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분비학회 추계학술대회 10월 30일~11월 1일 개최
SGLT-2 억제제 연관 정상혈당인 DKA 예방 중요
치료 유지·중단에 따른 이득·위해 균형 고려해 결정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SGLT-2 억제제를 복용 중인 당뇨병 환자가 수술이 예정됐다면 환자 상태를 고려해 치료 중단 여부와 중단 기간을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수술 전 SGLT-2 억제제를 중단하는 이유는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특히 치료 중단 시 혈당이 오르고 정상 범위에 있어도 케톤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정상혈당(Euglycemic)인 DKA가 유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SGLT-2 억제제의 반감기를 고려해 수술 전 3~4일 중단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술전 SGLT-2 중단 여부는 유지와 중단에 따른 이득과 위해의 균형을 고려해 의사와 환자가 상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며, 중단 시 반드시 대안을 상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건국대병원 최종한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10월 30일~11월 1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대한내분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Perioperative glycemic and metabolic management in obese and diabetic patients'을 주제로 발표했다.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진료지침위원회는 수술 전후 내분비질환 환자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최신 지견과 전략을 제시하고자 가이드라인 제정을 준비 중이다.
SGLT-2 억제제, 혈당 조절·심혈관 혜택 등 있지만 DKA 위험도 존재
최종한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당뇨병뿐만 아니라 만성 콩팥병, 심부전 환자들도 많이 사용하는 약제"라며 "수술 전 SGLT-2 억제제 중단에 관한 일부 권고안이 있지만, 확실한 근거 기반의 권고안은 존재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진료지침위원회에서는 권고안 마련을 위해 'SGLT-2 억제제를 사용 중인 당뇨병 (만성 콩팥병, 심부전) 환자가 수술 전후 SGLT-2 억제제를 중단하는 것이 수술 전후 합병증 감소에 도움이 되는가?'를 핵심 질문으로 문헌검토를 시행했다.
SGLT-2 억제제는 혈당 조절에 더해 심혈관 혜택이 보고됐고 최근에는 조영제 관련 급성 신손상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SGLT-2 억제제 연관 DKA가 나타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는 "SGLT-2 억제제 관련 DKA 위험이 잘 알려졌고, 특히 인슐린이 부족한 1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SGLT-2 억제제가 혈당을 낮추면 인슐린 분비능이 저하되면서 지방 분해가 증가하고 케톤이 생성된다. 또 당의 요배설과 나트륨 이뇨가 나타나 신장에서 케톤체 재흡수가 오히려 증가해 정상혈당인 DKA가 발생할 수 있다"고 기전을 설명했다.
국내 연구 결과, 3일 초과 중단군 대사성 산증 위험 감소 '경향'만 보여
수술 전 SGLT-2 억제제 중단 기간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일부 보고됐다.
지난해에는 2019년 11월~2022년 10월 인천세종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 연관 대사성 산증 발생 사례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분석 결과, 수술 전 SGLT-2 억제제를 7일 이상 처방받은 군이 그렇지 않은 군보다 대사성 산증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일반적으로 수술 전 SGLT-2 억제제를 3일 이상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기에, 3일 초과 중단군과 이하 중단군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대사성 산증 발생 위험의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3일 초과 중단군의 대사성 산증 발생 위험이 약 70% 낮은 경향이 관찰됐다(adjusted OR 0.30; P=0.19)
이와 함께 SGLT-2 억제제 연관 DKA 위험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일괄적으로 중단하기보단 개별화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근거도 제시된다.
일본 16개 대학병원에서 2021년 1월~2022년 8월 수술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 연관 수술전후 케톤산증을 조사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DKA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759명을 분석했음에도 정상혈당인 DKA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또 다른 일본 연구에서는 SGLT-2 억제제를 수술 전 3일 이상 중단한 환자군에서 정상혈당인 DKA는 1명 발생했지만 중단하지 않은 환자군은 20명으로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수술 전 SGLT-2 억제제를 3일 이상 중단하는 것이 정상혈당인 DKA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슐린 결핍·혈당 조절 상태 등 따라 치료 중단 판단해야"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가이드라인은 FDA 기준을 따르고 있다. FDA는 약물 반감기를 고려해 SGLT-2 억제제인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등은 수술 전 3일 이상 중단하도록 제시한다. 스테글라트로(에르투글리플로진)는 반감기가 더 길어 4일 이상 중단해야 한다.
단, 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술 당일 끊어도 되거나 하루 전에 중단해도 괜찮다는 일부 권고안 차이는 있다. 이는 환자의 위험도와 수술 종류에 따라 중단 기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중요한 것은 (정상혈당인 DKA 유발 인자인) 탄수화물과 수분 섭취를 얼마나 제한하는지다. 일반적으로 12시간 미만 동안 금식하고 탈수 시간이 짧다면 SGLT-2 억제제를 반드시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며 "환자의 인슐린 결핍과 혈당 조절 상태에 따라 SGLT-2 억제제 중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정상혈당인 DKA 위험이 낮다면 수술 당일 SGLT-2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는 등 치료 중단 기간을 짧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DKA 위험이 높다면 수술 전후로 β-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β-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 농도가 1.5mmol/L 이상이면 정맥 pH와 혈청 음이온 갭을 확인해 DKA로 진행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남대병원 정승민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수술 전 SGLT-2 억제제를 중단해야 할지 협진 의뢰가 오면, 혈당 관리가 잘 안되는 환자의 경우 보수적으로 3일 전부터 치료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며 "혈당 관리가 잘 되는 환자는 SGLT-2 억제제를 계속 복용하면서 입원해 수술받고 퇴원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모든 환자가 수술 전 SGLT-2 억제제를 중단해야 할지 또는 개별화해 중단 여부를 권고해야 할지 문헌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