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축소 글로벌 기조···'오가노이드' 대안으로 부상
약물 평가에 오가노이드 활용·플랫폼 개발 노력 이어져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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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규제기관이 의약품 승인 과정에서 동물실험 결과 활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대안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동물실험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여러 기술 중에서도 최근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대체시험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약 개발에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FDA,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 발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월 단클론 항체 및 기타 약물에 대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인간 중심의 대체시험법(New Approach Methodologies, NAMs)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체시험법 도입으로 의약품 안전성을 개선하고 평가 절차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연구 개발 비용 절감을 통해 궁극적으로 약가를 낮추겠다는 목표다. 

동물실험은 윤리적 문제 외에도 효율성과 정확성에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실험용 동물의 사육·관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을 뿐더러, 인간과 동물의 유전적 차이로 인해 예측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FDA는 향후 동물 실험 요건을 인공지능(AI) 기반 독성 및 세포주 계산 모델, 실험실 환경에서의 오가노이드 독성 시험 등 다양한 접근법을 이용해 축소, 개선, 대체할 것이라 밝혔다. 이를 위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단계에서부터 NAMs 자료 제출을 즉시 허용하고 구체적 이행 로드맵을 공개했다.

FDA는 NAMs 기반의 안전성 자료 제출을 장려하고, 동물실험이 생략된 경우 신속 심사 등 규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해외에서 인간 대상 임상 및 사용 경험이 있는 약물의 경우, 해당 국가의 실사용(real-world) 안전성 데이터를 활용해 추가 동물실험 없이도 효능 평가가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동물실험 축소는 글로벌 흐름

새 정부도 적극 추진 전망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EU, 일본, 캐나다는 동물대체시험법 국제협력(ICATM) 각서를 체결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및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약전위원회도 오는 7월 출판되는 유럽약전 12판부터 토끼, 기니피그, 고양이를 사용하는 발열인자, 히스타민, 억제물질에 대한 실험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부터 동물대체시험 실용화를 위한 표준화 연구를 추진해 2028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및 표준화를 목표로 하며, 오가노이드와 생체조직칩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안전성 평가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으로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법을 제정하고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및 표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흐름과 새정부 기조에 따라 동물실험 대체 움직임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규제기관의 동물실험 축소 흐름에 하나둘 대응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당장 동물실험이 모두 대체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AI나 오가노이드 등을 활용한 대체시험법을 동물실험과 병행하는 방향으로 고려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으나 내부적으로 오가노이드 실험 기관들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체시험법으로 떠오르는 '오가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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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물실험 대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약물 평가 방법은 AI를 활용한 컴퓨터 모델, 생체조직칩, 오가노이드 등이다. 이 중에서도 오가노이드 활용에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또는 조직 유래 세포를 3차원으로 응집해 배양한 '미니 장기 모델'로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과 독성 평가에 활용 가능하다. 기존 실험 방식보다 비용 부담은 적으면서, 85%에 달하는 높은 환자 유사성을 통해 후보물질의 효능과 독성을 면밀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자사 신약 개발에 오가노이드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수년 전부터 이어오고 있다. 회사는 2022년부터 국내 바이오벤처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2023년에는 정밀의료 기업 엠비디와 연구 협력 협약을 맺고 3D 암 오가노이드 진단 플랫폼 '코디알피'를 회사가 개발 중인 STAT3 표적항암제의 적응증 확장에 활용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템퍼스AI와 협력해 실제 임상 데이터(RWD)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항암 신약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회사가 지난해 미국 피부연구학회에서 발표한 탈모치료제 후보물질 JW0061 역시 피부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해 전임상을 진행했다. 

GC셀은 바이오 플랫폼 기업 넥스트앤바이오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미세병리시스템(MPS)을 활용해 세포치료제의 효과를 정밀 평가할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양사는 이달 보건복지부의 국책 과제에 선정돼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넥스트앤바이오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암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모델을 제공하고, GC셀은 이를 기반으로 CAR-NK 세포 치료지의 효능을 검증한다. 
 

오가노이드 직접 생산 연구·CRO 서비스까지

대웅은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대량 생산을 위한 오가노이드 직접 생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에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대량 생산 기술 개발' 과제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오가노이드 생산 과정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전용 배양 용기와 핵심 소재, 대량 생산을 위한 자동화 및 표준화 공정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품질 오가노이드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하고,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의 글로벌 상용화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16일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인 '삼성 오가노이드'를 론칭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FDA의 동물실험 축소 방안에 따라 오가노이드 산업의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활용한 임상시험수탁(CRO)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존 위탁개발생산(CDMO)을 넘어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CRO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 수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오가노이드 사업 분야 중에서도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통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스크리닝에 주력한다. 이를 통해 낮은 환자 유사성, 비용 부담, 윤리적 문제 등의 단점이 있었던 기존의 세포 또는 동물 모델을 활용한 후보물질 스크리닝을 대체해나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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