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버드의대 Pasi A.janne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세훈 교수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패러다임이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지난 6~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WCLC 2025)에서 공개된 FLAURA2 연구의 전체생존(OS) 최종분석 데이터는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이 약 4년의 생존기간을 제시하며 타그리소 단독요법으로도 혁신을 일으켰던 기존 치료 전략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특히 중추신경계(CNS) 전이나 L858R 변이 환자군에서 확인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의 뚜렷한 효과는 향후 치료 선택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이번 분석 결과는 글로벌 가이드라인 개정 논의도 촉발하며 한국 진료 현장에서도 빠르게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본지는 WCLC 2025 현장에서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의대 Pasi A. janne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이세훈 교수를 만나 OS 최종 분석 결과가 갖는 임상적 의미와 향후 치료 전략 변화를 들어봤다.
- WCLC 2025에서 FLAURA2 연구의 OS 최종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분석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Pasi A. janne :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OS에서 의미 있고 유의미한 향상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환자들에게 실제 생존 연장을 약속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다.
이세훈 : 저 역시 같은 생각이다. OS는 1차 목표점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가장 기대했던 데이터였다. 독성 문제가 우려됐던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에서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됐고, 무엇보다 생존 격차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점은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 이제 표준치료도 변화하는 것인가.
Pasi A. janne : FLAURA2 연구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냈다. 환자와 의료진에게 더 많은 치료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데이터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환자 특성과 선호도를 함께 고려해 맞춤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세훈 : 한국은 이미 현실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6월부터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 건강보험 부분급여에 포함되면서 많은 의료진이 실제 활용하고 있다. 이번 OS 최종 분석 결과는 이 같은 선택에 확신을 더하는 강력한 근거가 됐다.
- FLAURA 연구에서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으로 3년 OS를 보여줬다. FLAURA2 연구에서는 4년에 도달했는데, 4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Pais A. janne : 약 4년이라는 수치는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현실적인 희망'을 주는 데이터다. FLAURA 연구에서 얻은 성과를 더 확장하려는 시도가 바로 FLAURA2 연구였고, 과학적 가설이 실제 환자 혜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어떤 환자에게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을 권하는가.
Pasi A. janne : CNS 전이 환자, 엑손21(L858R) 치환 변이 환자, 그리고 종양 부담이 큰 환자에게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세훈 : 실제 임상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특히 전신 상태가 양호한 환자일수록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삶의 질을 더 중시하는 환자들은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선호하기도 한다. 결국 개인별 가치와 상황을 고려하는 게 핵심이다.
- 단독요법만으로 충분한 환자군도 있나.
Pasi A. janne : 있다. 종양이 국한돼 있거나 엑손19 결손 환자처럼 TKI 반응률이 높은 경우에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고령 환자, 항암화학요법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 역시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이다.
- OS 최종분석 결과가 글로벌 가이드라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는가.
Pasi A. janne : OS는 골든 스탠다드다.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선호요법(preferrend option)으로 권고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세훈 :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 개정 논의는 이미 시작된 상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폐암 치료 전략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한국 환자와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세훈 : FLAURA2는 단순히 '데이터의 승리'가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현실적 혜택을 주는 결과다. 치료 옵션이 늘어난 만큼 더 복잡한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Pasi A. janne : 환자들에게 '이제 EGFR 변이 폐암에서 4년 생존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진전이다. 앞으로도 맞춤형 치료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