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 16~18일 개최
국내 연구 결과, 타그리소 치료 환자 심장독성 모니터링 필요성 제기
일본 분석 결과, 다른 TKI 또는 항암화학요법보다 심부전 입원 위험 높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3세대 표피성장인자 수용체(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드물게 심장독성이 보고되는 가운데, 이러한 위험은 계열이 아닌 약물 자체 특징인 것으로 분석됐다.
먼저 타그리소 치료를 받은 EGFR 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분석한 국내 리얼월드 연구에서는 타그리소의 심장독성 관련 사망 위험 증가를 고려해 주의 깊은 심장독성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더해 최근 발표된 일본 청구 데이터베이스 기반 연구에서는 타그리소가 다른 TKI 또는 ALK 억제제, 항암화학요법 등보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2배 이상 높음을 확인했다.
삼성서울병원 김은경 교수(순환기내과)는 16~18일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리는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앞으로 타그리소 치료 시 심장독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그리소 도입 이후 심장독성 논란 이어져
타그리소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이상반응 보고시스템(FAERS)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 심장독성 위험이 제기돼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FAERS 데이터였기 때문에 등록 당시 환자군 특징이나 심장사건 양상 등 정보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 심장독성 원인이 타그리소인지 명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후 타그리소의 FLAURA와 AURA3를 통합 분석한 연구에서 좌심실 박출률(LVEF) 감소 발생률은 3.9%로 조사됐다. 증상성 심부전 환자는 2명에 그쳤고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1명에 불과했다. 이에 연구는 타그리소가 비교적 양호한 심장 안전성을 갖고 있고 좌심실 기능부전이 생겨도 임상적으로 관리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현장에서는 타그리소 치료 이후 심장독성을 경험했다는 목소리와 함께, FLAURA와 AURA3는 선별된 환자만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타그리소의 심장독성 위험을 평가하는 리얼월드 연구를 진행해야 하고 광범위한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내 3차병원 2곳 조사 결과, 타그리소 관련 심장독성 발생률 4.7%
심장독성 발생 환자군 사망 위험 높고 치료 기간 길수록 차이 벌어져
이에 김 교수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과 전남대병원에서 2016년 5월~2023년 4월 타그리소를 투약한 EGFR 변이 전이성 NSCLC 환자 1126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타그리소 관련 심장독성 위험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Journal of Thoracic Oncology 2월호에 실렸다.
연구에서는 타그리소 관련 심장독성을 종양내과와 심장내과의 심장종양학 전문의가 모두 동의한 경우로 엄격하게 정의했다. 타그리소 관련 심장독성은 △타그리소 관련 심장기능장애 △새로운 약물치료 또는 심장율동전환이 필요한 임상적으로 유의한 부정맥 △심장사 등으로 평가했다. 타그리소 치료 기간(중앙값)은 12.4개월,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20.6개월이었다.
분석 결과, 타그리소 관련 심장독성 발생률은 4.7%로 조사됐다. 구체적 발생률은 타그리소 관련 심장기능장애 3.4%, 증상성 좌심실 기능장애 2.0%, 새로운 부정맥 2.2%, 심장사 0.7%였다.
타그리소 치료 이후 심장독성 발생까지 기간(중앙값)은 8개월이었고, 타그리소 관련 심장기능장애는 대부분 7개월 이내에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흥미로운 결과는 타그리소 관련 심장독성이 없는 환자군과 발생한 환자군 간 등록 당시 암 상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종양반응과 방사선 치료 또는 세포 독성 항암화학요법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두 군 간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아, 등록 당시 심장 취약성이 심장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됐다.
심장독성 발생과 독립적으로 관련된 위험요인은 고령, 심부전 병력, 심방세동, 등록 당시 좌심실종축변형률(LV GLS) 등이 지목됐다.
아울러 심장독성 때문에 타그리소를 중단한 환자군(14명)과 치료를 지속한 환자군(8명) 모두 박출률이 80% 이상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김 교수는 "타그리소 중단 이후 재시작한 환자 2명 중 위험인자가 없었던 1명은 부분 회복을 보여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었다. 타그리소 치료를 지속하다가 악화된 환자 1명은 고령이고 좌심실 기능이 크게 저하된 상황이었다"며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환자 수가 적어 어떤 환자를 중단하고 다시 시작해야 할지 결론 내릴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관리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타그리소 관련 심장독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체 환자군의 절반가량이 사망했지만 사망률을 보면, 타그리소 관련 심장독성이 발생한 환자군이 77.4%(53명 중 41명)로 심장독성을 경험하지 않는 환자군 50.7%(1073명 중 544명)보다 높았다.
특히 타그리소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두 군 간 사망 위험 차이가 점차 벌어졌고, 타그리소 관련 심장독성이 발생한 환자군의 나이를 보정한 사망 위험은 1.49배 의미 있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전체 환자군 중 약 절반이 추적관찰 중 사망했고, 심장독성이 생긴 환자에게서 더 많이 확인됐다"며 "나이를 보정해도 심장독성을 경험한 환자들이 더 일찍 사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장독성을 빨리 확인하고 집중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그리소 심부전 입원 위험 다른 TKI 보다 2.29배↑
"치료 시 심장독성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과제"
이에 더해 지난달 JACC: CardioOncology 실린 일본 대규모 청구 데이터베이스 기반 연구는 타그리소의 심장독성 위험이 계열 효과가 아님을 시사했다.
연구는 약 12만명의 폐암 환자 중 타그리소를 투약한 1만 1000여명(타그리소군)과 다른 TKI 또는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그 외 환자군(대조군)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타그리소군은 대조군과 비교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2.29배 유의하게 높았다. 이는 여러 가지 요인을 보정한 이후에도 일관되게 의미 있었다.
김 교수는 "초반에는 타그리소의 심장독성 위험이 다른 TKI보다 심하지 않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일본 연구는 타그리소의 심장독성 위험이 TKI 계열 효과가 아닌 약물 특이적 효과임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제 타그리소의 심장독성 위험에 대한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심장독성을 잘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과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다기관 연구를 통해 타그리소의 심장독성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적절한 모니터링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또 심장독성 발생 이후 회복 여부를 예측하는 인자를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심장보호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정말 도움 될지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