...교수협도 중단 요구

간담회 참석자들은 회원들의 반발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이를 급하게 추진하려는 의협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문 케어의 추진 발판이 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도 했다. 

대한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회원들의 반대가 이렇게 강한데 권고문을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케어 추진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같은 맥락의 주장이 줄을 이었다.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은 “권고문은 문재인 케어를 추가적인 지출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핵심”이라며 “이를 받아들이면 의료계는 더 이상 문재인 케어를 반대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권고문 채택을 거부하고 협의체를 탈퇴하는 게 맞은 방향”이라며 “권고문 채택에 의협이 서명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이뤄질 때 투쟁할 수 있는 명분이 선다”고 제안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신동천 회장은 “의협은 권고문에 의료계의 입장을 담는 게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하지만, 권고문을 만들어 채택했을 때 리스크가 더 클 것”이라며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권고문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면 의료계는 분열만 남게되고 정부는 더 큰 규제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고문에 대한 의견수렴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 회장은 “최근 권고문에 대해 알게 되고 교수들에게 의견 조회를 했는데 이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상급 의료기관 의사들은 ‘패싱’하자는 것인가”라며 “의협은 스스로 정체성을 포기하고 있고, 정부에 편승하면서 그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관계자는 “의협에서는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지만 학회에서는 전달받지 못했다”라며 “이번 4차 수정안에 대해 최근 연락을 받고 의견을 전달했지만 피드백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의체 소위원회 회의 내용만 반영된 것을 보고 우리의 의견이 과연 반영될지 의구심을 품게된다”며 “시간을 두고 충분히 협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중립’에 대한 여전한 거부감

간담회 참석자들은 권고문에 명시된 ‘재정중립’ 원칙에 대한 거부감이 극에 달했다. 공개된 권고문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기본원칙으로 재정중립을 명시하고, ‘의료기관 기능에 부합하는 수가체계로 개편하되, 건보재정 중립 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부회장은 “일차의료를 활성화하려면 진찰료와 수가 인상이 동반돼야 한다. 재정 순증은 필수”라며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재정중립이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발했다. 

좌 부회장은 “재정중립의 원칙이 포함된 권고문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모든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며 “향후 불리하게 작용될 용어를 권고문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일차의료를 활성화하려면 재정 증가는 당연한 일인데 재정중립 원칙을 담는다는 건 결국 독소조항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권고문을 읽어보면 정부와 소비자단체에 휘둘렸다는 느낌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관계자는 “권고문에 찬성하는 회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의협은 회원들의 전체 의견을 반영, 권고문에서 재정중립의 원칙을 삭제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투표를 통해 권고문 채택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는 “재정중립이라는 용어는 총액개념이 아니라 향후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될 때 이로 인해 손실이 발생될 영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항변했다. 

“외과계 정체성 무시 ‘여전’”
“당신들은 살만한가” 발언에 집행부와 고성 오가기도

▲ 이날 간담회에서는 의협 집행부와 참석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권고문을 두고 가장 반발이 심했던 외과계의 거부감도 여전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권고문에서는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해 만성질환관리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면서도 입원실 운영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폐쇄하려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이는 외과계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우리는 권고문 채택을 거부하고, 이의 불합리성을 계속 주장할 방침”이라고 엄포를 놨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이동수 회장은 “일차의료기관에서도 단기 입원을 할 수 있는 외과계 의원을 만들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두고 치료를 한다면 케어가 가능한 불가항력적 부작용에 대해 입원병실이 없어 전원을 시키면 신뢰도는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담회에서는 의협 집행부와 참석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발단은 의협 조현호 보험이사의 발언. 조 이사는 이날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에 반대하는 회원들에게 취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 이사는 “소비자 측이 반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려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해야 한다”며 “지금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일차의료기관은 모두 사장된다. 지금 참석한 분들은 살만한가”라고 말했다. 

이에 일반과의사회 좌훈정 부회장,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이동욱 총괄간사, 최대집 투쟁위원장은 “당장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의협은 권고문 의견수렴을 위해 외과계와 한 차례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협의체에 기간 연장을 건의할 방침이다.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는 “회원들의 우려가 많아 소위원회는 운영치 않고, 협의체에는 논의 기간을 연장하자는 건의를 하겠다”며 “우리의 의견을 모두 수용할 때 권고문 채택에 서명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