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과정 속 재활의료 후순위 밀려, 올바른 전달체계 필요
재활 골든타임 놓치면 기능 상실, 중증질환에 집중재활치료 포함돼야

국립교통재활병원 김태우 교수(재활의학과) 발표 자료 中
국립교통재활병원 김태우 교수(재활의학과) 발표 자료 中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따른 병상수 조정으로 중증도가 낮게 분류된 진료과, 소위 非바이탈 진료과의 소외 문제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활의학 병상이 줄면서 급성기 재활의학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퇴원하는 '新재활난민'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급성기 필수 재활의료의 공백은 급격한 기능 저하와 사망위험을 높여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만큼 필수의료로 재활의학의 인식을 폭을 넓히는 한편, 상급종병에서 재활의학과 기능 재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과 대한재활의학회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개혁 추진과 혁신적 재활의료 전달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 공청회'를 개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재영 교수(재활의학과)
분당서울대병원 임재영 교수(재활의학과)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분당서울대병원 임재영 교수(재활의학과)는 "집중재활의료와 관리는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대표적인 필수의료"라며 "급성기 재활치료는 기능 회복, 사회복귀, 의료비 절감을 위한 '골든타임'이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증 질환, 외상, 수술 직후는 기능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이를 놓치면 '新재활난민'(회복기 재활 연계 실패로 기능 저하 상태에 빠진 환자군)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증 장애인의 급성기 치료를 필수 의료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급성기 발병 48시간 이내 기능 평가를 통한 입원 초기 재활 개입 △상종 등 의료기관 내 필수재활병상 도입 △급성기-회복기-지역사회를 잇는 연속적 재활시스템 구축 △다학제 조기재활 수가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현재 진행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재활의료를 외면하는 구조적 문제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립교통재활병원 김태우 교수(재활의학과)
국립교통재활병원 김태우 교수(재활의학과)

국립교통재활병원 김태우 교수(재활의학과)는 "회복기병원으로 바로 연계가 어려운 중증 질환 및 중증장애 환자의 경우 급성기 집중재활치료를 통해 역전원을 예방해야 한다"며 "현재의 연계 부족으로 인해 급성기 이후 환자들이 다시 상급병원으로 역전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7년~2023년 진행된 급성기 환자 퇴원지원 및 지역사회 연계 활동 2단계 시범사업으로 급성기 환자의 집중재활치료와 퇴원 후 연계가 어느정도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2024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이 급히 진행되면서 집중재활치료가 패싱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급종병 구조전환 성과지표에 △통합기능평가에 기반한 조기재활 개입 △퇴원 및 회복기 연계 계획 △회복기 연계 수행 및 성과 등을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전반적으로 중증도 평가 개선 및 재활의료의 인식 재고를 통해 집중재활치료 및 퇴원 후 연계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게 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상종에서 병상 10개 확보 등 직접적인 대안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활의료의 역할을 장애인 관련과로 확대하고, 보건-의료-복지-돌봄연합체계를 구축해 의료의 마지막 관문으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진용 교수는 "재활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의료의 마지막 보루"라며 "응급의학과가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환자를 분류하는 것(triage)처럼 재활의학과가 환자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마지막 진료과로 역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진용 교수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진용 교수

그는 "병원 입장에서 재활의학과는 만성적자인 천덕꾸러기로, 상종 구조전환을 계기로 병상이 감축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상종 구조전환 시 중증 재활 필수 병상 10병상 확보 △퇴원 전 모든 환자의 재활상태 평가 △중증도 평가에서 재활의료 이용환자 제외 △상종에서 재활센터 독립 운영 △중증·급성기환자와 더불어 장애인 재활까지 포괄적 제공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벤치마킹 해 재활센터 성과평가를 통한 묶음지불 보상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유정민 과장은 "급성질환 적합질환군을 평가할 때 재활의료의 기능을 평가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서도 "상종 등에서 일정수의 병상을 집중재활 몫으로 정하고 병원에서 상황에 맞춰 활용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지아 의원도 "원론적인 논의보다 현실적으로 바로 반영할 수 있는 핀셋 정책이라는 점에서 집중재활병상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