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기피, 낮은 수가와 과중한 부담이 원인
보정심에 의한 필수의료 정의, 정치적 결정 위험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조만간 산하단체 의견을 종합한 공식 의견서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의협은 1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의 원인부터 잘못 짚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원이 2022년 의사 1159명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 응답자 다수(58.7%)가 필수의료 기피 이유로 '낮은 의료수가'를 꼽았다. 이어 '법적 보호 부재'(15.8%), '과도한 업무부담'(12.9%) 순으로 나타났다.

의협은 "강제적 의무복무보다는 자발적으로 필수·지역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의료인력 수급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또 필수의료를 응급, 중증, 외상, 감염, 분만, 소아 등으로 규정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를 거쳐 범위를 확정하도록 한 부분에서는 정책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보정심이 정부 정책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필수의료 범위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며 "위원회 결정에 의존하면 정책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어, 의료계 전문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의를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학금 지원을 조건으로 10년간 의무복무를 부과하는 지역의사·공공의사 제도도 법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의협의 의견이다. 

의협은 "10년간의 의무복무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며 "전공의 수련을 제외하면 실제 의무복무는 약 5년에 불과해, 장기적 인력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3년 주기로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조항도 문제로 지적됐다. 의협은 "예산 확보와 정책 검증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지 못하고, 정권 변화에 따라 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며 "필수의료 거점의료기관 지정 역시 기존 응급센터·심뇌혈관센터 등과 역할이 중첩돼 법률 충돌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의협은 "법안이 강조하는 기금 설치와 재정 지원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무엇보다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업무개시 명령 조항의 삭제가 우선"이라며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금지와 처벌이 아니라,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와 협력 체계를 정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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