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내과 한 사람이 진단·치료 독점 구조…하트팀 협진 이뤄지기 쉽지 않아

▲ 박미라 기자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AS) 환자의 '실버라이닝'이라 불리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은 하트팀(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영상진단의) 안에서 시술 적응증, 금기증을 검토하고, 환자 평가 후 시술하도록 법제화돼 있다.

그러나 기자가 TAVI 시술 현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해외와 국내 간 큰 차이점을 발견했다.

의료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일본, 심지어 대만은 '진단을 내리는 심장내과 의사'와 '치료 즉, TAVI 시술을 시행하는 심장내과 의사'가 구분돼 있었고, 각자의 역할 아래 유기적인 협진이 이뤄지고 있었다.

일단 진단 전문 심장내과 의사가 진단을 내린 후 하트팀이 모여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그에 맞춰 협력치료(TAVI 시술)가 이뤄지고 있는 것.

반면 우리나라는 팀이 아닌 의사 개인이 중심이다.

A대학 흉부외과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심장내과 한 사람이 진단과 치료를 독점하는 구조라 하트팀 협진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환자나 보호자 얼굴을 보지 못한 채 TAVI 시술 후 하트팀 협진 하에 시술을 시행했다는 서명을 요구 받은 경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흉부외과의 일방적 주장만은 아니었다. 일부 심장내과 의사들도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국내 TAVI 시술 병원 가운데 협진체계가 잘 되는 병원 중 하나인 B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외국과 비교해 심초음파를 위시한 협조체계가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TAVI 시술은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군 환자에게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만큼 위험한 시술이기도 하다. 잘못됐을 때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이 발생하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른다.

때문에 시술 전 진단, 평가, 협의 재평가라는 수 많은 과정을 거친 후 시행해야 한다. 간단한 절차 또는 과정,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시행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불통에 가까운 TAVI 시술 시스템이 한 번에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원한 환자에 대해 진단 심장내과 의사가 진단하고, 하트팀 협진을 통해 치료뱡향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상당부분 할애해야 한다.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적응의 시간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캐나다 벤쿠버대학 교수는 하트팀 협진 하에 불과 30분 안에 5명 이상의 환자가 수술 또는 TAVI 시술 여부가 결정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TAVI 시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의 치료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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