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제도적 일관성·예측 가능성 확보돼야”
다국적제약업계 “통합 취지 훼손 없는 제도 재구조화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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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문윤희 기자]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가 사후관리 체계의 통합 필요성을 공식 언급한 데 대해 제약업계가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 조성'과 '통합 취지를 살린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업계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제도 조정 수준을 넘어, 복지부의 정책적 의지와 산업 생태계 안정화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일관성을 확보하는 제도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열린 2025년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지아 의원은 현재의 약가 사후관리 제도가 기전별로 분리돼 운영되면서 시점과 절차가 제각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중구 심평원장은 “실거래가 약가 인하를 포함한 사후관리 기전의 운영 시점을 조정하고,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제약업계는 정부가 약가 관리 체계의 일원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복지부와 심평원이 약가 사후관리 정책을 각각의 제도적 틀 안에서 운용하면서 중복 인하, 절차 불투명, 불규칙한 시행 시기 등으로 인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산업 생존의 기본 전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시점 맞추기’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복지부의 정책 의지와 일관된 제도 방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통합 논의의 의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중요한 건 정책 일관성”이라며 “복지부가 제약산업을 단순한 비용 통제 대상이 아닌 국가 핵심산업으로 인식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예측 가능한 약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약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중간에 약가 정책이 바뀌거나 사후관리 주기가 불규칙하면 R&D 투자 계획 자체가 흔들린다"면서 "이번 논의가 정책 환경의 안정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 통합의 필요성과 함께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며 “이번 사안은 복지부가 정책 수립의 의지와 통합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심평원장의 국감 발언이 정부 내부의 공감대 형성을 반영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심평원이 국감장에서 제도 개선 의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정부 내에서도 일정한 교감이 형성된 결과로 보인다”며 “업계는 이를 계기로 통합 논의가 구체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국적제약업계는 통합 제도의 시행 시점보다 제도의 재구조를 통해 제도의 효율화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거래가제도는 본래 2년에 한 번씩 정해진 기간에 진행되는 약가 인하제도로, 이를 다른 사후관리 시점에 맞춰 조정하는 것은 ‘사후관리 통합’과 ‘효율화’의 취지와 맞지 않다"면서 "제도의 통합 방향이 제도 효율화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현재의 사후관리 제도가 각기 다른 해외 사례를 차용해 복잡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후관리로 낮아진 비교약제의 가격이 다시 신약 약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제도로는 국내에 도입되는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단순히 시점을 맞추는 통합이 아니라, 여러 사후관리 제도를 효율적으로 통합·재구성하는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통합제도의 운영 밑그림으로 ▲심평원(등재)과 공단(사후관리)으로 이원화된 주체를 통합하고 역할 재정립 ▲RSA(위험분담제) 약제의 복수 재정 기반 사후관리는 총액계약제로 통합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 약가인하는 PVA를 통해 실제 재정증가분에 대한 인하로 통합 등의 실행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심평원은 등재, 공단은 사후관리로 나눠진 주체를 통합하는 절차도 필요하다"면서 "RSA를 총액계약제로 통합하는 방안과 PVA 통해 실제 재정증가분에 대한 인하로 통합하는 과정 등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방향성을 갖고 가야 진정한  의미의 ‘통합 제도’가 될 것"이라면서 "단기적 행정편의가 아닌 중장기적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 설계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는 이번 국감에서의 통합 제도 운영 발언을 제도 개선의 신호탄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약가 사후관리의 통합 논의는 단순히 행정 효율화의 문제가 아니라, 제약산업의 R&D 투자 안정성과 환자의 치료 접근성까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확보될 때 산업과 환자 모두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관련 정책협의체를 통해 복지부와 심평원에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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