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스파리' DUPLEX 임상3상, 아프로벨보다 단백뇨 관해 도달률 높고 빠르게 달성
IgA 신병증 치료제로 허가…지난달 FDA에 FSGS 적응증 추가 신청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근본 치료제가 없었던 국소 분절성 사구체 경화증(FSGS)을 타깃한 최초 해결사가 등장할지 관심이 모인다.

미국 트래비어 테라퓨틱스의 필스파리(성분명 스파르센탄)는 DUPLEX 임상3상 2차 분석에서 ARB 계열 약제인 아프로벨(이르베사르탄)과 비교해 단백뇨 관해(remission) 도달률이 높고 빠르게 관해를 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10~13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국립신장재단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FSGS는 희귀 진행성 신장질환으로, 진단 후 10~20년 이내 최대 60%가 신부전이나 사망에 이른다. 현재 진료현장에서는 FSGS의 증상 조절을 위해 RAS 억제제나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원인 기전을 직접 타깃하지 않아 아직 허가받은 근본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트래비어는 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필스파리의 FSGS 적응증 획득을 위한 추가승인신청서(sNDA)를 제출했다. 필스파리는 엔도텔린 A/안지오텐신 II 수용체 길항제로 항염증·항증식·항섬유화 효과를 보이는 비면역억제제다. 지난해 FDA로부터 면역글로불린 A(IgA) 신병증 치료제로 완전 승인 받았다. 

단백뇨 관해 도달률, 필스파리군 64.7% vs 아프로벨군 43.9%

필스파리군, 14.1주 만에 부분 관해 도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DUPLEX 임상3상에는 8~75세이면서 소변 단백질/크레아티닌 비율(UPCR)이 1.5g/g 이상,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30mL/min/1.73㎡ 이상인 FSGS 환자 371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FSGS의 2차적 원인이 없었다. 등록 당시 평균 나이는 42세였고 남성이 54%를 차지했다. 평균 eGFR은 63.7mL/min/1.73㎡, 중앙값 UPCR은 3g/g였다. 전체 참가자 4명 중 1명은 면역억제제를, 38%는 이뇨제를 투약했다.

모든 환자군은 2주간 휴약기를 가진 이후 필스파리군과 아프로벨군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필스파리군은 1일 400mg 투약 이후 2주차에 1일 800mg으로, 아프로벨군은 1일 150mg 복용 이후 2주차에 300mg으로 증량해 108주 동안 이중맹검 치료기간을 가졌다. 단백뇨 관해는 UPCR 1.5g/g 이하이면서 등록 당시 대비 40% 이상 감소한 경우로 정의했다.

그 결과, 단백뇨 관해 도달률은 필스파리군 64.7%, 아프로벨군 43.9%로 조사됐다. 단백뇨 관해 도달 가능성은 필스파리군이 아프로벨군보다 1.48배 유의하게 높았다(RR 1.48; 95% CI 1.23~1.78).

게다가 부분 관해 도달까지 걸린 시간은 필스파리군이 14.1주에 불과했고 아프로벨군은 109주로 조사돼 유의한 차이가 관찰됐다(P<0.0001).

108주 동안 UPCR 0.3g/g 이하의 단백뇨 완전 관해 도달률은 필스파리군 18.5%였고 아프로벨군은 7.5%에 불과했다. 단백뇨 완전 관해 도달 가능성은 필스파리군이 아프로벨군이 2.47배 높았다(RR 2.47; 95% CI 1.37~4.45). 다만 eGFR 기울기는 필스파리군과 아프로벨군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어 단백뇨 관해 정도에 따라 신부전 발생 위험을 평가했다. 신부전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하거나 eGFR이 15mL/min/1.73㎡ 미만인 경우로 정의했다.

부분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신부전 발생률은 3%, 도달하지 못한 환자는 15.9%로 부분 관해에 도달한 환자군의 신부전 발생 위험이 67% 의미 있게 낮았다(RR 0.33; 95% CI 0.11~0.95). 이는 부분 관해에 도달하는 것만으로도 FSGS 환자의 신장 기능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했다. 

완전 관해 도달에 따른 신부전 발생률은 앞선 결과와 비슷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완전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신부전 발생률은 2.1%, 도달하지 못한 환자는 9.9%였다(RR 0.23; 95% CI 0.03~1.85).

아울러 예상치 못한 안전성 사건은 보고되지 않았다. 필스파리군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아프로벨군과 비슷했다. 가장 흔한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코로나19(COVID-19) 감염, 고칼륨혈증, 말초부종, 저혈압 등이었다. 두 군 모두 심부전 사례는 없었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에모리의대 James Tumlin 박사는 "이번 결과에서 확인한 필스파리의 항단백뇨 효과는 FSGS 환자의 신장기능을 보호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며 "FSGS 환자는 이상적으로 완전 관해에 도달하길 바라지만, 이번 연구에서 부분 관해만으로도 충분한 치료 혜택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오윤규 교수(신장내과)는 "FSGS는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단백뇨가 많이 배출돼 환자가 힘들어하는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에서 필스파리 투약 후 단백뇨가 개선된 만큼 부종 등 증상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약제로 치료 어려웠던 환자에게 필스파리 도움될 것"

트래비어는 이번 연구 결과와 DUET 임상2상을 근거로 지난달 FDA에 필스파리의 FSGS 적응증 sNDA를 제출했다. 

DUET 임상2상 결과에 따르면, 8주 동안 필스파리를 복용한 FSGS 환자군은 아프로벨군보다 단백뇨 수치가 2배 이상 감소했다. 

이후 DUPLEX 임상3상의 긍정적 결과를 공개했지만, 2023년 12월 FDA로부터 FSGS 적응증 sNDA 제출을 뒷받침하기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보완 요청을 받았다. 개발사는 FSGS 데이터의 추가 분석을 시행하고 향후 FDA와 다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개발사는 올해 2분기 FDA로부터 sNDA 제출에 대한 접수 여부와 검토 일정을 통지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FDA는 신청서 접수 후 60일 이내에 검토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필스파리가 첫 FSGS 치료제로 적응증을 획득한다면 기존 약제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합병증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 교수는 "그동안 FSGS 치료에 면역억제제나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 특히 단백뇨가 많이 배출되는 환자는 스테로이드를 주로 사용하는데, 효과가 없거나 고용량 투약 시 합병증이 발생하는 등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필스파리가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향후 국내에 도입된다면 많은 FSGS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연구에 8세 이상의 소아청소년도 포함됐기에 이들에게도 약제를 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