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 '데이터 기반 맞춤치료' 본격화 기회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이하 만관제)의 '진료실 원스톱 포인트 차감 방식'이 국내 제약업계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그동안 복약순응도 관리와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투자를 늘려왔던 국내 제약업계에게 본격적인 사업화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사 '데이터 기반 맞춤 치료' 본격화 기회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만관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환자가 요양기관정보마당에서 별도로 처리해야 했던 포인트 차감 절차를 진료실에서 바로 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만관제의 핵심은 고혈압·당뇨 환자의 장기 복약 관리다. 제약업계에서는 진료실 차감 방식 도입으로 만관제 참여 환자가 늘어나면 복약순응도 데이터 확보와 활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복약 패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환자군별 맞춤형 치료법 개발이 가능해질뿐더러 디지털 치료제와 복약알림 앱, 혈당·혈압 모니터링 기기 등을 통합한 종합 솔루션 구축도 현실화될 수 있다.
실제 일부 국내사는 이를 위한 집중 투자에 돌입한 상태다.
동아ST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 플러스'로 2025년 2월 브라질에서 ANVISA 사용승인을 받은 뒤, 같은 해 6월 현지 런칭을 공식화했다. 또 메디웨일과 손잡고 AI 망막 분석 기반의 심혈관 위험 예측·안질 솔루션인 '닥터눈 CVD·펀더스'의 국내 유통에도 나섰다.
대웅제약은 반지형 연속혈압측정기 'CART BP pro'를 도입해 2023년부터 전국 병·의원 공급을 시작했으며, 2024년 8월에는 건강보험 급여까지 인정받았다. 현재는 1600여 개 의료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휴이노와 협력해 AI 기반 원내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MEMO Cue'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 6월에는 개인용 혈당측정기 '유한당체크'를 시장에 선보였다.
한미그룹은 2024년 2월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추진 TF'를 출범하며 조직 차원의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한미약품은 디지털 치료기기 전문기업 디지털팜에 KT와 합작 투자하고, 아이젠사이언스와 AI 활용 항암신약 연구개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H.O.P 프로젝트를 통해 비만 환자의 라이프 스타일 및 복약순응도 교정이 가능한 디지털 의료기기 융합 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보령 역시 '보령 디헬스커버리'라는 전용 투자펀드를 조성해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이 펀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타업 지원이 취지로, 초기 단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해 시드 투자를 진행한다. 투자 외에도 공동사업화 기회 제공, 비즈니스 고도화 지원, 헬스케어 분야 네트워크 연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GC 계열사인 GC케어는 기업과 보험사를 대상으로 건강관리 플랫폼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우리은행과 협력해 WON뱅킹 연계 헬스케어 서비스도 선보였다.
삼진제약은 2025년 2월 제이앤피메디와 포괄적 협약을 체결하고, 임상 데이터 관리와 규제 대응을 디지털화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처럼 각 제약사들이 내놓은 구체적인 성과들은 단순한 비전 제시를 넘어 실제 서비스와 제품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만관제를 비롯한 정부 정책 변화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제약사 대비 이점도 확실
국내 제약업계의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제약사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환경에 최적화된 복약순응도 관리 솔루션을 먼저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제약업계의 복약순응도 관리 사업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노바티스는 2019년부터 '고 프로그램'을 통해 다발경화증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85%에서 95%까지 끌어올렸다.
화이자는 '마이 헬스 파트너' 플랫폼을 통해 심혈관질환 환자 50만명의 복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로슈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아큐-체크 커넥트' 시스템으로 혈당 측정과 인슐린 투여, 복약 관리를 통합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 체계 하에서의 처방 패턴, 한국인의 생활습관과 질병 특성, 의료진과 환자 간 소통 방식 등을 반영한 한국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한다면 국내 제약업계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관제가 활성화되면 그동안 개발해온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검증받을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글로벌 제악업계의 기술을 벤치마킹하되, 한국 환경에 특화된 솔루션을 개발, 선점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