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에서 진단 표준화, 생활습관 교육, 환자 맞춤형 약물치료 이뤄져야
1. 서론
고혈압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망 위험요인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고혈압은 뇌졸중·심근경색·심부전·만성콩팥병 등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적절히 예방하고 조절하지 못할 경우 국민 건강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국내에서는 약 1300만명이 고혈압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일차의료는 이러한 고혈압 환자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최일선 현장이므로 고혈압의 최신 정의, 진단법, 예방 및 치료원칙, 보험급여 체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정의 및 역학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2022)에 따르면, 고혈압은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로 정의하며,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혈압 분류는 정상혈압(<120/80mmHg), 주의혈압(120~129/<80mmHg), 고혈압전단계(130~139/80~89mmHg), 1기 고혈압(140~159/90~99mmHg), 2기 고혈압(≥160/100mmHg)으로 나뉜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간한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4에 따르면, 국내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결과, 2022년 고혈압 유병률은 20세 이상 인구에서 약 30%, 30세 이상에서 약 35%로 나타났다.
남성은 전반적으로 여성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이나, 여성은 폐경 이후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70세 이상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특히 20·30대 젊은층 환자는 약 89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인지율 35.7%, 치료율 34.7%, 조절률 32.9%에 불과해 관리 사각지대가 크다. 이러한 역학적 특징은 일차의료 현장에서 젊은 고혈압 환자의 조기발견과 적극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3. 진단∙검사
고혈압 진단의 기본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다. 수은혈압계가 금지됨에 따라 현재는 검증된 비수은혈압계가 권장되며, 측정 전 최소 5분간 안정을 취하고, 적절한 커프 크기를 사용해, 최소 두 번 이상의 반복 측정이 권장된다.
그러나 진료실 혈압만으로는 백의고혈압이나 가면고혈압을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가정혈압이나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이 중요한 보조수단으로 제시된다.
실제로 백의고혈압은 약 15~20%, 가면고혈압은 15~30%에서 관찰된다. 백의고혈압은 장기적으로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가면고혈압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인자이다.
최근에는 자동혈압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자가 측정, 중심동맥압 측정 등 다양한 방법이 보조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측정 방식에 따라 진단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을 적극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강조된다.
고혈압 환자의 평가는 단순한 혈압수치 확인을 넘어 전신적 위험도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환자의 증상과 징후는 대부분 비특이적이지만 두통, 어지럼증, 흉통 등이 있을 수 있다. 병력청취에서는 가족력, 생활습관, 복용약제, 동반질환을 확인해야 한다.
진찰은 체중, 신체계측, 맥박, 심혈관 및 신경학적 평가를 포함하며, 기본검사로 혈액·소변검사와 심전도, 필요시 심초음파나 영상검사가 권고된다. 또한 고혈압은 종종 무증상 장기손상을 동반할 수 있어 좌심실비대, 미세알부민뇨, 망막병증 등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흡연,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다른 심뇌혈관 위험인자를 함께 평가해 종합적 위험도를 산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차성 고혈압이 의심되는 경우(예: 젊은 연령, 저항성 고혈압, 전해질 이상)에는 선별검사와 정밀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4. 예방 및 치료
고혈압 예방과 치료의 첫 단계는 생활습관 교정이다. 염분섭취를 하루 6g(나트륨 2,400mg) 이하로 줄이며, 체중감량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혈압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방법이다.
규칙적인 운동(주 5회, 중등도 유산소 운동 30분 이상)은 혈압조절과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며, 절주와 금연도 필수적이다.
채소, 과일, 저지방 유제품이 풍부한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DASH) 식단은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 건강을 향상시킨다. 이외에도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예방적 효과를 가진다.
비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1기 이상 고혈압 또는 당뇨병, 만성콩팥병, 심뇌혈관질환 같은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목표혈압은 일반적으로 140/90mmHg 미만이며, 고위험군에서는 130/80mmHg 미만을 고려한다. 고령 환자는 부작용 위험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조절하되, 65세 이상도 가능하면 <140/90mmHg으로 조절을 권고한다.
1차약제로는 이뇨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ngiotensin-converting enzyme inhibitor, ACE inhibitor), 안지오텐신II수용체차단제(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ARB), 칼슘차단제, 베타차단제가 권장되며, 환자의 동반질환과 특성을 고려해 선택한다.
• 이뇨제는 노인 수축기단독고혈압, 부종, 심부전 환자에서 고려할 수 있다.
• ACE억제제와 ARB는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고, 콩팥 기능 악화를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좌심실비대와 죽상동맥경화 진행을 억제하며, 혈당이나 지질 대사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들 약제는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개선하고 혈관 재형성을 돕는 이점도 있다. 고령 환자나 탈수 상태에서는 초기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고, 양측성 신동맥 협착 환자에서는 심한 저혈압 및 급성 신부전이 초래될 수 있다.
치료시작 후 2개월 내 혈청 크레아티닌이 상승할 수 있으나, 기저치 대비 30% 이내이면서 칼륨이 5.5mEq/L 이하이면 중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혈청 크레아티닌이 3.0mg/dL 이상인 경우 고칼륨혈증에 주의해야 하며, 혈중 칼륨과 신기능은 투여 전, 투여 1~4주 후, 그리고 이후 3개월, 6개월마다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ACE억제제는 마른 기침이 흔히 발생하며, 여성과 비흡연자에서 더 잘 나타난다. 투약을 중단하면 수일~수주 내 소실된다.
반면 ARB는 기침 부작용이 드물다. 두 약제 모두 임신부에게는 태아 독성으로 인해 금기이며, 그 밖에 고칼륨혈증, 급성 신부전(특히 양측 신동맥 협착 시), 이상미각, 백혈구 감소증, 혈관부종, 발진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다.
• 칼슘차단제는 고혈압 치료에 널리 사용되며, 장시간 작용형 제제가 권장된다. 속효성 제제는 반사성 빈맥과 심장 부담을 초래할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이 약제는 관상동맥 확장 작용을 통해 안정형 협심증에 효과적이며, 특히 관상동맥 연축에 의한 이형협심증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경동맥 죽상경화 진행억제, 좌심실비대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칼슘차단제는 크게 dihydropyridine계(DHP, 예: amlodipine, nifedipine)와 non-dihydropyridine계(non-DHP, 예: verapamil, diltiazem)로 나뉜다.
DHP 제제는 강력한 혈관 확장 작용이 있으나, 반사성 빈맥이 동반될 수 있다. Non-DHP 제제는 빈맥이 적고, 심근경색 후에도 사용 가능하며, 확장기 충만을 개선해 비후성심근증 환자에서 효과적이다.
부작용으로는 DHP 제제에서 발목 부종, 두통, 안면홍조, 반사성 빈맥이 흔하며, Non-DHP 제제는 변비, 방실전도장애, 심근수축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방실차단이나 수축기 심부전 환자에서는 주의해야 하며, 특히 고령 환자에서 베타차단제와 병용시 심한 서맥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
• 베타차단제는 젊은 환자, 협심증, 심근경색, 부정맥 동반 환자에서 유용하나, 일반 고혈압 환자에서 1차약제로 권장되지는 않는다.
실제 임상에서는 단일제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병용요법이 흔하다. 국내에서는 ARB와 칼슘차단제, 혹은 ARB와 이뇨제 조합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4에 따르면 전체 치료자의 40%가 단일제, 44%가 2제 병용, 16%가 3제 이상을 사용했다. 주요 처방약제는 ARB(76%), 칼슘차단제(62%), 이뇨제(23%), 베타차단제(15%)였다.
5. 수가 및 급여
우리나라에서는 만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혈압을 측정하며, 40세 이상, 고혈압 가족력, 고혈압전단계, 비만이 있는 경우는 매년 검사를 권고한다.
항고혈압제 대부분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며, 단일제와 복합제 모두 가능하다. 혈압 측정은 기본 진찰료에 포함돼 별도의 수가가 없으며, 활동혈압검사와 일부 가정혈압 모니터링은 제한적으로 급여가 인정된다.
생활습관 교정이나 환자 교육상담에 대한 보상은 부족해, 실제 임상에서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젊은 환자들의 조기발견과 상담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6. 결론
고혈압은 흔하면서도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일차의료 의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에서 인지율·치료율·조절률이 크게 개선됐으나, 여전히 젊은층과 일부 고위험군에서 관리 격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일차의료 현장에서 표준화된 진단, 생활습관 개선지도, 환자 맞춤형 약물치료를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보험수가 개선과 환자교육 강화 등 정책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고혈압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 부담을 줄이고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