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55시간 이상 일할 경우 심방세동 발병 위험 1.42배 높아

오랜 시간 일하는 근로자들의 심장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European Heart Journal 7월 14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일주일에 5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는 35~40시간 일하는 근로자보다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1.42배 더 높았다.

게다가 연구에 포함된 대부분 근로자가 등록 당시 심혈관질환이 없었기에, 장시간 업무가 심방세동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일주일 근로 시간이 55시간 이상인 경우 35~40시간 일하는 근로자와 비교해 뇌졸중 발병 위험이 1.33배 높았다. 이러한 위험은 흡연, 음주, 신체활동 등을 보정해도 유사하게 나타났다(Lancet 2015;386(10005):1739-1746).

장시간 업무와 뇌졸중의 연관성이 확인되면서 학계는 뇌졸중의 위험요인인 심방세동 역시 근로 시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에 영국 런던대학 Mika Kivimaki 교수팀은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영국 등에서 진행한 인구기반 관찰 코호트 연구 8개를 바탕으로 장시간 업무에 따른 심방세동 발병 위험을 평가했다.

총 8만 5494명의 근로자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43.4세로 젊었고 여성이 65%를 차지했다.

등록 당시 심혈관질환이 있었던 근로자는 1% 미만이었고, 심방세동 환자는 없었다. 10년간 추적관찰 동안 2.4%의 근로자에서 심혈관질환이 발병했다.

추적관찰 기간에 1061명이 새롭게 심방세동을 진단받아, 1000명 중 12~13명꼴로 심방세동이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등록 당시 심혈관질환이 있었던 근로자는 단 10%였고, 71%는 65세 전에 심방세동을 진단받았다.

연구팀은 이들을 일주일 근로 시간에 따라 55시간 이상 그룹 또는 35~40시간 그룹으로 분류해 심방세동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55시간 이상 그룹이 35~40시간 그룹보다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1.42배 높았다(HR 1.42; 95% CI 1.13~1.80; P=0.003). 이는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수준을 보정해도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55시간 그룹에서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35~40시간 그룹 대비 1.41배 높았다(HR 1.41; 95% CI 1.10~1.80; P=0.006).

아울러 등록 당시 또는 추적관찰 기간에 심혈관질환이 있었던 근로자 역시 근로 시간이 길수록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증가했다.

Kivimaki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일주일 근로 시간이 길수록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시간 의존적인 연관성이 확인됐다"면서 "게다가 등록 당시 심혈관질환이 없었던 근로자에게서도 장시간 근무에 따른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높아졌기에 오랜 근무 시간과 심방세동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네덜란드 St Antonius Hospital의 Bakhtawar K Mahmoodi 박사는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 오랜 근무 시간과 심방세동 간 상관관계가 확인됐지만, 근무 시간이 심방세동 발병 위험을 높이는 확실한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향후 심방세동 발병에 영향을 미친 잠재적인 요인이 있는지 등에 대한 메커니즘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연간 근로 시간은 2015년 기준 2113시간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근로 시간이 길며, OECD 평균 1766시간보다는 347시간 많다. 

지난 5월 통계청은 국내 전체 취업자 중 주 54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20.1%로, 5명 중 1명이 장시간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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