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칠승 의원 관련案 발의 준비, 22대 국회서 4번째
원칙적 초진 허용 및 AI 활용 가능 등 담아···의료계 "우려"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정부와 국회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속도를 내면서 의료계 안팎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22대 국회에서는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며 제도화의 폭이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COVID-19) 시기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이후, 법적 근거 없이 시범사업 형태로 유지돼왔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진료 대상 범위 등에 대한 이견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새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대선 10대 공약으로 제도화를 명시하고,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 역시 취임사에서 환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회 움직임도 빨라졌다. 국민의힘 최보윤·우재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한 데 이어, 최근 민주당 권칠승 의원도 초진을 폭넓게 허용하는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22대 국회에서만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은 총 4건에 달한다.

권 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의 핵심은 초진 허용 범위다. 해당 법안은 원칙적으로 모든 환자가 요청 시 비대면 초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응급환자·14세 미만 아동(보호자 동의 없는 경우)·대면 이력 없는 정신질환자 및 만성질환자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일부 환자만 제한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 6월 전진숙 의원안보다 훨씬 완화된 접근이다. 전 의원의 안은 섬·벽지 거주자, 교정시설 수용자, 18세 미만·65세 이상, 감염병 환자 등 제한적 조건에서만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권 의원의 법안은 또 비대면 진료 허용기관을 의원급으로 한정하되, '의료기관 이용 제한 지역' 등 특수 상황에서는 병원급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처방전은 전자 전송을 원칙으로 하되, 마약류·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금지했고 위반 시 500만원 벌금 조항도 담겼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인공지능(AI) 활용 근거를 처음으로 법안에 포함했다는 것이다. AI는 진단·처방·치료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지만, 진료 효율성을 높이는 보조 도구로는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의료인의 보호를 위해 △병력 확인 자료 미제출 △본인확인 거부 △검사 등 필요한 의료기관 내 조치 필요 △정보 부족 △대면 이력 확인 위한 기록 미제출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의료인은 진료를 중단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에 초진 범위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대면 진료의 보완적인 장치 한정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고 있다. 특히 비대면 진료로 초진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게 의료계의 주된 주장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수행 실적 평가 연구'에 따르면 환자 60.2%가 비대면 진료에 전반적으로 만족한 반면, 의사 80.3%는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보다 매우 불안하다' 또는 '다소 불안하다'고 답했다. 시진과 청진이 어려워 오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가 제공한 정보만으로는 진료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특히 초진부터 비대면을 허용하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