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존중하지만 관련 기준 만들기도 쉽지 않아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내려진 법원의 판단이 정부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판례를 존중하지만, 관련 기준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의료법을 위반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의료계와 한의계 간 첨예한 갈등의 원인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폭넓게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 일례가 지난 1월 수원지방법원이 X-ray 방식의 골밀도 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한의사에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취지라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한의계는 X-ray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 자격에서 한의사는 배제돼 있어 한의사들의 X-ray 활용에 한계가 있다.
보건복지부 출입 전문기자협의회 취재결과, 복지부는 한의사의 X-ray 및 현대의료기기 사용 가능 여부을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법원의 판례 내용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관련 기준을 만들기도 쉽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판례가 나왔기 때문에 한의사가 X-ray를 사용해도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복지부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기준 없이 촬영한 X-ray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 고민 중인 사안이다. 언제까지 관련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로서는 이번 수원지법의 판결이 항소심 판결이라 부담이 더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면 모든 쟁점이 해소되지만 항소심은 몇몇 부분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여러 판결이 있다"며 "2011년 판결들은 기본적으로 한의사가 X-ray를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2022년부터는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인정하면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폭넓게 해석하는 판단기준이 나왔다"며 "이번 수원지법 항소심 판결은 2022년 판례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의사가 X-ray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역시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이제는 행정의 영역으로 넘어왔다"며 "복지부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인 것이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할 것인지 여부다"며 "하지만, 의료계와 한의계 간 이해관계 대립이 심각해 쉽지 않다.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현재 의협과 한의협의 입장을 고려하고, 판례 등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즉 한의대 교육과정 중 방사선 관련 커리큘럼이 있는지, 어느 정도 배우는지, 국시원 국시 전공 시험에서 문제가 어떻게 출제되는지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현재 합법은 아니지만, 한의사가 X-ray를 찍어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면서도 "신고하지 않고 X-ray 사용 시 과태료 처분 등의 대상은 된다. 과태료는 200~300만원 수준이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