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과장, 비급여 포함 의료시장 규모 '총량' 보장..."의료계와 대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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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를 없애면서 급여수가를 충분히 보상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도 의료기관이 망하게 된다. 그런 결과는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정부가 비급여 급여화에 사용될 12조원의 재원을 기존 수가 인상 작업에도 투입, 의료기관들이 급여 진료만으로 운영 가능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비급여 의료행위가 저평가 된 급여수가를 보전하는 역할을 해 온 만큼,  비급여 급여화와 더불어 투입재정 중 일부를 급여수가 인상에 사용, 수가 적정화를 이뤄나간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팀장은 8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정부의 대원칙은 (현재 형성되어 있는) 비급여 총액을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어디로 옮길 것인지 의료계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가 적정화, 적정수가 보장을 위한 정부의 구상은 이렇다.

앞서 정부는 의학적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목표로 현행 '급여-비급여 목록 고시' 에 등재된 비급여 항목 가운데 미용성형 등 의학적 필요와 무관한 행위들을 빼내는 방법으로, '의학적 비급여'를 항목을 추려냈다. 

이 의학적 비급여들이 새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급여권으로 전환될 이른바 '의학적 비급여 전면 급여화' 대상으로, 그 숫자는 3800개 항목에 이른다.

정부는 이들 의학적 비급여와 관련한 현재 시장규모가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하고, 동일규모인 12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비급여 급여화 및 수가 적정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제도권 안에 있는 급여수가는 물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학적 비급여 모두를 인정하고, 전체 의료시장의 규모가 제도 시행 전후 달라지지 않도록 그 총량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비급여 전면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계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는 이 재원 중 일부를 비급여 급여화에 따른 새 급여 수가 산정에 쓴다. 관행가 그대로 비급여 전부를 급여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오히려 기존 급여 행위보다 새로 급여권에 들어온 기존 비급여 행위의 수가가 높아지고, 해당 의료행위가 증가하는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 비급여 진료비의 수가를 원가수준으로 맞추고, 남은 차액은 저평가 되어 있는 기존 급여행위에 투입할 생각이다. 예를 들어 12조원의 재원 가운데 비급여 급여화에 8조원이 투입된다면, 나머지 4조원을 기존 저수가를 적정수가로 끌어올리는데 사용한다는 등의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저수가+비급여' 형태로 수지를 맞추던 의료기관들이 '적정한 급여수가'만으로 기관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다.

손영래 과장은 "의료계의 걱정대로 수가가 제대로 보전되지 않으면 비급여로의 이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비급여를 없애면서 급여가 충분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도 의료기관이 망하는 것이고, 이는 곧 의료공급의 차질을 의미한다. 그런 결과는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의료계가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국민도 중요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도는 의료계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고객이자 정책 파트너다. 일방적으로 한쪽의 희생이나 피해를 전제로 정책을 가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의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도 했다.

손 과장은 "의료계와 이야기를 시작해야 진전이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보니 내부작업만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계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예고한 문케어 로드맵 발표시점인 연말까지 의료계와의 대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정부 단독으로 발표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며 "정부는 여전히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팀장

Q. 비급여 급여화 작업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내부검토 중이다. 지금부터 의료계와 이야기 하기 시작해야 한다. 의료현장 이야기가 중요한데 (그렇지 못해)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내부작업만 하고 있는 단계다.

Q. 의료계는 적정수가 보장을 전제로 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수가 적정화와 보장성 강화는 같이 갈 수 밖에 없다. (의료계는) '선 수가인상 후 보장성강화'를 주장하나,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대로 '선 보장성강화 후 수가인상'은 의료계에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하려면 같이 해야 한다. 

(수가 적정화와 관련한) 대원칙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비급여 총액을 그대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관행수가 100% 인정은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비급여를 원가수준으로 급여화하고, 그 차액은 기존수가로 옮기는 방법을 쓸 수 있겠다. 얼마를 어디로 옮길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의료계와 협의해 결정할 문제가 많다.

Q. 복지부와 의료계의 '적정수가' 개념이 다른 것 같다. 의료계는 현행 비급여 100% 보상과 기존 수가 인상을 함께 기대하고 있다.

원가보전율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급여수가만 보면 100% 이하이고, 비급여를 합산하면 100% 위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기존수가를 인상하고, 비급여 총액까지 그대로 들여오면 과보상이 된다. 그간 의료기관들은 저수가를 비급여로 벌충해 수익을 내고 기관을 운영해왔다. 비급여 총액을 그대로 넣으면 (비급여 포함 원가보상률 100% 이상인) 현재의 수익률이 맞춰진다.

Q. 연내 문케어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는데, 의료계와의 논의를 어떻게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12월 로드맵은 그야말로 로드맵으로, 2022년까지 연도별로 이렇게 추진해나가겠다는 식의 장기계획, 큰 아웃라인이다. 매년 실행해 나갈 구체적인 내용은 때에 맞춰 계속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큰 계획부터 의료계와 함게 짜고 공조틀을 짜야한다. 

Q. 의료계와의 협의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 단독발표 가능성도 있나.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기다리는 상황이다. 가능하면 의료계가 이달 중순까지 의견을 줬으면 한다. 공식적이고 거시적인 트랙에서 대화가 어렵다면 미시적인 트랙이라도 만들어 호흡을 맞췄으면 한다.

Q. 의료계에 당부할 말이 있다면.

의료계가 걱정하는 것처럼 급여수가가 제대로 보전되지 않으면 비급여로의 이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비급여를 없애면서 급여가 충분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도 의료기관이 망하는 것이고, 이는 곧 의료공급의 차질을 의미한다. 그런 결과는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한번에 모든 것을 결정할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풀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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