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손기영 교수
울산의대 손기영 교수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인인구의 건강관리는 보건의료의 주요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감염성 질환은 노인에서 중증 합병증과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예방접종을 통한 1차예방은 노인 건강증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1차의료는 노인 예방접종의 접근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최전선으로,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예방접종 전략이 요구된다.

성인의 예방접종은 연령 및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예방접종이 다르다. 노인은 면역노화(immunosenescence)로 인해 감염에 취약하다.

이로 인해 동일한 병원체에 노출되더라도 중증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고, 기저질환의 악화 및 기능저하를 초래하기 쉽다.

이에 노인에게는 일반 성인과는 다른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이 글에서는 노인에게 주로 권장되는 예방접종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1. 인플루엔자 백신

인플루엔자는 학동기에 가장 흔히 감염되지만, 유아기와 노년기에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율이 가장 높고,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은 대개 60~65세 이상의 노인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특히 노인에서 중요한 예방접종으로 볼 수 있다.

노인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젊은 층에 비해 항체형성 효과는 낮으나, 인플루엔자 감염과 입원, 사망률을 40~60%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항원성의 변동으로 인해 해마다 예측되는 인플루엔자 아형에 대한 접종을 권장하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늦어도 11월에는 접종하는 것을 권장한다.

최근에는 노인의 항체형성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고용량 백신 또는 고면역원성 백신이 노인에게 권장되고 있으나, 아직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는 포함돼 있지 않으며 보편적으로 접종되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2. 폐렴구균 백신

폐렴은 75세 고령 노인 사망원인 중 3위를 차지하는, 노인에게 중요한 질환이다. 그 중 지역사회 감염폐렴은 폐렴구균이 가장 중요한 원인균이고, 이에 대한 예방접종을 필수로 권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권장하는데, 폐렴구균백신은 23가 다당백신(PPSV23)과 단백결합백신(PCV)으로 나뉜다.

PPSV23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나, 흔히 볼 수 있는 비침습성의 지역사회 감염폐렴에 대한 효과는 입증돼 있지 않다.

그에 반해 PCV는 비침습성 폐렴과 침습성 모두에 효과가 증명돼 있다.

13가 단백결합백신(PCV13)이 오랜 동안 쓰이면서, PPSV23과 PCV13을 일정 간격으로 접종하는 것이 권장됐으며, 65세 이전에 PPSV23을 접종했던 경우에는 65세 이후에 한 번 더 접종하도록 권고됐다.

근래에는 PCV15가 도입되면서, PCV15를 PCV13보다 우선해 권장하고 있다. 여기에 PCV20까지 최근에 도입돼, PPSV23 접종 없이 PCV20 접종만으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마치는 것도 권고되고 있다.

3. 대상포진 백신

대상포진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의 합병증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일으키며, 최근에는 대상포진 감염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위험의 증가가 주목되고 있다.

이전에는 대상포진에 대한 생백신을 1회 접종하는 것이 권장됐으나, 최근 불활성화 재조합 백신이 공급되면서 불활성화 재조합 백신이 우선적으로 권고된다.

그 이유는 생백신이 70세 이상의 고령에서 효과가 부족함에 비해 불활성화 재조합 백신이 접종 후 연령에 관계없이 90% 이상의 높은 효과를 보이며, 생백신의 효과가 접종 후 4~5년이 경과하면 효과가 감소하는데 비해 불활성화 재조합 백신은 11년까지 높은 효과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50세 이상에서 권장되고, 생백신은 1회 주사하며, 불활성화 재조합 백신은 2~6개월 간격으로 2회 주사한다.

4.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은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백신이나, 노인을 포함한 모든 성인에서 권장되는 백신이다.

파상풍과 디프테리아에 의한 중증 감염의 예방을 위해 접종하고, 더불어 최근 영아의 백일해 감염이 노인으로부터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 특히 노인의 접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58년 이전에는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이 도입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현재의 65세 이상 노인들은 대부분 노년기 이전에 이 접종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은 과거에는 3회 접종하되, 그 중 1회를 Tdap으로 접종하고 나머지는 Td를 접종하는 것으로 권고됐으나, 현재는 Td를 Tdap으로 대체해 접종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권고사항이 변경됐다. 접종 이후에는 10년 간격으로 Td 추가접종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5. 코로나19 백신

코로나 19 판데믹 이후 매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코로나 19에 의한 감염은 노인의 입원, 사망의 중요한 원인이며, 다양한 변이가 발생했음에도 노인의 코로나 19에 의한 위험은 변함이 없다. 코로나 19 백신은 노인에서 코로나 19에 의한 중증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뚜렷하다.

최근의 권고에 따라 60세 이상 노인이나, 만성질환이나 면역저하가 있는 고위험군은 연 1회 부스터 접종을 하는 것이 권장되며, 노인은 현재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을 통해 연령대에 따라 접종이 가능하다.

6.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

RSV 감염은 대개는 흔한 감기 증상으로 지나가나, 노인의 경우 중증화 돼 입원,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연간 1만명 정도가 RSV 호흡기 감염에 의해 사망한다.

보존적 치료 이상의 명확한 치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중요한 전략이다. RSV에 대한 예방접종은 최근 도입됐으며, 1회 접종 시 80%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3년까지는 60~70%의 효과가 유지된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7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RSV 예방접종 1회를 권장하고, 60세 이상 노인이 기저질환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등으로 인해 고위험군에 속할 경우에는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1회 접종을 권장하고 있으나, 추후 추가 접종으로 인한 부가적인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

노인 예방접종은 고령층 감염질환 부담을 경감시키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핵심 전략이다. 1차의료 의사는 예방접종 전달체계의 중심축으로, 개별환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종계획, 이상반응 관리,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백신에 의한 변화가 적지 않아, 이에 대해 숙지하고 도입에 따른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노인의 건강증진 뿐 아니라 지역사회 건강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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