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E AD 전체 환자군 분석 결과 항응고 역전 효과 입증…혈전성 사건·사망 등 보고돼

60년간 항응고제 시장을 군림하던 와파린의 아성을 무너뜨린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는 더욱 '강력한 무기'로 임상에서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

NOAC 치료 후 생명을 위협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출혈이 발생했을 때 항응고 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 '역전제'가 개발돼, NOAC의 안전성까지 보장하게 된 것이다.

NOAC 역전제 중 가장 먼저 개발된 약물이 직접 트롬빈 억제제인 다비가트란의 항응고 효과를 역전하는 '이다루시주맙(idarucizumab)'이다. 제10혈액응고인자(factor Xa) 억제제인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의 역전제에는 '안덱사네트 알파(andexanet Alfa)'가 개발돼, NOAC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출혈 위험을 막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중 이다루시주맙의 활약이 눈에 띈다.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혈전지혈학회 연례학술대회(ISTH 2017)에서는 이다루시주맙 임상연구인 RE-VERSE AD 연구에 참여했던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한 최종 결과가 공개됐다. 동시에 NEJM 7월 1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결과에 따르면 이다루시주맙의 항응고 역전 효과는 충분히 확인됐다. 하지만 투여 후 나타난 혈전성 사건, 사망 등을 포함한 안전성 보고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다루시주맙의 효과와 함께 안전성 이슈 등을 점검해 봤다. 

RE-VERSE AD 전체 환자군에서 항응고 역전 효과 확인

▲ 이다루시주맙(제품명 프락스바인드)

이다루시주맙은 다비가트란을 복용 중인 환자에서 조절할 수 없는 출혈이 나타났거나 응급수술 또는 긴급처치가 필요할 때 투여돼 항응고 효과를 역전시킨다.

2015년에 발표된 오픈라벨 임상3상인 RE-VERSE AD 중간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다루시주맙은 두개내출혈 환자에서 다비가트란의 항응고 효과를 100% 역전시켰다(NEJM 2015;373:511-520). 게다가 역전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 긴급상황에서 응급수술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2013년부터 이어진 임상연구를 근거로 이다루시주맙은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다비가트란 역전제로 승인받았고, 지난해 3월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11일 공개된 RE-VERSE AD 연구에 참여한 전체 환자군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도 이다루시주맙의 항응고 역전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다루시주맙은 다비가트란의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구는 다기관 전향적 오픈라벨로 디자인됐고 다비가트란을 복용 중인 환자 503명이 연구에 포함됐다. 이 중 301명은 조절되지 않는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이 나타났고(A군), 202명은 응급수술 또는 응급시술이 필요했다(B군). 이다루시주맙 투여 용량은 정맥투여 5g이었다. 

분석 결과 이다루시주맙 투여 후 4시간 이내에 나타난 항응고 역전 효과는 100%였다. 게다가 투여 직후에 항응고 역전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A군의 출혈 요인 중 위장관 출혈이 45.5%, 두개내 출혈이 32.6%를 차지했는데, 이다루시주맙 투여 후 지혈까지 걸린 시간(중앙값)은 2.5시간이었다. B군에서는 이다루시주맙 투여 후 수술까지 걸린 시간(중앙값)이 1.6시간이었고, 93.4%가 수술 후 정상적인 지혈이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토머스 제퍼슨 대학 Charles Pollack 교수는 논문을 통해 "다비가트란을 복용 중인 환자가 응급수술이 필요하거나 긴급히 출혈을 조절해야 할 경우 이다루시주맙을 투여하면 빠르고 지속적으로 항응고 효과가 역전됐다"고 강조했다.

'혈전성 사건' 막기 위해서는 항응고요법 '재시작'해야

그렇다면 이다루시주맙 투여 후 나타난 안전성 문제는 없을까? 연구에서는 이다루시주맙 투여 후 혈전성 사건, 사망을 비롯한 섬망, 심정지 등의 이상반응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안전성 이슈가 약물 자체의 문제보다는 항응고요법 재시작 여부 또는 환자 상태 등의 영향을 받아 보고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90일째 혈전성 사건 발생률은 A군과 B군에서 각각 6.3%와 7.4%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이다루시주맙 치료 후 항응고요법을 다시 시작하지 않아 문제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비가트란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이므로, 이다루시주맙으로 지혈 후 환자 상태와 출혈 위험을 재평가해 적절한 항응고요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에서 이다루시주맙 치료 후 항응고요법을 다시 시작한 환자 비율은 A군이 72.8%, B군이 90.1%로 조사됐다. 아울러 항응고요법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중앙값)은 각각 13.2일과 3.5일이었다.

서울의대 최의근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혈전성 사건은 이다루시주맙 투여 후 바로 나타나지 않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보고됐다"며 "이다루시주맙으로 출혈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항응고요법을 다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상태'가 사망 위험 결정짓는 핵심 포인트

이어 90일째 사망률은 A군이 18.8%, B군이 18.9%로, 이다루시주맙 투여 후 5명 중 1명이 90일 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5일 내에 사망한 환자는 각각 6.3%와 7.9%를 차지했다.

이러한 사망 위험에 대해 전문가들은 약물이 위험하기보단 치료받는 환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은 여러 기저질환이 동반됐고 지혈이 필요한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이다루시주맙을 투여하더라도 사망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환자군의 특징을 살펴보면 3명 중 1명은 울혈성 심부전,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과거력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의대 최종일 교수(고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는 "이다루시주맙 자체의 문제보다는 치료받은 환자들이 심각한 출혈을 보이고 응급수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대조군을 설정하지 않았기에,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이다루시주맙을 투여하지 않은 이들과 사망률을 비교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섬망, 심정지, 패혈성 쇼크 등을 포함한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가 23.3%를 차지했는데, 이는 이다루시주맙의 문제보단 환자들이 동반한 기저질환 또는 환자 상태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Pollack 교수는 "연구에서 이다루시주맙이 다비가트란의 항응고 효과를 신속하게 역전시킨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대조군과 직접 비교하지 않았다는 한계점이 있다"며 "향후 시판 후 조사에서 이다루시주맙의 효과뿐만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추가 임상연구 결과 기다리는 '안덱사네트 알파'

한편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의 역전제인 안덱사네트 알파는 추가 임상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15년 발표된 ANNEXA 임상3상 결과를 근거로 리바록사반과 에독사반의 항응고 역전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한데 이어(NEJM 2015;373:2413-2424), 에독사반에 대한 근거도 확보 중이다.

여기에는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로 지정받았음에도 에독사반의 항응고 역전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승인이 늦어진 것이 배경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6)에서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과 함께 저분자량 헤파린인 에녹사파린의 역전제로서 효과를 입증한 ANNEXA-4 중간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승인까지 청신호가 켜졌다(NEJM 2016;375:1131-1141). ANNEXA-4 연구가 완료돼 긍정적인 데이터가 쌓인다면 머지않아 FDA 승인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일 교수는 "안덱사네트 알파가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 치료군에서 충분한 항응고 역전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에 같은 억제제 계열인 에독사반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FDA 승인까지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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