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보글리플로진, 신장기능과 무관하게 우수한 혈당조절

인하의대 서다혜 교수(인하대병원 내분비내과)는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Exploring differences in novel SGLT-2 inhibitors (including enavogliflozin)’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서 교수는 강연에서 2형당뇨병 치료에 있어 SGLT-2억제제(SGLT-2i)의 계열효과(class effects)와 함께 국산 SGLT-2i로 불리는 이나보글리플로진(제품명 엔블로)의 기전특성 및 임상근거를 소개했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된 SGLT-2i 계열의 경구혈당강하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형당뇨병 치료를 적응증으로 시판승인돼 국내에서 다빈도 처방되고 있다. 국산신약으로서 국내 2형당뇨병 치료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나보글리플로진은 기존 동계열 제제와 차별화되는 구조 및 기전특성에 이어 저용량 제제의 혈당강하 효과를 필두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형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서다혜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며, 최근 내분비학계에서 관찰되고 있는 2형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2형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의 큰 변화 중 하나로 가이드라인의 혈당강하제 선택기준 또는 알고리듬을 꼽았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2형당뇨병 환자의 1차치료제는 메트포르민을 권고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SGLT-2i와 같이 혈당조절과 함께 심혈관·심장·신장질환 혜택까지 검증받은 약제가 등장하고, 관련 임상근거와 처방경험이 축적되면서 1차치료제의 선택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SGLT-2i

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수치에 더해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심부전(HF)·만성신장질환(CKD) 여부 또는 위험도까지 고려해 1차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심혈관·심장·신장 중심의 치료전략(Cardio·renal-centric strategy)이라 지칭한다.

이러한 임상특성의 환자에게는 SGLT-2i와 같은 심혈관 임상혜택을 검증받은 약제가 1차치료제로 우선 권고된다.

물론 가이드라인에서는 혈당과 체중조절 또한 중요한 치료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며, SGLT-2i 계열은 Gluco-centric strategy에서도 우선 선택계열 중 하나로 자리한다.

Class Effects

이 처럼 SGLT-2i는 혈당 및 지질대사 개선 외에도 심혈관에서 심장·신장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표적장기 보호효과를 통해 사망률까지 낮출 수 있는 계열로 차별화돼 있다.

한편 서 교수는 심혈관·심장·신장사건 위험감소에 있어 SGLT-2i 계열 내에서 특정 제제가 다른 제제와 비교해 일관되게 효과적이라는 강력한 근거는 없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이는 SGLT-2i의 혈당조절 및 표적장기 보호효과를 계열 전반에서 발휘되는 계열효과(class effects)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다만 서 교수는 SGLT-2i의 기전특성 상 SGLT-2에 대한 선택성 또는 결합력에 따라 혈당조절 효과, 심혈관·심장·신장질환 혜택의 정도가 다소간 차이를 보일 수는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한 임상근거는 아직 불충분한 상태라는 것이 서 교수의 설명이다.

이나보글리플로진

한편 서 교수는 동계열내 차별화된 기전특성을 기반으로 보다 우월한 혈당조절 효과 및 표적장기 보호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제로, 최근 새롭게 등장한 이나보글리플로진(제품명 엔블로)을 꼽았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지난 2023년 식약처 승인을 거쳐 출시된 국산신약으로, 올해로 국내 처방 2주년을 맞고 있다.

서 교수는 이나보글리플로진의 기전특성과 관련해 기존과 차별화된 구조에 따라 SGLT-2에 더 오래·더 강력하게 결합해 혈당조절 효과의 강도(intensity)와 지속성(durability)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혈장 대비 신장에서 높은 분포도를 보이는 점도 이나보글리플로진의 기전특성 중 하나로 소개됐다. 이로 인해 다른 약제와 비교해 신장에서 높은 요당배출량을 나타내며, 신장기능과 무관하게 우수한 혈당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상근거

서 교수는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최대 강점 중 하나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근거가 풍부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국내 의료진에 의한 국내 환자 대상의 다양한 임상연구를 거쳤다는 점에서 시장의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서 교수가 인용한 ENHANCE-A 연구에서는 24주 이나보글리플로진 치료군의 당화혈색소(A1C)가 위약 대비 0.99%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위약군 대비 공복혈장혈당이 40.1mg/dL, 체중은 2.5kg의 차이를 보였다.

메트포르민과 병용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ENHANCE-M  연구도 성공적이었다. 메트포르민으로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2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이나보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24주시점 A1C 평균 감소율을 평가한 결과 이나보글리플로진군 0.80% 대 다파글리플로진군 0.75%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A1C 7% 미만 도달률 역시 61.1%, 대 62.2%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유해 약물반응은 이나보글리플로진군 1% 대 다파글리플로진군 7%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됐다(P=0.0341).

이나보글리플로진을 포함하는 3제병용에 관한 연구결과도 소개됐다. ENHANCE-D 연구로 메트포르민+DPP-4억제제 치료에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나보글리플로진 대 다파글리플로진의 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한 결과다.

24주시점 A1C 감소율은 이나보글리플로진군 0.92% 대 다파글리플로진군 0.86%로 양 군의 차이는 0.06% 포인트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A1C 7% 미만에 도달한 환자비율도 66.4% 대 62.6%로 차이가 없었다.

인슐린저항성 지표, 체중변화, 수축기혈압 등 대사지표에서도 두 군 간에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장기능 & 유효성

한편 서 교수는 강연 말미에서 이나보글리플로진이 SGLT-2 수용체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기전특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SGLT-2가 주로 신장에 분포하기 때문에, 이나보글리플로진이 신장기능과 무관하게 우수한 혈당조절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서 교수가 인용한 국내 연구에서는 신장기능에 따른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도 했다.

이는 이나보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의 유효성을 비교·평가한 두 건의 임상연구를 한 데 모아 신장기능에 따라 동계열내 두 약제의 혈당조절 혜택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한 결과다(Cardiovascular Diabetology).

분석결과, 정상 신장기능(eGFR≥90mL/min/1.73㎡) 그룹에서는 두 약제 간 혈당조절 효과의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경증 신장기능장애(eGFR 60~90mL/min/1.73㎡)에서는 다파글리플로진(10mg) 대비 이나보글리플로진(0.3mg)의 △A1C(P=0.0196) △공복혈당(P=0.0371) △인슐린저항성 지표(HOMA-IR, P=0.0038) 개선효과가 우수했다.

서 교수는 해당 연구는 eGFR이 낮은 당뇨병 환자라 할지라도 이나보글리플로진을 통해 우수한 혈당조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다혜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ENVELOP 연구를 통해 이나보글리플로진이 심장·신장 아웃컴 측면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과 대등한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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