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신약 및 유전자 치료제 규제 완화
한국 신속심사제도와 보험급여 괴리 지적 목소리 커지나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미국이 희귀질환 치료제의 빠른 도입에 발벗고 나섰다. 희귀질환 신약 승인 절차를 단축하는 데 이어 유전자 치료제 규제도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패스트트랙과 조건부 허가 범위를 넓히고 유전자 치료제에도 신속 심사 경로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신속심사제도를 운영 중인 한국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희귀질환 치료제 '혁신' 중심으로
미국 보건복지부(HSS)는 최근 희귀질환 신약 신속승인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신약개발 초기부터 미국식품의약국(FDA)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소통을 강화해 희귀질환 치료제가 임상시험부터 시장 진입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속심사, 우선검토, 가속승인 등 기존 허가제도를 보다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다.
신속심사는 중증질환 치료제 개발 초기부터 FDA와 지속적인 소통을 보장하며, 심사 기간을 최대 6개월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선검토 제도는 일반적으로 10개월이 소요되는 표준 심사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는 방향으로 적용되며, 혁신성이 입증된 치료제를 대상으로 신속한 시장 진입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가속승인 제도는 확증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중간 데이터로 신속하게 허가받아 환자들이 치료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FDA는 임상시험 디자인과 필요한 평가 항목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와 규제 장벽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담 지원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HHS는 "우리의 목표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혁신 치료제에 보다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단순히 허가 속도의 변화가 아니라 혁신 치료제가 보다 많이 개발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FDA는 희귀질환을 타깃한 유전자 치료제에도 규제를 완화, 신속한 승인 전략을 도입할 예쩡이라고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임상시험 규모·기간의 현실적 완화(소규모·단기임상도 조건부 허가 가능) △치료 긴급성·혁신성, 환자 미충족 수요 중심 평가 및 승인 △실제 임상현장 데이터(RWE) 활용, 사후 데이터 제출 조건부 허가 △신속심사, 우선심사, 변형 승인 기준 신설 등이다.
FDA는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질환 치료에서 기존 규제만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괴리는 여전···"허가만 빨라서는 의미 없다"
혁신 치료제의 빠른 도입을 내세운 한국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속심사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신속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와 약가 결정 등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사용되기까지 여러 절차로 인해 환자와 제약업계 모두가 답답함을 호소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희귀질환 신약이나 유전자 치료제의 경우 임상2상 또는 소규모 데이터로도 신속한 승인이 필요함에도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데이터를 인정하는 범위가 좁아 글로벌 흐름에 뒤쳐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환자의 혁신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의 신속심사제도는 혁신과 치료의 긴급성을 우선시한다. 임상2상과 같은 소규모 데이터라도 희귀질환 신약이나 유전자 치료제라면 조건부 승인을 내주고, 이후 RWE 데이터에 따라 추가 검증과 조정을 이어 나간다.
아울러 신약 허가와 보험 등재 절차를 동시에 심사할 수 있는 구조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단체, 의료인, 기업, 규제기관이 임상 초기부터 전략을 논의하는 등의 체계가정착되고 있다.
한 글로벌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허가 절차만 빠르게 할 게 아니라 급여 등재 심사와 연계해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의 패스트트랙 제도를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도 중요한 과제"라며 "위험분담제, RWE 기반 사후평가 등을 바탕으로 제도를 설계, 재정 건전성도 함께 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