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가 개편안 이달 중 공개…제네릭 약가 구조도 재검토
제약업계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 및 R&D 유인 요인 마련해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제도 개편안을 이달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회 등에서는 제네릭 약가 인하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이 산업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약 접근성 제고, 필수의약품 안정공급, 사후관리 통합 등 약가 정책의 전면 재설계를 위한 '종합 약가제도 개편안'을 추진하고, 이를 오는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개편안은 크게 신약 접근성 제고와 필수약 공급안정성,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계단식 제네릭 약가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제네릭 약가 정책은 2020년 개편 이후 품질 중심의 차등 보상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널 대비 가격 이점이 없거나, 동일 성분의 제네릭이 수십 개 이상 난립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제네릭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계에서는 이번 개편에서 제네릭 약가 인하 폭이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표가 지연되고 있던 약제급여적정성 재평가와 실거래가 개선 내용이 이번 개편안과 함께 발표될 것으로 알려져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가 제도 연구용역에 국산 제네릭 인하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국산 신약 40여 개의 연구개발 재원 상당 부분이 제네릭 판매 이익에서 조성되고 있는데, 단기 재정 절감만 보고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면 신약 개발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2년 대규모 일괄 약가 인하 이후 제약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그 여파는 R&D 투자 위축과 신약 개발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제약업계 "제네릭 기여분 인정해야...제도 일관성부터"
그러나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개편안이 당시와 같은 대규모 약가 인하는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R&D 유인을 저해하는 방식은 지양할 것"이라며 "다빈도 처방 품목에 대한 선별적 조정이나, 일정 기준 이상 품목에 국한한 합리적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네릭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 및 신약 개발 등에 기여한 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총진료비에서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2007~2008년) 약 29%에서 현재 23~24% 수준으로 감소한 것에는 제네릭이 기여한 바가 크다"며 "더군다나, 그 수익이 다시 신약 개발 재원으로 재투자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네릭 약가가 해외보다 높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제약업계는 국내 제네릭은 등재 초기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약가가 책정되는 반면, 해외는 시장 진입 후 서서히 약가가 낮아지는 구조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반박한다.
제약업계는 제네릭 약가 인하 이전에 약가 제도의 일관성 강화를 주문했다. 현행 제네릭 약가 제도는 계단식 가격 구조와 가산·인하 요인이 혼재되어 있어, 제약업계로부터 지속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낮고, 가격 산정 방식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동일 성분 내에서도 약가가 빈번하게 조정되는 등 산발적이고 일관성 없는 약가 관리가 업계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이중규 국장은 "제도 추진 과정에서 제약업계의 우려와 건의사항도 충분히 수렴하겠다"며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부회장은 "제네릭 약가를 절대 손대지 말라는 주장이 아니라, 산업 성장과 보건 재정의 균형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조율돼야 한다"며 "정부와 소통하며 약가 정책에 대한 산업계의 기대와 우려를 전달한 만큼, 정책이 확정되기 전에도 반드시 산업계·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편안, 사후관리 통합·이중약가 확대 등도 포함
이외에도 복지부는 약가 개편에서 신약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중약가 제도' 확대, 사후관리 통합, 필수약 공급 안정화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중약가는 보험 등재 시 실제 공급가와 대외 표시가격을 분리 설정하는 제도로, 고가 신약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보험 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일부 품목에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복지부는 이를 확대해 신약 시장 진입을 보다 원활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거래가 약가 인하, 사용량-약가 연동,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의 제도를 통합해 일관성 있는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월 관련 정책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필수의약품 약가 우대 방안도 개편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채산성이 낮아 생산이 중단된 품목이나,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품목을 대상으로 약가를 인상하거나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해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