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급 신약에 삼성 바이오시밀러까지 도입...“상품비중 높다” 지적
올해 R&D 투자만 1000억원에 사업다각화...“자사제품 비중 늘릴 것”

 

2014년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꾸준히 제약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유한양행’.

하지만 유한양행의 이 같은 실적은 다국적 제약사의 블록버스터급 상품을 도입해 거둔 실적이라는 점에서 제약사가 아닌 ‘제약유통회사’라는 꼬리표도 자연스레 따라 붙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2종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안주(安住)와 변화의 기로에 선 유한양행을 짚어봤다. 

여전히 높은 상품매출 의존도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상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한양행이 가장 높았다. 

 

유한양행은 공시자료 기준 올해 상반기 702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상품 매출은 5094억원으로 72.6%를 차지했다.  

상장 제약사 상품 매출액 비중이 전체 매출액 대비 40%대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은 것. 

실제 유한양행은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가 805억원으로 대표적이었고,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리나글립틴) 522억원,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암로디핀) 398억원, HIV 치료제 스트리빌드(테노포비어/엠트리시타빈/엘비테그라비르) 107억원,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 57억원 등의 실적을 올렸다.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기존에 도입한 5개 제품이 상반기에만 1889억원을 기록한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도입한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소포스부비르)와 하보니(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는 각각 358억원, 86억원으로 두 제품이 444억원을 합작했고,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은 상반기 동안 51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이 같은 상황은 열악한 신약개발 능력과 제네릭 시장 포화에 따른 신제품 기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품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입품목은 당장 매출을 늘리는데 도움을 주지만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매출”이라며 “특히 다국적 제약사의 품목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발생, 그 만큼 이익률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에도 손 내민 유한...그 성과도 기대?

이와 함께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국내 판권 계약을 맺은 렌플렉시스와 브렌시스도 유한의 상품 매출 증가에 기여할지 관심이 모인다. 

IMS헬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의 누적 매출은 7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브렌시스는 2016년 2억 8500만원, 2017년 상반기까지 3억 57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렌플렉시스는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매출은 600만원에 그쳤다. 

출시 이후 부진한 실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두 품목이지만, 유한양행의 영업력이라면 충분히 반전 가능하다는 기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지금까지 트윈스타, 트라젠타, 비리어드 등 다국적 제약사의 품목을 도입해 성공적인 안착을 이끌어 냈다”며 “게다가 과거 브렌시스와 같은 TNF-α 억제제 레미케이드 영업을 담당한 적이 있을뿐더러 국내에서 가장 막강한 영업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유한양행이라면 매출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 매출 높지 않다는 유한...“속 들여다보면” 

전체 매출 대비 상품 매출 비중이 높아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유한양행은 실제 상품 매출의 비중은 높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 부문 사업의 호조가 상품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한양행은 100% 자회사인 유한화학이 생산한 원료의약품을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판매하는데, 상반기 수출 실적은 1388억원으로 전년보다 51.7% 증가했다. 

 

자체 개발 제품들의 성장세도 고무적이다. 

유한양행의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바미브(에제티미브)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듀오웰(로수바스타틴/텔미사르탄) 등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로수바미브는 지난해 5월 3억 6000만원의 처방액을 올리며 시장에 데뷔한 이후 올해 상반기 93억원을 올렸고, 듀오웰은 지난해 상반기 5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9% 성장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치위생용품 전문회사 씨앤씨 투자에 이어 올해 임플란트 전문기업 워랜텍 지분 획득, 전문가용 구강관리용품 브랜드 유한덴탈케어 프로페셔널 출시, 뷰티전문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자회사의 매출을 자사 제품으로 환산하면 상품매출 비중은 지금보다 줄어든다”며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자사 제품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상품 매출을 신약개발 자금으로 과감히 투자한다면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도입 상품 판매 전략을 세웠을 때 비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약개발 자금으로 확보된 셈"이라며 "이를 과감히 신약개발에 투자한다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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