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속도·공간 갖춘 3테슬라 MRI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MRI(자기공명영상) 장비의 업그레이드 시기가 찾아왔다. MRI는 대개 도입하고 난 후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교체시기로 보는데 그 시점이 지난해부터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주요 대학병원이 최근 2년 동안 최신형 3T(테슬라) MRI로 속속 교체 하고 있다. 지난해 강동경희대병원, 고대안암병원, 순천향대병원 등이 업그레이드를 한데 이어 올해에는 중앙대병원, 계명대병원, 세종병원, 부산보훈병원, 부산대병원(양산)이 새로운 장비 설치를 마치고 가동 중이다.

오는 10월경에는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이 가세하며 새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도입되는 새로운 장비는 모두 속도나 영상의 질이 한층 더 진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병원들이 도입하는 MRI 장비의 특징은 모두 3T 라는 점이다. 인체 부위에 수십만 헤르츠의 고주파자장을 가하면 수분을 이루고 있는 수소의 원자핵이 공명현상을 일으키게 되고 자장을 끊으면 다시 수소 원자핵이 전자파를 내놓으면서 원래상태로 되돌아 간다. MRI는 이때 방출된 전자파를 디지털 화상처리하는 장치다. 따라서 자장이 클수록 화상이 좋아진다.

아직까지도 일부 중소병원은 1.5T MR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들은 2004년 경부터 3T급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다만 3T라도 초기 기술이 접목된 제품인 만큼 영상 퀄리티와 속도는 한계가 있다. 지금의 3T MRI는 코일기술과 전송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빨리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짧은 시간 안에 얻을 수 있다.

최근 한 대학병원 MR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10년 전 그랜저와 지금의 그랜저가 차이가 있듯 기술이 발전하면서 꽤 많은 부분에서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평가했다.

기술발전의 핵심은 그레디언트 코일

핵심은 코일의 진보에 있다. MR은 전자석 주변에 주자장코일(메인자장코일), 보정코일(심코일), 경사자장코일(그레디언트코일), RF 코일이 감겨 있는 구조인데 이들을 얼마나 얇고 경미하게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영상 질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최근 개발된 장비들의 주 변화는 모두 코일의 변화다. 코일이 경량화되면 장비가 작게 만들 수 있고, 환자의 공간은 넓어진다. 자연히 진동도 적고, 발생하는 열도 적다.

연세의대 이승구 교수(영상의학과)는 "가장 중요한 마그넷은 변하진 않았지만 주변을 감싸고 있는 그레디언트 코일이라 부르는 전자석 등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마그넷 주변 그레디언트 코일이 파워에 따라 이미지 질도 다르고, 속도도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미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접목됐다. 과거에는 정보처리 기술의 한계로 아날로그로 디지털신호로 바꾸는 과정에서 영상정보가 손실률이 높았다면 최근 제품들은 장비와 콘솔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데이터 컨버팅 기술의 구현으로 이미지 손실 없이 명확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고속도로 치면 왕복 1차선에서 왕복 10차선으로 늘어난 것이다.

속도도 빨려졌다. 결정적으로 속도가 개선될 수 있는 것은 한번에 한 단면을 계속 찍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단면을 나눠 찍은 뒤 이를 모아 이미지를 구현하는 멀티밴드 기술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께가 9센티인 장기가 있다면 1~3센티, 3~6센티, 6~9센티로 나눠 찍기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장기를 찍더라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런 기술로 환자가 MR 침대에서 오랫동안 머물 필요가 없다.

이러한 최신식 3T MR이 가장 빚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뇌질환이다. 이 교수는 "뇌는 장기중에서는 크기는 작으면서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3T MR의 혜택이 가장 크다. 특히 뇌의 미세구조와 기능적 정보, 뇌혈류 구조, 현미경적 미세구조를 선명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삼차원 입체 구조도 확인할 수 있어 MRI의 꽃으로 불린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유방, 근골격, 간, 심장분야에서 암을 찾아내거나 병을 진단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부작용과 한계는?

초고자장의 장비의 등장으로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시대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전자파 노출이다. 다행히 장비에는 전자파인체흡수율(SAR)을 표시하는 장비가 있는데 일정량을 넘어가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게 된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활 교수는 "전자파의 노출로 인해 환자가 열감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조영제 자체가 신체 온도를 올려주기 때문에 환자의 반응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구 교수는 "전자렌지에 금속이 들어가면 불꽃이 내듯이 피복 섬유에 따라 전류가 흘러서 화상가능성도 있다. 기존 MR 대비 출력이 두 배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기가 갖는 한계는 과도한 설치 비용이다. 최신형 3T 장비의 설치비용은 대당 300만불(30억원 이상) 정도 한다. 고가의 장비를 들여놓으면 꼬리표처럼 비용 대비 효과가 따라붙는데 엄밀하게 말해 새로운 장비를 썼다고 해서 진단율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렇다 보니 과도한 투자비용은 환자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다. 

임상 현장에서 나타나는 한계도 있다. 속도가 개선되면서 촬영시간이 빨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환자가 느끼는 촬영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 그만큼 해상도를 높여 고퀄리티 영상을 찍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같은 시간이라면 의사들은 좋은 영상을 원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느끼는 촬영시간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자장 MR 발전은?

다만 이런 한계가 혜택을 상쇄시킬만큼 크지는 않아 고자장 MR 기술은 계속 발전 중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고자장 MR 영상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관심이다. 일본의 경우 7T MR 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고 국내 또한 일부 기관에서 비임상용으로 7T MR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이 교수는 "고자장 MR은 아직 비임상 연구단계이다. MR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고자장 MR이라든지 분자영상 MR 등 아직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진일보는 당분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앞으로의 관심사는 주요 대학병원이 갖고 있는 영상정보의 빅데이터에 집중될 것"이라며 "뇌분야의 경우 영상정보 분석만 잘해도 어떤 환자에서 치매가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할수도 있어 정부가 공약한 치매정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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