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종양학, 암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심혈관질환 관리 위한 교육·연구
"심장은 유일한 장기…삶의 질에 큰 영향 미칠 수 있어 관리 중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암에 걸리면 사망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의학 발전에 따라 암 환자 생존율이 높아지고 생존기간도 연장되면서 암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병으로 평가된다. 

이제는 암 치료뿐만 아니라 치료 이후 암 생존자의 장기간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해졌다. 암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꼽히는 것이 심혈관질환이다. 심혈관질환은 암 진단 시점부터 치료 과정, 그리고 생존에 이르기까지 암 환자를 위협한다.

특히 암 치료로 발생할 수 있는 심장독성(cardiotoxicity) 위험이 제기되면서 암 환자의 심장건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심장종양학(Cardio-Oncology)'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심장종양학이 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낯설다.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암 환자의 더 건강한 삶을 위한 심장종양학의 필요성과 개선 과제를 취재했다.

<1> 암 치료 여정에서 심장을 지켜라

<2> 암 환자의 더 건강한 삶을 위한 '심장종양학'

<3> 다학제 협진 중요한 심장종양학, 우리나라는?

<4> 암 환자 심장 지키기 위한 연구 활성화 필요

<5> "심장독성 예방해 암 치료 중단 없이 생존자 되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암 치료 관련 심장독성 관리 중요해지면서 '심장종양학' 주목

암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는 우연이 아니다.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심장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암 치료다. 암세포를 없애기 위한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는 심장독성을 유발해 심장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심장독성은 암 치료 과정뿐 아니라 치료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암 치료로 유발되는 심장독성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떠오른 하위 전문 분야가 심장종양학이다. 심장종양학이란, 암 치료 중 또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심혈관질환을 적절하게 관리해 안전한 암 치료 전략을 개발함으로써 심장 손상을 최소화하고 생명 연장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다학제 융합 교육과 연구를 의미한다.

심장종양연구회 김희준 국내교류위원회 위원장(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생존기간이 길어지면서 심장종양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심장은 하나밖에 없는 장기이기 때문에 암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효과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장종양학연구회 정우백 회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심장종양학은 암 치료 시 심장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하위 전문 분야"라며 "암 환자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암 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암 치료로 나타날 수 있는 심장독성 위험은?

심장독성 문제가 대두됐던 대표적 약제가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다. 독소루비신, 에피루비신, 이다루비신 등 안트라사이클린은 림프종뿐 아니라 유방암, 백혈병, 육종 등 암 치료에 사용하는 표준 항암화학요법이다. 

그러나 안트라사이클린 투약 시 항암화학요법 1주기부터 심장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인구, 치료 시기, 진단 기준 등에 따라 안트라사이클린 관련 심부전 위험은 10~15배 높다고 보고된다. 

유방암 표적치료제인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도 심장독성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대표적 약제다. 2000년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허셉틴이 잠재적으로 심장문제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허셉틴 허가·복약정보에는 뉴욕심장학회(NYHA) 2~4등급 심장독성(심부전)은 허셉틴 투여와 연관된 흔한 이상사례이며 치명적일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에 사용상 주의사항에는 치료 전 검사 시 심혈관계 문제가 있는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심장 평가를 고려해야 하고, 치료 중에는 심장기능을 모니터링하도록 언급됐다. 

2010년대 이후 등장한 면역항암제와 CAR-T 치료제 등도 심장독성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면역항암제 투약에 따른 심혈관질환으로 심근염, 심막염, 부정맥 등이 보고된다. 면역관문억제제와 심장독성 위험을 메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심근염과 심낭질환, 심근경색 등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또 FDA 부작용 보고 시스템(FAERS)을 바탕으로 면역관문억제제와 심근염 간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면역관문억제제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심근염 보고 사례도 증가했다.

CAR-T 치료제도 심장 손상과 심혈관계 사건이 흔하게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CAR-T 치료제의 심장독성을 평가한 임상연구 결과, 검사 대상 환자 53명 중 29명(54%)에서 트로포닌 수치 상승이 관찰됐고 29명 중 8명(28%)은 좌심실 박출률이 감소했다. 또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6건, 비보상성 심부전 6건, 부정맥 5건 등이 보고됐다. 

아울러 FDA의 FAERS를 활용해 2017~2019년 보고된 CAR-T 치료제 관련 이상반응을 분석한 결과, 19.7%에서 심혈관계 이상반응이 확인됐다. 가장 흔한 심혈관계 이상반응은 부정맥(77.6%)이었고, 심부전(14.3%), 심근경색 (0.5%)이 뒤를 이었다.

ESC 가이드라인, 다학제 소통 강조

암 치료의 심장독성 문제가 보고됨에 따라 국외 학회들은 이를 관리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에 두 팔을 걷었다. 2022년 유럽심장학회(ESC)가 유럽혈액학회(EHA), 유럽치료방사선종양학회(ESTRO), 국제심장종양학회(IC-OS)와 함께 개발한 '심장종양학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심장과 종양 등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을 갖추기 위한 다학제 간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암 치료 중단을 줄이는 것이 심장종양학의 원칙이라며, 여러 진료과의 논의를 토대로 치료를 수행하도록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암 치료 전 심부전 관련 심장독성 위험 평가에 활용하는 도구인 HFA-ICOS 모델로 위험을 계층화하도록 했다. 위험이 낮다면 암 치료를 시작하고, 중등도 이상이거나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다면 순환기내과(또는 심장내과)에 환자 의뢰를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암 치료 전·중·후 등 전주기에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관리하도록 주문했다. 

암 치료 종료 시 위험평가의 주요 목표는 암 치료 관련 심장독성이 나타난 환자를 조기에 파악하면서 장기간 심혈관질환 합병증 위험이 있는 환자를 식별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아울러 암 치료 관련 심장장애, 심근염, 부정맥,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뇌졸중 또는 말초혈관질환 등을 포함한 심장독성 증상을 경험한 환자나 심장초음파 검사 또는 심장 바이오마커 검사에서 새로운 심혈관질환 증상 또는 무증상 소견이 있는 환자 대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장종양학연구회·대한종양내과학회 진료지침 개발 착수

우리나라도 심장종양학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해 심장 그리고 암 전문가들이 손을 잡았다. 심장종양학연구회와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진료지침을 개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하고 현재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희준 위원장은 "심장종양학연구회와 대한종양내과학회가 진료지침 공동 개발에 나섰다"며 "과거에는 순환기내과가 앞장서 권고안을 마련했다면, 이번에는 종양내과와 함께 손잡고 진료지침 공동 개발에 나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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