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당뇨병 위험증가···피오글리타존, 뇌졸중·심근경색 위험감소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2’에 따르면, 2019~2020년 통합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당뇨병전단계(공복혈당 100~125mg/dL, 당화혈색소 5.7~6.4%) 유병률이 44.3%로 전체의 절반에 근접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69~69세의 고령층에서 유병률이 52.0%로 정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내당능장애(IGT)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당뇨병전단계 유병률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5년 새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전단계를 △당화혈색소(A1C) 5.7~6.4% △식후혈당 140~199mg/dL 구간인 내당능장애(IGT, Impaired Glucose Tolerance) △공복혈당이 100~125mg/dL에 해당하는 공복혈당장애(IFG, Impaired Fasting Glucose) 등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당뇨병으로의 이환 위험이 높은 전단계에서부터 생활요법에 더해지는 약물치료를 통해 혈당조절과 여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의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당뇨병으로 이환되지 않은 고위험 또는 전단계에서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징후가 관찰되기 때문이다.
심혈관질환 위험증가
“당뇨병전단계는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와 연관돼 있는 만큼, 이 단계에서부터 교정 가능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의 검진(screening)과 치료를 제안한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5년 가이드라인의 ‘당뇨병 예방(Prevention or Delay of Diabetes and Associated Comorbidities)’ 섹션에서 당뇨병전단계와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 발생위험이 월등히 높다는 것은 물론 이 시점부터 고혈당과 함께 여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의 동반이환으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ADA는 “당뇨병전단계 환자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이로 인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스타틴
한편 ‘당뇨병 예방’ 섹션에서는 당뇨병 위험을 높이거나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언급도 있다.
ADA는 “스타틴 요법이 2형당뇨병 발생위험이 높은 환자군에서 2형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며 “이러한 환자들의 경우 혈당수치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하고 당뇨병 예방 접근법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 위험을 이유로 스타틴 치료를 피하거나 중단하도록 권고하지는 않는다”는 단서조항이 뒤따랐다.
피오글리타존
학회는 또한 “뇌졸중 병력자 또는 인슐린저항성과 당뇨병전단계의 근거가 있는 환자에서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증 위험을 줄이는데 피오글리타존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티아졸리딘디온계 혈당강하제의 혜택을 언급했다.
뒤이어 “다만 이러한 혜택은 체중증가, 부종, 골절 위험증가의 연관성 등 부작용 위험과의 균형을 이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생활요법
당뇨병전단계의 관리전략으로는 생활요법이 먼저 제시됐다. ADA는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의 이환을 예방하는데 운동이나 식이조절과 같은 생활요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생활요법과 관련해서는 당뇨병전단계 환자에게 DPP(Diabetes Prevention Program)와 같은 집중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적용토록 권고하는 동시에 “저칼로리의 건강식이와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통해 기존 체중 대비 최소 7%까지 줄이고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고 제안했다.
특히 ADA는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과 같은 생활요법의 비용효과를 인정하며, 이러한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의 임상적용에 보험급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뇨병 고위험군(당뇨병전단계) 환자에서 2형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식이(diet)를 처방하라며, 지중해식(Mediterranean style)·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저탄수화물식(low carbohydrate) 등이 혜택을 보였다고 추천했다.
약물치료
한편 ADA는 당뇨병 예방전략에서 생활요법의 비용효과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진료현장의 현실적인 한계 또한 지적했다.
“식이조절이나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 만으로 체중감소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끌고 가지 못한다는 순응도의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당뇨병 예방전략에 생활요법에 더해지는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ADA 역시 가이드라인에서 “체중감소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필요한 경우에 약물 보조 또는 추가요법을 통해 혜택을 얻을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 이환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된 약제로는 메트포르민, α-글루코시다제억제제, 인크레틴수용체작용제(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등), 티아졸리딘디온계, 인슐린 등이 언급됐다.
항고혈압제 중에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의 발사르탄이 당뇨병 예방에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한편 ADA는 “미국 내분비학계로부터 비타민 D 요법이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이환되는 과정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지지를 받은 바 있다”며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인 전략의 하나로 비타민 D 요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메트포르민
하지만 ADA가 당뇨병전단계 환자의 당뇨병 예방전략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권고한 약물은 혈당강하제 메트포르민이 유일하다.
ADA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당뇨병 예방만을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약제는 없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 관련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해 예방전략에 메트포르민 약물치료를 적시한 것이다.
ADA는 가이드라인에서 구체적으로 “체질량지수(BMI) 35kg/㎡ 이상, 25~59세 연령대, 높은 공복혈당(FPG ≥ 110mg/dL), 높은 당화혈색소(A1C ≥ 6.0%), 임신성 당뇨병 병력 여성에 해당하는 2형당뇨병 고위험군 성인에서 2형당뇨병의 예방을 위해 메트포르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ADA는 “메트포르민의 장기적인 사용이 생화학적 비타민 B12 결핍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며 “메트포르민 투여환자, 특히 빈혈이나 말초신경병증 환자의 경우 정기적으로 비타민 B12 측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DPP → DPPOS
ADA가 언급한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 관련 유효성과 안전성은 일련의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효과 검증을 위한 DPP 연구의 여정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NEJM에 3년 치료관찰 결과가 처음 보고되면서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의 2형당뇨병 예방효과가 합격점을 받았다.
연구는 공복·식후혈당이 상승한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 3234명을 생활요법, 메트포르민,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당뇨병 예방효과를 비교·분석했다.
결과는 2.8년 관찰기간 동안 메트포르민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중 생활요법군의 위약 대비 당뇨병 위험도 감소는 58%였다.
DPP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구팀은 연구종료 후에도 대부분의 환자들을 오픈라벨 방식으로 전환해 7~8년을 더 관찰했고, 최종적으로 DPP 시작시점으로부터 10년 기간의 당뇨병 발생빈도를 조사했다.
이것이 바로 2009년 Lancet에 게재된 DPPOS(DPP Outcomes Study) 연구다. 확대관찰 연구는 DPP에서 나타난 혜택을 고려해 세 그룹 모두에게 생활요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생활요법군에게는 추가적인 생활습관개선이 적용됐다(생활요법군). 메트포르민군은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요법이 더해졌다(메트포르민군). 나머지 그룹의 환자들은 모두 생활요법군으로 전환됐다(위약군).
그 결과, DPP 환자 배정 이후 10년 동안 생활요법과 메트포르민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각각 34%와 18%씩 감소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
한편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 2023년의 당뇨병 진료지침을 통해 “과체중·비만인 당뇨병전단계 성인에서 당뇨병 예방을 위해 메트포르민을 사용할 수 있다”며 당뇨병 예방전략으로 약물치료를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당뇨병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 전략이 언급되는 동시에 구체적인 약제명까지 명시된 것은 지난 2021년이 처음이다.
학회는 지난 2021년판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30~70세의 BMI 23kg/㎡ 이상인 당뇨병 환자에서 2형당뇨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메트포르민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지난 2019년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 예방 약물치료와 관련해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약물중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수준에서 혈당강하제 선택 권고안을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