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혜 기자

새롭고 혁신적인 치료제 또는 치료법은 개발과 동시에 의료계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고 의료진은 보다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반면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은 이상반응이 실제 임상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임상에서 심각한 안전성 문제가 나타날 경우 안전성 서한 배포 또는 퇴출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녹는 스텐트로 알려진 '생체 흡수형 스텐트(BVS)'도 이러한 과정을 피해갈 수 없었다. BVS는 금속 스텐트와 달리 체내에서 분해될 수 있는 젖산을 중합체로 만들어, 생체적합성을 강점으로 한 '혁신적인 스텐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년 이상의 장기간 연구 결과에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고, 지난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BVS의 주요 심장사건 발생 위험을 경고하고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이에 더해 유럽에서는 개발사가 직접 나서 안전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임상시험에서만 BVS를 쓸 수 있고 의료기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나섰다.

임상에 BVS를 처음 적용한 미국과 유럽은 BVS의 안전성 문제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국내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BVS 시술을 시행하는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BVS를 적용한 환자에게서 혈전증 등의 안전성 문제가 나타난 사례가 없었고 작은 혈관에는 시술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국내 술기가 세계적인 수준이고 이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으므로, 국내에서는 BVS 안전성 문제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회사 측 역시 국내에서는 아직 안전성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고 국내 의료진들의 뛰어난 술기로 시술이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BVS 안전성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시점은 2년 후부터라는 것이다. 지난해 1월 보험 적용 후 국내 임상에 도입된 지 약 1년 5개월로, 앞으로 안전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국내 시술 수준이 세계적으로 뛰어나고 전문가 교육도 잘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만으로 외국과 달리 안심해도 된다는 '낙관론'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향후 안전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보다는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과거 한 다국적제약사에서 의료기기 부작용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뒤늦게야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해 비난을 받은 것처럼, 의료계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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