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순이익 증가 경영상 어려움 납득 못해...ERP 철회 요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희망퇴직프로그램(ERP) 시행을 두고 노사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ERP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링거 측은 지난 12일 순환기팀을 대상으로 ERP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트윈스타와 프라닥사를 국내 파트너사에 일임하고 직접적인 영업활동은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순환기팀 인원 49명 중 10여명은 전환배치하고 나머지는 구조조정 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최근 전환배치 인력을 23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26명 직원에 대해서는 이직을 위한 경제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윈스타는 올 10월까지 68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 특허만료와 약가인하에도 선방하고 있으며 155억원의 처방액을 올린 프라닥사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노조는 ERP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80여명의 베링거 직원들은 18일 서울역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 반대 집회도 가졌다. 

 

김태준 베링거인겔하임 노조위원장은 "매년 재무제표를 확인하는데, 순이익도 괜찮았고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면서 "사측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내세운 것은 본사에 보고할때 다른 부분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순이익은 62억원으로 전년 38억원 보다 63.2% 증가했다. 

노조에서는 추측하는 내용을 보면, 올 한해 웹을 통한 세미나(웨비나)를 많이 진행했는데 실제 세미나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이 불만을 제기할 정도로 실효성이 없고, 직원들의 업무만 과중되는데도 이를 강행함으로써 의미없는 투자가 지속됐다는 것.

또한 노조는 전환배치를 위해 마련한 자리도 법적 분쟁을 회피하기 위한 요식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노조위원장은 "회사에서 23명까지 전환배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CV팀에서 갈 수 없는 자리도 있고, 지금의 소나기만 피할 뿐 머지않아 다시 정리될 자리도 있다"며 "실질적으로 23명을 포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조 측은 이번 구조조정 방침이 사전 공지없이 타운홀 미팅에서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며 단체협약 규정 위반으로 법적 대응도 계획하고 있다.

 

단체협약에서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감원, 즉 정리해고는 5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해 협의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 같은 절차가 무시됐다는 것. 

이에 대해 회사는 "정리해고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50일 전 통보 조항의 적용은 맞지 않는다"며 "우선 내부 채용절차를 진행 중이고 경력전환을 원하는 직원을 위해 노동조합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노조위원장은 "몇년 전에도 ERP를 진행한 적 있지만 당시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올해처럼 타깃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회사에서 정당한 이유를 내놓지 않으면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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