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출시 신약 중간 가격 37억달러
희귀질환 치료제가 대다수...한국도 영향 불가피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4년 사이에 2배가 됐다. 신약 가격 이야기다.
2024년 미국에서 출시된 신약의 연간 중간 가격(median annual price)이 37억달러(한화 약 5억 100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로이터는 지난해 미국에 출시된 45개 신약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 내 출시 신약 가격은 2021년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JAMA에 발표된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신약의 약값은 매년 인상되고 있다.
2021년 7월까지 미국에 출시된 신약 30개의 연간 중간 가격은 18만달러(약 2억 4126만원)였지만, 2022년 22만 2000달러(약 3억 600만원)까지 인상됐다. 2023년에는 30만달러(약 4억 1354만원)으로 올랐고, 2024년에는 37억달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신약의 급격한 가격 인상은 최근 10년간 관찰된 인상 추세 중에서도 이례적이다. 그 중심에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증이 자리한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미국 출시 신약 가운데 환자가 20만명 미만인 희귀질환 치료제의 비율은 2019년 52%에서 2024년 72%로 증가했다.
로이터는 "2024년 미국에서 승인받은 신약 중 72%는 희귀질환 치료제였고, 이들 대부분이 연간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가격표를 달고 출시했다"고 지적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극히 제한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기에 대체약이 없어 실질적으로 제약사가 가격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실제 CAR-T 세포치료제를 비롯해 일부 유전자 치료제는 1회 투여로 완치 가능성을 제시하며 1회 투여 비용이 수십만 달러를 넘기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존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제약사의 논리로 인해 환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한국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신약 가격 인상은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값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에 도입된 초고가 의약품을 보면 미국 현지에서의 가격이 30만달러를 넘어가면 국내에서도 최소 수억 원대로 책정된다. 실제 국내 도입된 일부 초고가 의약품은 1회 투여 비용이 10~3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이 장기화되고, 일부 신약은 건강보험급여 결정까지 1~2년이 소요되는 사태도 벌어진다.
환자단체와 학계가 약가협상 지연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생명이 위태롭게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이 생명에 기여한 순기능은 무시할 수 없지만, 초고가 추세가 계속될 경우 환자 접근성 저하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 사회적 불평등 야기 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혁신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의 장기적 안정성을 고려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