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환자-유래 신경아교육종 오가노이드 개발

(좌부터)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초정밀의학사업단 정연준, 가톨릭대 암진화연구센터 박준성, 서울성모병원 안스데반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연구팀이 희귀 뇌종양 신경아교육종의 맞춤 치료 위한 오가노이드 구축에 성공했다.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초정밀의학사업단 정연준 교수(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와 가톨릭대 암진화연구센터 박준성 교수,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안스데반 교수 공동 연구팀은 '환자-유래 신경아교육종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희귀하고 치명적 뇌종양인 신경아교육종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신경아교육종은 뇌종양 가운데서도 매우 드물지만 예후가 극도로 나쁜 암으로,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 치료를 병행하더라도 재발률이 높다. 특히 지금까지는 신경아교육종만을 위한 표적 치료제나 면역 치료법이 없어, 일반적인 교모세포종 치료법을 적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정연준 교수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가노이드 기술에 주목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나 암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미니 장기' 혹은 '미니 종양'으로, 환자 개개인의 암 조직 특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 정밀의학 연구의 핵심 도구로 평가받는다.

공동 연구팀은 수술 직후 얻은 환자의 종양 조직을 활용해, 세포들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만든 특수 배양기법과 orbital shaker라는 장비를 이용해 환자 맞춤형 오가노이드(GSO)를 성공적으로 배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수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배양됐고, 냉동 보관 후에도 성장 능력을 유지했다. 또 세포 주변의 세포외기질(ECM)로 침투하는 등 실제 종양과 유사한 침윤 특성을 보였다.

아울러 신경교종과 육종 세포에서 각각 발현되는 단백질 마커들을 동시에 나타내며 신경아교육종의 복합적인 조직 특성을 반영했다.

정연준 교수팀은 오가노이드가 환자의 종양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장 엑솜 시퀀싱(WES)을 실시했다. 그 결과, 환자 조직과 오가노이드가 대부분 유전자 돌연변이를 공유하고 있었으며, 특히 NTRK2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세포 성장과 신경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데, 연구팀은 이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효과를 오가노이드에서 직접 검증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

추가로 연구팀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 기술을 활용해 신경아교육종의 세포 구성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신경아교육종은 일반적인 교모세포종과 달리 섬유아세포와 유사한 세포로 밝혀졌고, 희소돌기아세포 전구세포-like 세포가 많았다. 반대로 성상세포나 신경 전구세포-like 세포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처 회복과 세포외기질(ECM)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해 종양이 더 단단하고 침윤성이 강한 이유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종양미세환경 모사 환자-유래 GSO 구축 및 정밀의학 활용 모식도.

그동안 신경아교육종 연구가 더디게 진행된 이유는, 실험 모델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제 연구에서도 일반 교모세포종 모델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실제 환자 치료에 맞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구축된 신경아교육종 오가노이드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환자의 종양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향후 신경아교육종 특이적 치료제 탐색, 유전자 변이 기반의 정밀 치료 연구, 새로운 임상시험 모델 구축에 활용될 전망이다.

정 교수는 "신경아교육종은 환자 수가 많지 않고, 연구 모델도 거의 없어 사실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며 "이번 오가노이드 구축은 환자의 종양 특성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치료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앞으로 이 모델을 통해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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