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사노피 큐핏리아 승인...연간 출혈율 89.9% 감소
노보노디스크 알헤모와 양강 구도 형성
가격은 연간 수억원대...환자 접근성은 숙제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A형과 B형 혈우병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예방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혈우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혈액응고인자 기반 보충요법이 수십년 동안 혈우병 표준치료요법으로 자리한 상황 속에서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혈우병 관리 전략에 변화의 움직임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초고가라는 점은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돼 환자에게 사용되기까지 상당한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FDA, 큐핏리아 허가
A·B형 혈우병 범용 치료옵션 경쟁 시작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사노피 큐핏리아(성분명 피투시란)를 허가했다.
큐핏리아는 항체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최초의 소간섭RNA(siRNA) 기반 치료제다. 간에서 안티트롬빈 생성을 억제해 트롬빈 생성을 유도하고, 출혈을 예방하는 기전이다.
큐핏리아는 4주 1회 피하주사로 투여되며, 기존 혈액응고인자 보충요법과는 완전히 다른 기전으로 주목 받았다.
큐핏리아의 FDA 허가 기반은 임상3상 ATLAS-A/B, ATLAS-INH 연구다.
이 연구에는 혈액응고인자 억제 항체가 없는 12세 이상 중증 A형 또는 B형 혈우병 환자 120명이 등록됐다. 이들은 월 1회 큐핏리아 피하주사 투여군과 필요 시 혈액응고인자 보충 요법 투여군에 각각 무작위 배정돼 치료를 받았다.
분석 결과, 큐핏리아군은 대조군 대비 연간 출혈율(ABR)이 89.9% 감소했다(95% CI 84.1~93.6; P<0.0001).
큐핏리아군의 50.6%는 치료가 필요한 출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5%에 불과했다.
혈액응고인자 억제 항체가 있는 12세 이상 A형, B형 혈우병 환자 5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3상 ATLAS-INH 연구에서도 큐핏리아는 우월한 이점을 입증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월 1회 큐핏리아 피하주사 투여군과 필요 시 우회제제 투여군에 각각 무작위 배정되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큐핏리아군은 대조군 대비 ABR을 90.8% 감소시켰다(95% CI 80.8~95.6; P<0.0001).
큐핏리아군의 65.8%는 치료가 필요한 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던 반면, 대조군은 5.3%에 불과했다.
FDA 비악성혈액질환부서는 "큐핏리아의 FDA 승인은 기존 치료옵션보다 약물 투여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혈우병 환자들에게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큐핏리아가 FDA 허가를 획득하면서 시장에 선진입한 노보노디스크 알헤모(콘시주맙)과의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알헤모는 조직인자경로억제제(TFPI)로, TFPI와 결합해 조직인자경로를 활성화해 트롬빈 생성을 촉진하는 기전으로, 혈액응고인자를 직접 보충하지 않고도 내재된 혈액응고 경로를 재가동해 출혈을 막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알헤모도 임상3상 explorer7 연구를 기반으로 FDA 허가를 받고 시장에 진입했다.
이 연구는 혈액응고인자 항체가 있는 A형 또는 B형 혈우병 환자 133명이 등록됐다. 이들은 필요 시 우회제제를 사용한 군, 알헤모 투여군에 무작위 배정돼 치료를 받았다. 아울러 81명의 환자는 알헤모를 예방적으로 투여받는 환자군에 비무작위 배정돼 치료를 받았다.
분석 결과, 기존 치료군의 추정 평균 ABR은 11.8회, 알헤모군은 1.7회로 집계, 출혈 위험을 86% 낮추는 것으로 집계됐다(95% CI 0.07~0.29; P<0.001).
24주 무출혈 환자 비율은 알헤모군이 63.6%였지만, 기존치료법 투여군은 10.5%에 불과했다.
수억원대 초고가약 경쟁
환자 접근성 저해 우려에 '국산' 제품 개발에 눈길
A형, B형 혈우병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치료옵션이 등장했지만 '가격'은 환자들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노피가 책정한 큐핏리아의 미국 내 연간 도매가는 약 64만 2000달러로, 한화 약 9억 4488만원에 달한다. 미국 내에서도 실제 환자 부담은 보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평균적인 혈우병 치료제의 연간 비용이 39만 3000달러(한화 약 5억 784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기존 치료제보다 높은 점은 분명하다.
알헤모 역시 공식적으로 미국 내 가격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 보고서에서는 연간 도매가격을 4만 8000달러(한화 약 7억 645만원)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두 약물 모두 뛰어난 연간 출혈률 감소 효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 진입할 경우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 등에 따라 환자 접근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큐핏리아는 한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는 등 국내 시장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개발 신약에 거는 기대감이 커진다.
GC녹십자는 TFPI 타깃 항체 치료제 MG1113을 개발 중이다.
MG1113은 동물모델에서 피하투여 시 높은 생체이용률과 긴 반감기를 확인했으며, 용량에 비례한 치료 효능이 나타났다.
아울러 2019년부터는 건강한 성인과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MG1113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증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반복투여 시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하는 임상1b상이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