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A-한림원, 한국형 Choosing Wisely 리스트 개발...학계 “환자중심성 부족 지적”

NECA와 의학한림원은 7일 한국판 Choosing Wisely 개발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2012년 미국 내과의사협회 재단(ABIMF) 주도로 시작된 ‘Choosing Wisely(현명한 선택)’ 캠페인.

미국에 이어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등으로 확산된 Choosing Wisely 캠페인의 국내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한국판 Choosing Wisely 리스트를 접한 연관 학계는 개발 원칙 중 ‘환자 중심’ 등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임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와 의학한림원은 7일 NECA에서 ‘적정진료를 위한 Choosing Wisely 리스트 개발·검토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원탁회의에서는 한국형 Choosing Wisely 리스트가 발표됐다.

공개된 5개 리스트는 ▲복통이 없는 경우 일반 복부영상검사를 하지 않는다 ▲소아의 경우 급성 충수돌기염이 의심될 때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같은 부위에 CT 검사가 예정돼 있을 경우 일반촬영을 동시에 처방해 시행하지 않는다 ▲단순한 두통이 있을 경우 영상검사를 하지 않는다 ▲경한 발목염좌의 경우 발목 X선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등이다. 

NECA에 따르면 Choosing Wisely 리스트 개발은 관련 전문학회 주도로 적정진료 리스트를 개발, 보급해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줄이는 동시에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고, 의료의 질은 높여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데 있다. 

의학한림원 정책개발위원회 안형식 간사(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Choosing Wisely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오늘 논의가 활발한 캠페인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판 Choosing Wisely 접한 학계 “위험한 발상”

대한족부족관절학회를 대표해 참석한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연 교수는 “경한 발목염좌 환자는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다. 경증이 아니기에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X선 검사를 하지 말라는 건 위험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 교육에서도 염좌와 골절을 감별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를 현명한 선택 리스트에 포함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정양국 이사(가톨릭의대 정형외과)는 “영상검사 없이 발목염좌가 경한지 중한지를 판단하는 건 의사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정형외과 영역에서 방사선 촬영을 통한 영상검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영상검사 자료가 진료와 치료 판단의 기초 자료가 된다”며 “실제 정형외과에서는 반드시 영상검사를 실시하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내과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장윤석 위원(서울의대 알레르기내과)은 “환자 가운데 복통이 없더라도 복부 초음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영상의학과 기준에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리스트를 개발하면, 결국 과잉진료에 대한 공포를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환자중심이라는 Choosing Wisely 리스트 개발 원칙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신경과학회를 대표해 참석한 을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는 “단순 두통이 잦은 환자들은 스스로 불안 증상이 있기에 환자가 원해 영상진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에도 영상검사를 배제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는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영상진단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판 Choosing Wisely는 환자 중심적 측면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외과학회 김익용 보험간사(원주세브란스병원 외과)는 “Choosing Wisely 개발 원칙 중 환자 중심이 결여된 것 같다”며 “한국형 현명한 선택 리스트를 만들어 캠페인을 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한 원칙에 맞게 개발하는 게 우선적이다”고 지적했다. 

김 보험간사는 “Choosing Wisely 실행위원들도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국한돼 있는 점도 문제”라며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 위해서는 다학제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소아과학회 배은정 학술이사(서울대병원 소아과)는 “Choosing Wisely 리스트의 범위가 너무 좁은 것 같다”며 “특히 리스트에서 ‘하지 말라’는 식의 표현은 명확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오인의 우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NECA는 이번 한국판 Choosing Wisely가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관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NECA 박종연 근거연구본부장은 “Choosing Wisely가 사회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관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여러 고민이 있겠지만 서로 협력하고 의견을 나눈다면 의료계의 발전은 물론 의사의 전문성이 확대·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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