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당뇨병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건국의대 최종한 교수
건국의대 최종한 교수

최근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당뇨병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4년 Diabetes Fact Sheet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2012년 11.8%에서 2022년 14.8%로 증가했다.

한편 2010년대 이후 DPP-4억제제, GLP-1수용체작용제, SGLT-2억제제와 같이 다양한 작용기전을 가진 약물들이 새롭게 출시됐다.

이 약물들은 혈당강하 효과는 우수하면서도 저혈당을 포함한 부작용의 위험은 낮아 조기에 병용요법을 통한 혈당조절 목표 달성을 용이하게 하였다.

SGLT-2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는 체중감량 효과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CVD) 및 만성신장질환(CKD)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확인됐다.

더불어 다양한 약동학적 특성을 가진 합성인슐린과 함께 연속혈당측정(CGM), 인슐린펌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기기에 이르기까지 당뇨병 관리기기에 있어서도 빠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를 정교하고 실효성 있게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진료지침의 시의적절한 개정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는 1990년부터 진료지침을 발간해 왔으며, 2015년부터는 2년마다 개정해 당뇨병 관리에 대한 최신 치료전략들을 발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2025년 개정될 9판 진료지침은 2024년 1월부터 개정작업이 시작됐으며, 현재 초안이 작성돼 교정 중에 있다. 동시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알고리듬 및 부록을 정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또한 당뇨병 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유관단체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도 진행하고 있다.

개정된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 9판은 2025년 5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본론: 2025년 개정 진료지침의 주요 변화

이번 개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기존의 근거기반 진료지침(evidence-based guideline)에 더해, 이러한 지침에 권고문으로 수록되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지만 국내 의료현장에서 시급하게 요구하는 임상질문에 대해서,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회의 당뇨병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최대한의 근거를 확보하고 전문가들의 임상경험, 국내 의료환경 등을 반영해 합의 권고(consensus statement)를 함께 발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회는 수 차례의 워크숍과 웨비나를 진행해 의료현장에서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하였다. 또한 유관학회 및 정부단체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도 진행하고 있다.

1. 연속혈당측정, 인슐린펌프 및 디지털 기술에 대한
새로운 권고 또는 권고강도의 상향

연속혈당측정과 인슐린펌프, 디지털헬스기기의 활용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이번 개정에서는 관련 권고가 강화된다.

연속혈당측정에 있어 2023년에는 2형당뇨병 환자의 경우 인슐린요법을 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권고했으나, 2025년에는 이를 세분화해 다회인슐린주사나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시적 사용에 대해 일반적 권고로 상향했다.

인슐린펌프 사용에 있어서도 연속혈당측정과 연동된 자동인슐린주입(automated insulin delivery) 기기를 사용 가능한 모든 1형당뇨병 성인에게 기존 제한적 권고에서 일반적 권고로 상향했다. 당뇨병 자기관리에 있어 디지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일반적 권고를 했다.

2. 다양하고 역동적인 2형당뇨병 약물치료의 강화

약물치료 초기부터 혈당조절 목표 도달을 위해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명시했으며, 병용요법 시 권고문에 담지는 않았으나 인슐린 치료가 필수적이지 않고 주사제 사용이 어려운 경우 4제 병용요법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2형당뇨병 약물치료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2형당뇨병의 초치료 약물로 더 이상 메트포르민만을 단독으로 권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당뇨병학회(ADA)의 진료지침은 2021년까지는 메트포르민을 1차치료 약물로 권고하다가 이후 점차 권고가 약화되기 시작했고 2024년부터는 메트포르민과 관련된 권고가 삭제됐다.

이번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회는 메트포르민이 낮은 저혈당 위험과 우수한 혈당강하 효과, 오랜 경험을 통한 다양한 임상적 이득이 있으면서도 저렴한 약가를 가진 좋은 약물인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다양한 2형당뇨병 약물이 사용 가능한 의료환경에서 이러한 권고가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동반질환, 치료수용성 등을 고려한 약물선택의 대전제와 배치돼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완화해야 한다는데 다수 위원이 동의했다.

죽상경화심혈관질환(ASCVD), 심부전(HF), 만성신장질환(CKD) 환자에서 이득이 입증된 SGLT-2억제제나 GLP-1수용체작용제에 대한 기존의 권고들은 모두 유지됐다.

추가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및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의 심부전에 대한 이득을 보여준 최근 연구결과들에 대한 반영 여부를 논의 중에 있다.

더불어 2형당뇨병 약물치료의 중요한 부분인 약물선택 알고리듬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기존의 알고리듬은 혈당조절을 위한 약물선택에 있어 경구약 단일요법에서 다회인슐린요법으로 이어지는 한 방향의 강화치료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약물들의 역동적 선택과 빠른 강화치료를 제한한다.

또한 강력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체중감량으로 대사가 개선된 이후에 약물의 탈강화 가능성도 제한하며, 인슐린 치료가 당뇨병의 종말상태라는 부정적 인식도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이번 개정 진료지침 알고리듬은

1) 다음, 다뇨, 체중감소와 같이 고혈당 증상을 동반한 심한 고혈당이 있거나 충분한 비인슐린 치료에도 혈당조절에 실패한 췌도부전의 경우에는 인슐린 치료,

2) 환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약물들의 선택 및 조기 병용요법을 통한 혈당조절 목표 조기달성,

3) ASCVD, HF, CKD의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SGLT-2억제제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의 사용이라는 2형당뇨병 약물치료의 핵심적인 세 축을 명확하게 하고, 이러한 치료들이 환자의 특성에 따라 역동적으로 전환 또는 동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3. 고혈압 및 비만 약물치료의 강화

기존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 치료목표가 고위험군에서는 130/80mmHg 미만, 저위험군에서는 140/90mmHg 미만이었다. 개정된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기존의 위험도 분류와 무관하게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미국심장학회는 2018년부터, 미국당뇨병학회는 2023년부터 이러한 기준을 사용했으나 국내 고혈압 관련 주요 지침들은 기존의 목표를 유지했다. 그러나 관련된 근거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면서 최근 유럽 진료지침들 역시 미국과 비슷한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보다 강화된 고혈압 치료목표를 권고하기로 했다. 다만 처음부터 항고혈압제 2제병용에 대한 권고는 미국당뇨병학회가 150/90mmHg 이상에서 권고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160/90mmHg 이상에서 권고하는 것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비만한 당뇨병 환자의 항비만제 사용에 대해 기존에 제한적으로 권고하던 것에서 일반적 권고로 변경해 비만 약물치료의 적극적 권고 기조 역시 반영했다.

4. 소아청소년 2형당뇨병 치료 강화

비만율 증가에 따라 소아청소년 2형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의 2형당뇨병 치료는 성인에 비해 치료의 의학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적고 사용 가능한 약물에 제한이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긴 기대여명과 오랜 유병기간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혈당조절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개정 진료지침에서는 선별검사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 보다 많은 소아청소년들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하고자 했고 치료목표 역시 강화했다.

10세 이상 또는 사춘기 이후의 소아청소년에게 “과체중 이상”이면서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선별검사를 권고하던 것을, 과체중의 기준으로 “체질량지수(BMI) 85백분위 이상”으로 명시했다.

또한 당화혈색소(A1C) 조절 목표를 기존의 7.0%에서 6.5%로 강화했고, 진단 즉시 약물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도록 권고해 장기간의 고혈당 부담(glycemic burden)에 대한 위험을 조기에 강력하게 낮추도록 했다.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권고 역시 기존에 “성장상태를 평가 후”에 시행을 고려하도록 하던 것을, “성장이 완료된 경우에 한해”로 명확하게 표시했다.

결론 및 전망

2025년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 개정은 단순한 치료 권고의 업데이트를 넘어, 임상현장에서 당뇨병 환자의 실질적인 치료를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당뇨병 관리에 있어 연속혈당측정을 포함한 관리기기 및 디지털기술 활용의 확대, 당뇨병 약물선택에 있어 환자중심의 다양성 및 역동성 강화, 적극적인 심혈관질환의 위험과 고혈압 및 비만 관리, 장기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소아청소년 당뇨병 치료의 강조 등은 이번 개정에서 핵심적인 변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의료진에게 보다 효과적인 치료옵션을 제공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025년 5월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될 개정 진료지침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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