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골다공증치료제 등 다수품목도 코프로모션 계약 논의 중

 

지난해 약 4000억원이 넘는 의약품 판권이 이동했다. 회사를 갈아탄 품목도 있고, 원 개발사의 판권 회수 사례도 있었다. 코프로모션 계약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유난히 이슈가 됐던 이유는 대형품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도 많은 품목이 새 파트너를 찾거나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 또 시작된 판권이동 현황 및 물밑 논의가 한창인 품목에 대해 살펴봤다.  

"어떤 품목이 누구 품에 안겼나?"

최근 오리지널 약 도입에 욕심내는 회사는 동아ST다. 불법 리베이트 혐의와 실적 부진 등 갖은 악재를 겪고 있어 오리지널 의약품을 도입함으로써 반등을 노리려는 모습이다. 

지난달 동아ST는 다케다제약의 ARB제제 항고혈압약 '이달비(성분 아질사르탄)'와 광동제약 비만치료제 '콘트라브(성분 부프로피온/날트렉손)'의 공동판매를 선언했다.  

동아ST의 대표 고혈압약은 CCB계열 오로디핀(암로디핀)으로, 100억원대 원외처방액을 유지하고 있지만 항혈전제 '플라비톨', 당뇨약 '리피논' 등 다른 주요 질환의 주력 품목에 비해 밀리는 형국이었다. 이에 내년 초 출시예정인 이달비를 가져와 고혈압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투여기간 제한이 없는 비만치료제로 출시 이후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던 콘트라브는 예상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광동제약의 영업력 부재를 이유로 지목하기도 했다. 전문약에 강한 동아ST가 파트너가 되면서 양사가 ‘윈-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화약품은 이달 초 50억원 규모의 항우울제 ‘레메론(성분 미르타자핀)’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확보했다. 레메론 타블릿 제품과 구강붕해정을 오는 2022년까지 종합병원과 의원에 독점 공급한다. 경쟁품목이 많지만 급여기준 개선 등 성장의 기회는 있다.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선 동화약품으로서는 CNS 분야 강화를 위한 실탄을 하나 더 확보한 셈이 됐다.

작년 1000억 판권 이동의 주인공인 종근당은 암젠의 새로운 파트너로 골다공증 신약 ‘프롤리아(성분 데노수맙)’ 판매에 나선다. 국내 골다공증 영역에서 생물학적 제제로는 다국적사와 국내사가 최초로 체결한 파트너십으로 암젠은 종합병원, 종근당은 준종합병원 및 의원급의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골관절염 치료제 이모튼 등으로 근골격계 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종근당은 프롤리아를 도입해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프롤리아는 10월 1일자로 급여등재 됐다.

"못 팔겠다" 또는 "우리가 직접 판다" 판권 반환·회수도

한국MSD는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권을 반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미국의 머크와 국내 및 미국시장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한 지 4년 만의 일이다. 삼성은 현재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성분 에티너셉트)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와 레미케이드(성분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를 국내 출시한 상태다. 

그러나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한 한국MSD의 성적은 초라하다. 브렌시스는 올 상반기 4억원을, 렌플렉시스는 600만원의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사실 이 같은 징후는 올 초에도 있었다. MSD 바이오시밀러 담당 조직의 위기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본지가 취재할 당시 MSD 관계자는 "제품 영업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축소하려는 계획이지 부서 해체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기대했던 것보다 제반 여건상 제품을 투여할 환자 수가 많지 않지만 오리지널 대비 제품 효과는 자신 있기 때문에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4~5개월 만에 제품의 판권 반환이 기정 사실화됐다. 다만 미국 머크의 삼성 바이오시밀러 판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해외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유망한데다, 머크에서 개발한 란투스 바이오시밀러에 삼성이 투자하는 등 영업·마케팅 외에 연구개발에도 협업이 이뤄지고 있어 결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함께 한국MSD가 포기한 삼성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파트너사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임상데이터가 부족한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영업력이 강한 회사를 파트너로 맞아들이고 약가를 조정하면 가능성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일제약은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을 맺고 지난 2010년부터 판매해온 파킨슨병 치료제 '미라펙스(프라미펙솔염산염)' 판권을 회수당했다. 삼일제약은 연간 100억원대 원외처방액을 올리는 품목을 잃었지만 제네릭 출시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서울제약과 SK케미칼이 판매하는 고지혈증치료제 '엑스립(성분 니코틴산)'의 협업관계도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보다 고전하고 있어 서울제약에서 직접 영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시작된 파트너 관계가 약 10년 만에 청산되는 셈이다.

코프로모션 계약 물밑 논의는 여전히 '~ing'

눈에 띄는 대형품목들의 이동은 없지만 크고 작은 품목들의 코프로모션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A다국적사의 백신은 국내 B사와 협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C다국적사의 골다공증 치료제도 공동판매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D다국적사 당뇨병 치료제는 파트너사 선정 얘기가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으며, E다국적사의 CNS약물은 판권을 회수할 것이란 예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사들은 매출성장 기회를 갖고, 다국적사는 국내사들이 가진 영업망과 정보력을 가질 수 있어 협업을 선택한다"며 "다만, 이후 헤어지는 과정에서 눈살 찌푸리게 할 만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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