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민 건강보다 제약 이익 선택한 결정”
은행엽·도베실산칼슘 재평가 대상 회피 의혹 제기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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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보건복지부가 내년 시행 예정이던 의약품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돌연 연기하고, 불법 리베이트 전력이 있는 제약사에도 혁신형 인증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시민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복지부는 제약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을 희생시키려는 것이냐"며 "이재명 정부의 제약사 봐주기 행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최근 내년도 의약품 급여 적정성 재평가 시행 시점을 연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제도는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불필요한 약제를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거나 축소하기 위한 조치로, 국민 건강 보호와 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꼽혀왔다.

양 단체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빌베리, 실리마린 등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약제들이 재평가를 통해 급여가 축소되거나 삭제됐지만, 제약사들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훼손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5년 넘게 급여 축소가 미뤄졌고, 빌베리는 4년이 지나서야 급여 삭제 결정이 내려졌다. 실리마린의 경우에도 4년째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집행정지 제도는 원고의 방어권 보장이 아닌, 기업의 이윤 극대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들은 "이제 막 소송들이 마무리돼 정책에 다시 탄력이 붙으려는 시점에 복지부가 재평가를 연기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제약사 로비에 굴복한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재평가 대상으로 거론되는 은행엽추출물, 도베실산칼슘은 급여가 축소된 기존 약제의 대체제로 시장에서 활용되는 중으로, 환자의 건강을 고려할 때 조속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재평가를 미루는 것은 환자의 권익보다 산업 편의에 기울어진 결정"이라며 "복지부는 하루빨리 내년 재평가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복지부가 불법 리베이트 전력이 있는 기업에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는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현행 제도에서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되면 약가 우대, 연구개발 지원,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특혜가 부여된다. 양 단체는 불법 리베이트 처벌을 받은 기업에 이러한 혜택의 기회가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불법 리베이트는 단순한 기업 비리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권과 직결된 중대 범죄"라며 "이런 기업이 정부 인증을 통해 오히려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면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주가조작 세력에게는 본보기를 보여주겠다고 발언했던 만큼 불법 리베이트 문제에도 동일한 태도와 결단력이 요구된다"며  "제약사 봐주기 행보를 멈추고,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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